한국 대선 후보들, 북 위협에 ‘같은 인식’ ‘다른 해법’

0:00 / 0:00

앵커: 오는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후보의 대북정책도 관심거리입니다.

두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참모들은 최근 미국의 한 대학이 주관한 행사에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북한의 위협을 꼽았지만, 그 해법에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양 후보 측의 대북정책을 비교해봤습니다.

'확장 억제 강화' vs '효율적 억제력 모색'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이 최근 잇따라 주관한 한국 여야 대통령 후보의 핵심 외교 참모와의 간담회.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위성락 실용외교위원장과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은 일주일 간격을 두고 후보들의 대북정책을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의 가장 큰 도전으로 북한의 위협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과 북핵 문제의 해법에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냈고, 윤석열 후보를 돕고 있는 김성한 본부장은 (1월 27일) 날로 발전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으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강조했습니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미 본토가 공격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차원에서 핵과 재래식 전력을 동원해 위협을 제거하는 개념입니다.

[김성한 본부장] 윤석열 후보도 확장억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지금도 확장억제를 위한 협의체가 있지만, 순조롭게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협의체를 발전시키고 제도화하면 한국 국민들이 확장된 억제력과 한미 간 군사적 동맹을 통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을 겁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러시아주재 한국 대사를 지낸 위성락 위원장은 (2월 7일) '효율적인 억제력(efficient deterrence) 확보'를 내세웠습니다. 실용주의에 따른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겁니다.

[위성락 위원장] 이재명 후보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을 갖고 있고, 정책 결정을 위해 국가적 합의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하려 합니다. 우선 새로운 유형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억제를 확보할 것이고요. 다음 단계로 북한과 대화, 협상을 모색하고 효율적인 협상 패키지를 준비할 겁니다.

또 위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만으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윤석열 후보 측과 차별을 분명히 했습니다.

[위성락 위원장] 적지 않은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두 가지 모두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미합동 대비태세를 향상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재래식 억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의 효율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 모두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바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이 그것입니다.

0204-1.png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


'대북제재 유지' vs '협상과 포용도 병행'

김성한 본부장이 밝힌 윤석열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는 동시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마지막 지렛대로서 지금의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대신 유연성을 발휘해 북한이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일 때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김 본부장은 강조했습니다.

[김성한 본부장] 윤석열 후보도 반복해서 지적했듯이 2017년을 기점으로 지금의 제재 국면이 이전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지난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5가지 유엔 제재의 완화에 주력했던 겁니다. 유엔 대북제재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지렛대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일단 제재를 완화해주고, 북한이 의무를 어길 경우 다시 제재를 가하는 스냅백 접근법을 주장하는데, 그것이 통할 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지금의 미중, 미러 관계를 고려했을 때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대북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현실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위성락 위원장은 대북제재와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도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같은 벼랑 끝 전술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겠지만, 동시에 협상과 포용도 유연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게 이재명 후보의 생각이라는 겁니다.

[위성락 위원장] 가장 어려운 부분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겁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어떤 시도의 접촉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억제력도 살펴보고, 제재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북한에 손을 내밀어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또 이재명 후보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협상뿐 아니라 제재와 압박, 유인책 등 다양한 방안을 병행할 것이며 이를 위한 국제공조와 남북회담도 상호보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위 위원장은 덧붙였습니다.

0204-2.png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위성락 실용외교위원장.


'강력한 한미동맹' vs '실용적 외교'

윤석열 후보 측이 내세운 외교∙안보, 대북정책의 근간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과 강력한 군사∙안보 협력입니다.

윤 후보도 지난 3일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미국, 일본, 중국, 북한 가운데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만날 외국 정상의 우선순위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반면, 김정은 총비서는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윤석열 후보] 저는 먼저 미국 대통령, 그 다음 일본 수상,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제가 순서를 정하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성한 본부장은 윤 후보가 당선돼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비핵화 로드맵, 즉 이행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한 본부장] 윤석열 후보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면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안할 겁니다. 그 안에는 이행 가능한 단계, 인센티브 등이 담겨 있겠지만, 최종 목표인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기까지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평양과 협상할 수도 있습니다.

또 김 본부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탑다운, 즉 하향식 협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입증됐다며 윤 후보가 실무협상을 통한 현실적 접근을 중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한과 대화와 관여를 중시하면서 자주∙실용적 외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남북회담을 물론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 한미일 3국의 협력도 중요하다는 것이 이 후보의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3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국익에 따른 실용적 외교를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후보] 저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순서를 정해놓고 미국 먼저냐, 중국 먼저냐, 북한 먼저냐, 이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때 상황에 맞춰서 협의해보고 가장 유용한, 가장 효율적인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성락 위원장은 정치∙외교 등과 별개로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북한을 대화로 불러들이기 위해 상당한 양보를 제공한다는 뜻도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위성락 위원장] 이재명 후보는 핵 문제 뒤에 상호 간 불신, 안보 딜레마, 그리고 핵 프로그램 보유하고 이를 유리한 협상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따라서 다양한 문제 요소에 따라 포괄적인 해결책을 위한 전체론적 접근 방식과 다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일, 굳건한 한미동맹을 앞세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북한과 대화 필요성이 시급한 때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2022년을 시작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하면서 누가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되고, 어떤 대북정책을 펼칠지가 올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인 가운데 오는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