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올해 들어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시장에서 식량 가격과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국영 양곡 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식량은 한계가 있는데, 시장에서는 마음대로 식량을 구매할 수 없다 보니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건데요. 요즘은 쌀 장사꾼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합니다. 또 중국 위안화와 달러에 대한 환율도 올해 초보다 30% 이상 올랐는데요. 북중 국경이 열리고 무역이 조금씩 재개되고 있지만, 대금을 지급할 외화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국영상점과 장마당에서 국산품에 대한 모든 가격을 통일하는 ‘국가유일가격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국가 중심의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곧 보릿고개를 앞둔 북한 주민의 살림살이가 걱정입니다.
소문에 따라 식량 가격 '출렁'… 중국 위안화도 품귀 현상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양강도와 함경북도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올랐고, 환율도 30%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물가 동향과 관련해 최근 추세와 특징은 무엇입니까?
[이시마루 지로] 지금 쌀과 옥수수가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여전히 장마당에서는 쌀과 옥수수는 진열 판매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내놓고 팔지 못하고요. 소량 판매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시장 가격이라는 것은,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판매하는 게 아니고, 일반적인 물밑 거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는 양강도, 함경북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똑같을 것으로 보는데요. 최근 3월 말 기준으로 쌀(백미)은 1kg에 북한 돈으로 6천500원, 이는 한국 돈으로 990원(미화 0.73달러) 정도 됩니다. 쌀은 2024년 초보다 15% 정도 올랐고요. 옥수수는 3월 말 기준으로 북한 돈 3천400원 정도인데, 한국 돈으로 520원(미화 0.41달러) 정도가 되거든요. 올해 초보다 10% 정도가 오른 금액입니다.
[기자] 올해 식량과 환율이 계속 오르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우선 식량부터 살펴보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쌀과 옥수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보다 각각 1kg당 북한 돈으로 약 1천 원씩 올랐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이시마루 지로] 네, 현재 북한에서 식량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일반 주민이 어떻게 식량을 입수하는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면,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세대주가 기업소에 출근하면 본인 분량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식량 배급이 좀 있습니다. 한 달 기준 약 7일분 정도의 식량을 받고요. 두 번째는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에서 식량을 판매하는데, 한 달 기준으로 상순과 하순 두 번에 나눠 세대별로 판매합니다. 이것도 한 달 기준으로 평균 7일분 정도를 판매합니다. 다시 말해 식량 배급과 양곡 판매소의 식량으로는 당연히 모자라죠. 세 번째는 모자라는 식량 분을 장사꾼에게서 구매하는 방법인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통제가 많이 심해져서 농촌에서는 식량 유출을 엄격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쌀 장사꾼들이 식량을 확보해 거래하는 물량 자체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우리 북한 내부 협조자들도 "장사꾼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리고 최근의 경향을 말씀드리면, 쌀과 옥수수 가격이 좀 올랐는데요.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안정성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3월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대량으로 식량이 들어온다’, ‘배급과 양곡 판매소 판매량이 늘어난다’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때는 식량 가격이 내렸고요. 그러다 다음 주에는 또 올라서 (식량 가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요. 또 한 가지 추가로 말씀드리면 이제 또 보릿고개가 시작됩니다. 4월과 5월 이후 식량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북한 주민도 많이 걱정하고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들여온 식량이 어떻게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주민의 심정은 동요와 불안, 걱정이라고 합니다.

[기자] 이처럼 북한 시장에서 식량 가격이 올랐는데, 양곡 판매소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최근 물가 동향이 일반 도시 주민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양곡 판매소에서는 지역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양강도의 경우 3월에는 쌀 판매는 없었다고 합니다. 옥수수를 상순과 하순에 나눠 두 번 판매했는데 상순에는 6kg씩, 하순에는 3kg씩 판매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 옥수수였는데, 판매 가격이 북한 돈으로 2천200원이었다고 해요. 시장 가격이 약 3천3~400원 정도니까 시장보다 많이 싸죠. 하지만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죠. 생활 유지가 안 되니까 사람들이 다른 데서, 쌀 장사꾼에게 물밑에서 돈을 주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끝으로 양강도, 평안북도, 함경북도에 있는 내부 취재협조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이제부터 다시 기아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물가가 오르거나, 쌀 자체가 부족해서 어려운 게 아니고요. 역시 도시 주민들은 현금 수입이 잘 안된다는 거죠. 개인의 경제 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통제가 계속 계속되고 있고, 지금까지 저축한 돈도 다 떨어졌고, 새로운 돈벌이도 없이 현금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겠냐는 걱정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합니다.
[기자]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도 마찬가지인데요. 위안화는 올해 초보다 북한 돈 600원 정도, 달러화는 7~800원가량 올랐는데, 이는 외화가 귀해졌다는 말이겠죠. 무역 재개 가능성과 관련이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0년 정도 북한 시장 물가와 외환거래에 대해 조사해 왔습니다만, 3월 말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북한 돈으로 1천700원까지 올랐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0년 동안 조사해 온 중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1월과 비교해 35% 정도 상승했습니다. 취재협조자들에게 "그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이런 대답을 했는데요. 지금 코로나에 대한 통제가 많이 풀리면서 무역이 조금씩 회복세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수출과 수입을 많이 하자는 의욕은 많은데, 북한 내에서 외화가 많이 없다는 거죠. 특히 무역회사가 갖고 있는 중국 위안화가 많이 부족하다고 사람들이 지적합니다. 그래서 무역회사들이 일반 주민이 갖고 있는 중국 위안화를 구매하려고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 위안화 값이 많이 올랐다는 게 취재협조자들의 설명입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도 소폭 올랐지만, 아직 최고치까지는 아니고요. 중국과 가까운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는 주로 중국 위안화 중심으로 외환거래를 하니까 달러화까지는 그런 영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영상점과 시장에서 국산품 가격 통일 … 국가 통제 강화
[기자] 식량과 환율 외에 인상적인 물가 품목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이에 관해서 두 가지를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휘발유, 디젤유 값이 3월 들어 조금씩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거는 북한 정권에서 어떤 노력을 해도 값을 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 않습니까. 수입하는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인데요. 휘발유, 디젤유 값이 하락세인 것과 관련해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대량으로 수입됐기 때문에 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게 최근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이고요.
또 북한에서 아주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요. 지금 ‘국가유일가격제’라는 게 시작됐습니다. 이게 뭐냐 하면, 국산품에 한해 전국적으로 가격을 통일하고, 통일된 가격으로 거래한다, 새로운 국정 가격제가 시작될 거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산품의 가격을 어떻게 하는가. 예를 들어 칫솔, 치약이나 신발 등의 가격을 ‘국가유일가격제’로 정하고 국영상점과 장마당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영상점에는 ‘유일가격표’라는 것이 내려왔는데,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250페이지 정도 되는 아주 두꺼운 책이 내려와서, ‘이렇게 판매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물건의 유통에 대해서 통제를 많이 강화했는데, 이제부터는 그걸 판매할 때도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는 방향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최근 북한 시장에서 오르고 있는 식량과 환율 시세와 배경,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