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0일 북한 국방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군 정찰기 여러 대가 영공을 침범해 공중 정탐행위를 했다면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10~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연이틀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 정찰기가 북한 경제수역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12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는데요.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이 현지 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쯤 북한 내륙부에서 동쪽으로 한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방위성은 해당 미사일은 한반도 동쪽으로 약 550km를 진행한 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밖에 있는 지점에 대략 11시 13분쯤 낙하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높은 각도로 발사했다는 관측과 더불어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 향상 등 군사적인 개발 목적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번 발사는 주로 북한의 국방성 대변인이나 김여정 당 부부장이 10~11일에 발표한 담화의 연장선상의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물밑 협상이 시작되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이 일본의 입장을 고려하여 일본 EEZ 안쪽에 떨어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조종한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미국의 전략 정찰기를 ‘격추’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실제 북한이 미국의 정찰기를 격추할 가능성이나 혹은 그런 역량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 국방성 대변인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정찰기를 격추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격추가 실제로 일어나면 미군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사안입니다. 북한은 그런 무모한 행동 대신에 군사적인 시위로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냉전 시대에는 SR-71 '블랙버드'나 U-2 '드래곤 레이디'와 같은 고고도 정찰기를 사용하여 북한 영공에서 정찰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행은 격추될 우려가 있으며, 게다가 정찰 위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재는 너무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북한 영공에서의 비행을 지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0일 밤과 11일 아침에 한 담화에서 미군이 북한 경제 수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가 있었습니다.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EEZ 안으로 진입하는 항공기나 다른 활동을 레이더로 탐지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적한 미군의 활동은 근거가 있는 주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주장하는 대로, EEZ는 주권을 가진 나라의 허가 없이 해안 조사나 작전을 수행할 수 없지만, 항공기나 선박의 통행은 인정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만약 여기서 미군 정찰기를 격추한다면 국제적으로 강력하게 비난받을 것입니다. 북한 공군은 연료나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미군기에 대해 긴급 발진을 발생시키며 괴롭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미일은 북한 공군이 연료나 장비 등이 부족하지만, 긴급 발진에 나서는 정도의 연료, 장비, 비행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자> 한편 김여정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한국을 두고 ‘남조선’ ‘남측’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대한민국’이라고 부른 부분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미국의 ‘무단 정찰’ 주장을 일축한 한국 합동참모본부을 비판하는 발언에서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군부”, “대한민국 족속” 등의 이례적인 문구를 쓴 부분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북한과 한국이 별개의 나라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최근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일부의 업무를 지원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난하거나 추궁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또 얼마 전에서는 한국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추진에 대해 거부 의사를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니라 북한 외무성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전처럼 남북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은 앞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활동을 정지시키거나 해산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북한 노동당 규약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1월에 열린 당대회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표현이 규약에서 삭제되었지만, 여전히 제정 목적으로서는 인민의 이상을 완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이 한국을 별개의 나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면, 이는 당 규약의 목표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 될 수 있고, 그렇다면 이에 대한 중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이번 발언이 윤석열 정부, 특히 한국 통일부를 희롱하기 위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 당 규약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은 역으로 보면, 그 정도 수준으로 북한이 여유가 없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시기적으로 볼 때 이번에 북한이 미국의 '무단 정찰'을 주장하는 담화를 내고 이에 더해 미사일까지 발사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북한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군이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B-52를 배치하거나 주일 미군기지에 B-1B 랜서를 배치하는 상황은 주로 중국의 움직임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위협으로 인식하며,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기회로 일본, 미국, 한국이 개별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하거나 그러한 계획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달 27일은 한국전쟁 종료 70주년(전승절)이기 때문에 북한은 열병식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번에도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다양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한편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무단 정찰'을 둘러싼 얘기에 대해 정작 북한 당국은 자국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북한 국방성 대변인이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 조선중앙통신 외) 북한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담화 이후에 이뤄진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도 여부도 지켜봐야 겠지만, 노동신문은 12일자 1면 기사에서 호우주의 경보가 발령되었다는 내용을 게재했고, 지난 5월에도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와의 긴장 상황을 다루는 기사는 오히려 북한 인민들의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7월 8일에 김정은 총비서와 북한 간부들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어려운 국내 상황을 고려하여 최대한 실무적인 행사로 진행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달 27일에 예상되는 군사 열병식의 실제 실시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시민들에게 부담을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한 정권의 강인함을 유지하기 위해 열병식은 반드시 개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북한 국내는 더 이상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