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매체는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대구경방사포탄생산공장 등 중요군수공장을 현지지도에 나선 것을 보도했습니다. 이 시점에 북한 지도부가 군수공장을 시찰한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먼저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총비서가 국방경제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전달했다는 부분이 주목됩니다. 북한이 러시아 등에 미사일 탄약과 무기를 수출하기 위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1990년대 말 1년에 3~4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수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유엔 제재로 인해 이러한 무기 수출이 금지된 바 있습니다. 그래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들에 소총 등의 소화기를 계속 수출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구소련제 무기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보수(maintenance)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에서 북한 탄약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북한이 만드는 탄약 등은 화약이 너무 오래돼서 기대한 만큼 사정거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러시아군 후방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해 발사했던 폭탄이 잘못돼 러시아군에 떨어질 위험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무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선전 활동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지도자가 시찰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대규모 공장이 무기에 관한 군수공장밖에 없다는 어려운 상황도 그러한 배경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현지지도에서 신형 저격무기 개발을 중요시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변화된 전쟁양상에 맞게 인민군대 전선부대들과 유사시 적후에서 무장투쟁을 하게 될 부대들이 휴대할 저격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전쟁준비에서 가장 중차대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북한군의 전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군의 전술은 '속전속결'입니다. 북한군은 특수부대를 한국의 후방 지역에 집결시키면서 활동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이 20만 명 정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6년에 발생한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에서는 좌초한 북한 잠수함에서 도망간 특수부대 요원들이 한국군 병사 8명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때 북한 특수부대가 한국군 병사 여러 명의 이마를 정확히 겨냥해 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한국군 장교도 북한군 특수부대의 능력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럴 때 북한의 주 무기가 저격용 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만드는 소총의 경우 분리한 후에 다시 조립하기가 너무 쉬운 편이고, 구소련제 AK-47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라서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에 군사적인 압력을 가하는 목적과 동시에 좋은 평가를 받는 북한 소총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세일즈)하려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매체를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소총을 들고 시험사격을 연출하는 식의 사진들도 공개됐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염두에 둔 ‘무기 홍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소총을 사격하는 것은 서방 국가 사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병기 매니아'란 평가가 서방 국가 사이에서정착되는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는 원래 자동차나 비행기, 요트 등을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스스로 운전해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기들도 너무 좋아해서 "주체무기"라는 이름도 붙이고 소형화, 지능화, 무인화, 정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김 총비서의 권력기반을 구성하는 대부분 군인들은 강경파가 쥐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 말기인 2009년에 화폐개혁을 실패했기 때문에 경제개방도 염두에 둔 노선으로 전환했습니다. 다만, 2013년 12월에 장성택 국방부위원장이 처형되면서 다시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게됐습니다. 그 후 북한 국내 경제는 통제가 계속 강화돼 국민들의 불만도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또 북중 국경도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북한의 경제 노선이 수정되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런 징후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이번 군수공장 시찰이나 저격용 총을 시험 사격하는 사진도 이러한 강경노선이 유지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편 북한 매체는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에 “조용원, 김재룡, 조춘룡, 김여정, 박정천 등 조선노동당의 핵심 간부들이 동행했다”고 밝혔는데요.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동행한 점도 눈에 띕니다.
[마키노 요시히로]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일에 30장 정도의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 안에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사진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그 사진에는 김 총비서가 군수공장 내부를 시찰할 때 동행한 사람들이 최고지도자를 살피는 와중에 한 사람만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하얀색 옷차림에 까만색 배낭을 메고 있는 여성, 바로 김여정 부부장이었습니다. 보통 이러한 태도가 밝혀지면 최고지도자를 무시했다며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이 (사진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정치적 지위가 매우 높다는 의미를 사진으로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면서 떠올랐던 것이 있는데, 이와 거의 똑같은 영상을 과거에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여동생 김경희 씨의 영상이었습니다. 당시 영상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는 가운데 한 사람만 시찰도 하지 않고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그 인물이 김경희였습니다.

<기자> 한편,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지난 6월 이후로 북한매체 보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전승절 열병식이나 이를 전후로 한 주요 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네, 말씀하신 대로 김주애는 이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전 정전 70주년인 북한 전승절 행사 때도 참석하지 않았고요. 일부에서는 이번 전승절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행사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에 김 총비서의 군수공장 현지지도에도 김주애는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북한 정책의 변화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애는 작년 11월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올해 2월에는 아버지인 김 총비서 대신 가운데 자리에 앉아 북한 장교와도 사진을 찍는 등 여러 가지 인상적인 사진이 공개됐는데, 곧바로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이를 볼때 먼저 김 총비서의 측근들이 북한 주민의 여론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일반사회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김주애가 마치 공주처럼 대우받는 상황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 북한 내부에서 김주애를 지지하는, 즉 그의 어머니인 리설주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김정은 총비서 외에 ‘로열패밀리’ 안에서 유일하게 공직에 있는 김여정 부부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권력투쟁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앞서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찍힌 일부 사진에서는 김주애를 크게 나오도록 찍고, 김여정은 작게 나오게 촬영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김주애는 ‘몸통’이고 김여정은 ‘곁가지’라는 식의 비교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김주애는 나오지 않았고, 김여정만 사진에 나왔다는 것이고요. 이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