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브이로그’ 내세운 유튜브 계정에서 수익 창출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뉴 디피알케이(NEW DPRK)’ 유튜브 계정 홈페이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뉴 디피알케이(NEW DPRK)’ 유튜브 계정 홈페이지.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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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넷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에서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에서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이른바 브이로그 형식의 계정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유튜브를 관리하는 구글 측은 과거 강제 폐쇄된 다른 계정과 달리 브이로그 형식은 회사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로 사용되던 유튜브가 수익을 내는 창구로도 활용될지 주목되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튜브 채널 '뉴 디피알케이', 약 7천 달러 수익 추정

[‘뉴 북한’ 유튜브 채널 영상 중] 난 2023년에는 꼭 수학과목에서 우수한 모범 학생도 되겠습니다. 2023년 리수진 이야기를 기다려주십시오. 새해를 축하합니다.

해당 영상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뉴 디피알케이(New DPRK)’가 지난 1월 4일 ‘북한 소녀의 새해 소원’이란 제목으로 공개한 동영상입니다.

영상 속 주인공인 ‘리수진(Ri Su Jin)’ 학생은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뽐내고 “2023년 리수진의 이야기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북한 일상을 공유하겠다고 예고합니다.

이 계정에는 리수진뿐 아니라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연미(Yonmi)’, ‘김유현(Kim U Hyon)’ 등이 출연해 북한의 일상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 결과 ‘뉴 디피알케이’는 북한 선전용 유튜브 계정 중 가장 오랫동안 운영 중이며 수익까지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 디피알케이’는 지난 2019년 10월 11일에 첫 동영상을 게개했고, 현재까지 2만 5천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계정의 수익 창출 여부는 해당 웹사이트의 ‘원시 코드(source cod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뉴 디피알케이’의 경우 ‘수익 활성화(is_monetization_enabled)’에 대한 값(value)이 ‘사실(true)’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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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디피알케이'의 원시 코드에서 확인한 수익 창출 여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자료 통계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녹스인플루언서(Noxinfluencer)’에 따르면 현지 CPM, 즉 광고 노출이 1천 회 발생할 때마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비용과 평균 조회수를 적용하면 해당 계정의 예상 월수익은 미화로 약 50 달러입니다.

또 다른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도 해당 계정에서 동영상 조회수가 1천 회를 달성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익금을 3달러로 추정하면서, 지난 3년여간 이 계정이 벌어들인 수익금은 약 6천700달러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북 유튜브 , 브이로그 형식으로 '대외 선전'과 '수익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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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디피알케이’가 게재한 브이로그 영상에서 북한 유튜버 ‘연미’가 만두를 빚고 있다. /유튜브

북한의 유튜브 영상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과거 노골적인 선전 방식과 달리 개개인의 일상을 소소하게 전하는 일명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제작 방식을 바꾸면서부터입니다. 앞서 소개한 ‘뉴 디피알케이’도 브이로그 형식입니다.

한국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의 하승희 교수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2005년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왔지만, 2019년 하반기에 브이로그 영상을 게재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승희] (2019년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선전을 위해서, 말 그대로 대외 이미지 개선 등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팬데믹(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는 관광 목적으로 열어 뒀던 이런 계정들을 일방향적으로 자국 내 (팬데믹 대처) 상황들을 대외에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수익이 창출된 것도 그동안은 (영상들이) 주목받지 못하다가 브이로그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북한이) 그때부터 이것이 하나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써 가능성이 있겠다고 인지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유튜브를 통한 수익 가능성을 인지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인기 있는 특정 영상 외에는 조회수가 미미한 수준이어서 북한이 유튜브를 또 다른 외화벌이 창구로 이용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유튜브 수익의 예상 금액이 적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통한 외화벌이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민 김금혁 씨도 18일 RFA에 “북한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계정의 규모나 영상 주기, 조회수 등을 볼 때, 이를 통한 기대수익은 높지 않다”며 외화벌이 수단으로써 활용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강력한 유튜브 계정을 더 많이 개설한다면, 북한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김 씨는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북한이 국경 개방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북한을 찾을 수 있도록 홍보 차원에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국어로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코로나 이전 북한 관광의 주요 고객이었던 만큼 이들을 유치하는 데 힘쓰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구글 "뉴 디피알케이, 서비스 약관 위반 아냐"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금융 제재를 실행하는 가운데, 유튜브 영상을 통해 북한에 돈이 지급되고 있다면 이것도 대북제재 위반이 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 관리 회사인 ‘구글(Google)’ 측 대변인은 19일 RFA에 “구글은 북한과 관련된 법률과 미국의 해당 제재 및 무역 법률을 준수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당사의 서비스 약관에 따라 관련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검토 결과 해당 계정(뉴 디피알케이)이 구글의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계정에 대한 추가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구글 측은 지난해 북한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된 ‘목란TV’와 ‘조선의 오늘’, ‘통일의 메아리’, ‘메아리’ 계정 등을 무더기로 강제 폐쇄하고, 이는 미국의 제재법을 준수하기 위한 구글 정책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북한은 브이로그 형식인 ‘올리비아 나타샤’ 계정의 ‘유미’와 ‘셀리 파크스’ 계정의 ‘송아’ 등을 내세웠으며, 이들은 과거 강제 폐쇄된 계정들과 달리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유미와 송아는 여전히 유창한 영어로 그들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김금혁 씨는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콘셉트(개념)는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대북 제제 위반 여부가 모호한 것 같다”며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김 씨는 “그동안 대북 제제가 기본적으로 물류를 통제하거나 북한의 수출입을 억제하는 등 현실적인 공간에서 가능했는데, 이처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수익 활동에 관해서도 대북제재 규정의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승희 교수도 북한의 일상을 전하는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들이 국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듯한 계정들이고, 소유자도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승희] (해당 계정들에) 북한 당국이 개입했다고 특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계정을 차단하거나 삭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지침)이라든가 해석 가능한 창구들이 필요한 취약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유엔 측 관계자는 북한의 유튜브 수익 창출이 대북 제재 위반인지를 묻는 RFA의 질의에 해당 계정들을 검토할 기회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아직 북한의 유튜브 계정들은 수익이 전혀 없거나 많은 수익을 내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브이로그 형식으로 더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한다면, 대북 제재의 ‘새로운 구멍’이 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