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지난 5월 27일, 북한 평안북도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정찰 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지만,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도 발사 실패를 재빨리 인정했는데요. 이번 위성 발사 실패 원인은 무엇으로 분석되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에 대한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폭발 시 발생한 화염이 오렌지색이었던 것으로 보아 액체 연료로 케로신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북한이 발표한 낙하 예고 해역도 이전과 비슷하고, 거의 동일한 형태의 위성 운반 로켓을 발사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발사 직후 폭발한 것은 상승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이나 음파로 인해 기체의 특정 부분이 파괴되면서 연료가 새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작년부터 네 번의 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한 번만 성공했습니다. 따라서 작년 11월의 성공은 우연이라는 소리가 나올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기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위성 운반 로켓에서 발생한 텔레메트리 신호, 즉 로켓 내부 상태나 위치를 알려주는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고 하고요. 이를 통해 기체의 온도나 다른 변화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 자료를 분석해 다음 로켓 발사를 시도할 겁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8일 국방과학원에서 한 연설을 통해 실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하는 여러 국제조직에 가입했으며,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북한도 발사를 예고한 겁니다. 이번 실패 인정도 외교 활동과 국제 협력에 유리한 입장을 고려한 것입니다. 둘째,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감시하고 있기 떄문에 실패를 은폐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신격화를 지속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주민도 지도자를 무조건 믿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실패를 은폐하려 해도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손전화 등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솔직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체제 유지를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입니다.
[기자] 역시 위성 발사의 성공이 쉽지 않은데요. 북한이 지난번에 처음으로 성공했지만, 당시의 성과가 계속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사위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군사위성은 우주에서 지상을 감시하면서 여러 나라 군대나 기지의 상황, 군사 개발 상황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인공위성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가진 것은 미국의 첩보위성 '키홀(Key Hole·KH)'로, 지상의 10cm 정도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위성 회사들이 보유한 위성도 30cm에서 50cm 정도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 등의 위성도 이와 비슷한 능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1m에서 10m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 위성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항공기나 선박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입니다.
군사 목적으로는 정찰위성 이외에도 부대와 통신하는 ‘통신위성’, 부대의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한 ‘GPS위성’, 다른 나라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조기경보위성’, 그리고 ‘대위성요격체계’ 등이 있습니다. 민간 위성의 경우, 유엔의 전문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의 규정에 따라 궤도와 주파수가 관리되고 있는데요. 반면, 군용 위성은 대부분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목적이나 성능 등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 한편, 미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가 우주에 위성 공격용 위성을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네, 말씀하신 대로 미국(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은 지난 5월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지난 5월 16일 지구 저궤도의 다른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성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매체들도 러시아가 우주에 신형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우주는 앞서 전자파, 사이버 등의 분야처럼 안전 보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NC3(핵 지휘·통제·통신)’라 불리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NC3는 핵무기 지휘 통제 통신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조기경보위성이 핵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면 통신 위성으로 사령부에 전달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입니다. 러시아는 1967년에 체결된 우주 조약에 가입해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위성을 파괴하거나 위성 통신을 방해하는 위성요격무기(ASAT) 체계 관련 시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위성 공격은 미사일로 파괴하거나 전자파로 통신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이러한 실험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NC3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군사위성을 계속 발사하려 하는데요. 북한 군사위성의 쓰임새와 이번 실패에 이은 다음 발사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북한은 여러 가지 전략을 검토하고 있을 겁니다. 북한은 올해 안에 위성을 3개 더 발사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가까운 시일에 일본처럼 광학위성 2개와 날씨에 영향 받지 않는 레이더 위성 2개를 도입해 4개를 운영할 계획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위성이 4개가 있으면 지상에 있는 특정 지역을 하루에 한 번 이상 촬영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은 지상 200km부터 1천km까지의 저궤도에 수십 개의 소형 위성을 발사해 ‘위성컨스텔레이션’(위성군) 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등에서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북한도 자국 방위를 위해 ‘위성컨스텔레이션’을 구축하려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위성을 통해 태평양에서 접근하는 미군 함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북한은 무인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한미연합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려 할 겁니다. 이는 한미일 입장에서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동일한 기체를 복수로 제조한 바가 있기 때문에 3~4개월 후에 다음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운반 로켓을 사용해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우주 협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앞으로 북한이 계속 위성 발사를 시도할 텐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먼저 '위성공격무기'(ASAT)에 대해서는 궤도를 관측할 수 있는 레이더나 광학망원경 등을 활용해 '우주상황감시(SSA)' 능력을 높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1월 북한이 위성 발사 후 위성 궤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한국과 협력을 통해 발사 3일 후 궤도를 확인했다고 수정했습니다. 이는 우주 상황 감시 능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앞으로 한미일 협력을 통해 우주 상황 감시 능력을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물론 감시를 통해 경고하더라도 상대방이 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감시와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성은 물론 항공기와 같은 이동체도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의 레이더나 위성, 무인기에 대해 방공 체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안들은 한미일 간의 여러 협력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