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밀수 ‘꿈틀’] ① 단속강화 속 목숨 건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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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국경지역에서 개인 간 소규모 밀거래도 재개되는 모양새입니다. 압록강 상류 지역을 중심으로 비공식 밀수의 적발 횟수가 증가한 건데요.

북·중 국경 밀수의 현재 상황을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10월 초부터 삼지연시, 혜산시, 김형직군서 개인 간 밀수 적발 횟수 늘어

최근들어 압록강 상류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밀수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송죽]제가 한 보름 전에 북한에 연락이 닿아서 물어보니깐 밀수는 지금 그전 때처럼 광범위하게는 못하고요. 어쩌다 한두 번 밀수한다고 하더라고요.

북한 양강도에서 10년간 밀수업에 종사하다가 2016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최송죽 씨. 압록강 인근 지역에 사는 지인과 통화에서 밀수 재개 소식을 들었다고 RFA에 (13일)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이 심해 전문 밀수꾼이 직접 거래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강 폭이 좁은 혜산시 등에서 주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10월 초부터 압록강 상류 삼지연시, 혜산시, 김형직군에서 여러 차례 ‘비공식 교역’이 적발됐다고 전했습니다.

‘비공식 교역’ 적발 횟수가 증가한 것은 그만큼 개인 간 밀수가 늘어난 것으로 이시마루 대표는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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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Aug. 30, 2017 photo, a North Korean man rides a makeshift raft tied together from logs down the Yalu river that divides North Korea from the Chinese border town of Linjiang in northeastern China's Jilin province. North Korea is changing, quietly but powerfully, with the rise of the young ruler Kim Jong Un extending even to those secret trails, where business has turned bad for the small-time smugglers who long dominated the border. (AP Photo/Ng Han Guan) (Ng Han Guan/AP)
2017년 3월 한 북한 남성이 중국 동북부 지린성 린장과 북한을 나누는 압록강 하류에서 뗏목을 타고 있다. /AP

'던지기 수법'으로 잣 , 금 등 부피 작은 물건 거래

북·중 간 교역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 요구)도 (8일) 가을 들어 중국에 잣을 판매하려는 북한 밀수업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농산물로는 이 시기에 제일 흔하고 해마다 나오는 것이 잣이에요. 잣이 가을만 되면 해마다 농수산물 중 제일 많이 나오는데 중국에서 지난번에도 내가 얘기를 들었는데 "잣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줘라"는 얘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수확철인 잣이 가을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북·중 간 밀수를 통해 왕성하게 거래되는데 올해도 잣을 판매하려는 북한 밀수업자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농산물뿐 아니라 희귀 금속도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강을 통해서 밀수하는 경우는 작고 가벼운 걸 건네주고 받고 하는 물건으로 금이라든지 아니면 희귀금속이라든지 부피가 크지 않은 것을 중국 쪽에 건네주고 현금을 받는 식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정보가 좀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현지 무역업자로부터 들었다며 유엔 제재 품목인 몰리브덴이 밀수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소식통]몰리브덴은 특수금속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합금 제도로 쓰이는데 군사 무기에 아주 긴요합니다. 그 몰리브덴이 상당히 북한에서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아연광이나 알루미늄 정광 같은 것도 많긴 많은데 그건 값이 싸요. 그래서 제일 많이 (밀수)할 수 있는 거는 몰리브덴광입니다.

밀수품을 직접 운반해본 경험이 있다는 최송죽 씨도 부피가 작고 무거운 몰리브덴이 압록강 상류 지역에서 흔히 거래되는 품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송죽]몰리브덴은 부피는 작지만, 무게가 있단 말입니다. 근데 그거는 킬로수에 (따라) 다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피는 작고 좀 무겁지만 가져가면 목돈으로 가져갈 수 있는 거니까 (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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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ENIA-ENVIRONMENT-ECONOMY-MINING An example of a rock at the copper-molybdenum mine near the Armenian village of Teghut is shown 02 June 2007. Decried by activists as devastating for the environment, plans for an enormous copper mine near this mountain village in northern Armenia are nonetheless welcomed by local residents eager for jobs and escape from poverty. The Teghut copper-molybdenum deposit, located in the Lori region near this ex-Soviet country's border with Georgia, was banned from being developed in the 1970s out of fear for the local environment. AFP PHOTO / HAKOB BARBERYAN (Photo by AFP) (-/AFP)
몰리브덴광의 모습. /AFP

손빨래를 하는 것처럼 압록강 부근에 접근해서 공해상으로 밀수품을 던져놓으면 이를 수거해가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해 거래한다는 겁니다.

[최송죽]혜산에서는 압록강 (폭이) 좁으니까 여름에는 압록강에 나가 다 손빨래합니다. 압록강에 나가서 빨래하면서 금같이 돈 좀 나가는 것을 닥종이랑 비닐로 물이 새지 않게 싸서 돌에다 같이 감싸줘서 압록강에서 던집니다. 상대방인 중국 사람들도 그 압록강에 나와서 다 빨래를 한단 말입니다. 전문으로 수영하면서 던지기를 받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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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ash clothes on the banks of a river near the North Korean city of Hyesan, across the Yalu River from the Chinese town of Changbai People wash clothes on the banks of a river near the North Korean city of Hyesan, across the Yalu River from the Chinese town of Changbai May 12, 2013. Chinese currency and U.S. dollars are being used more widely than ever in North Korea instead of the country's own money. The use of dollars and Chinese yuan, or renminbi, has accelerated since a revaluation of the North Korean won in 2009 wiped out the savings of millions of people, said experts on the country, defectors and Chinese border traders. Picture taken May 12, 2013. To match Insight KOREA-NORTH/MONEY REUTERS/John Ruwitch (NORTH KOREA - Tags: POLITICS BUSINESS SOCIETY) (John Ruwitch/REUTERS)
2013년 5월 북한 혜산시의 압록강 건너편인 중국 장백 조선족 자치현 강둑에서 사람들이 옷을 빨래하고 있다. /Reuters

대북 소식통도 북·중 간 화물 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국가 주도의 무역을 제외하고는 육로를 통한 비공식 교역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육로를 통해서는 밀수가 지금 거의 없죠. 지금 육로를 통한 밀수가 가능하려면 열차밖에는 없는데 열차는 무조건 빈 열차로 와요. 중국에서 나갈 때 물건 잔뜩 싣고 나가지만 북한 쪽에서 들어올 때는 완전히 빈 깡통만 들어와요.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13일) RFA에 “전반적인 교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밀수도 증가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전반적인 운송 조건이 완화됨에 따라 약초와 같은 불법 거래 상품을 중국으로 밀반입하던 무역업자들을 중심으로 밀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 간 소규모 밀수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

다만 북한 당국의 엄격한 밀수 단속과 전문 밀수꾼에 대한 집중 감시로 조직이 아닌 개인 수준의 밀거래가 더 많아지는 모양새입니다.

비공식 밀수와 전화 통화에 대한 통제가 심해지고 이전부터 밀수에 가담했던 밀수꾼들에 대한 감시가 철저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보통 북한에서 중국 측과 전화로 거래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데 휴대전화 단속이 심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최송죽 씨는 설명했습니다.

[최송죽]지금 밀수는 광범위하게도 못하고 전화하는 것도 힘들게 하더라고요. 전화하는 것도 막고 그전처럼 광범하게 못 하니까 (지인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옛날처럼 광범위한 밀수는 못 하고 던지기(만 하죠). (북한에 있는 지인이) "밀수도 마음대로 못 하니까 힘들다, 쌀값도 다 오르고 힘들다"고 말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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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man exercises on the Chinese side of the Yalu River across from the town of Hyesan, near the town of Changbai A woman exercises on the Chinese side of the Yalu River across from the town of Hyesan, near the town of Changbai, China, November 23, 2017. REUTERS/Damir Sagolj (DAMIR SAGOLJ/REUTERS)
2017년 11월 북한 혜산시의 압록강 건너편인 중국 장백현 압록강변에서 한 여성이 운동하고 있다. /Reuters

2년이 넘은 국경봉쇄로 북·중 국경 지역에 전반적으로 물품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아직 옷과 같이 부피가 큰 물건은 주고받을 만한 형편이 아니라고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야간통행금지 조치도 밀수에 걸림돌이 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밀수는 밤에 하는 거니까 밤에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집중 감시하고 단속하고 요주의 인물로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이처럼 ‘요주의 인물’ 즉, 전문 밀수꾼들을 보위부가 나서서 집중 감시하고 있는 겁니다.

[최송죽]저도 우리 동네에선 밀수꾼으로 완전히 낙인됐었습니다. 그 당시 여자가 밀수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제가 처음에 밀수할 때는 저희 동네에 저밖에 없으니까 제 이름만 부르면 사람들 다 밀수꾼이라고 생각했단 말입니다.

또 압록강 부근 지역에 2차 철조망이 설치되거나 경비대까지 추가 배치됐습니다.

[최송죽]또 최근에는 제가 살던 지역 (양강도)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국경이 봉쇄됐고 10월10일 당 창건 기념일에는 비상계엄령처럼 명절 전후로 다 봉쇄했습니다. 특별 경비들이 초소마다 밀수꾼들 (조심하라며) 아주 난리 쳤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17일) 북한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국경 봉쇄를 강화했다며 밀수가 활발했던 압록강 상류 회령시 부근에 감시초소와 철조망이 새롭게 설치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기존 철조망의 50m 간격으로 새로운 감시초소들이 설치됐고 순찰 도로 폭도 넓히는 등 국경 지역에 대한 통제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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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함경북도 회령시에 위치한 기존의 철조망을 보강하고 이와 평행한 2차 보조 철조망을 만들어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구글어스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한 휴먼라이츠워치(HRW) 그래픽 캡처

이처럼 더 철저해진 북·중 국경 밀수 단속에도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밀수를 강행한다고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개인 수준 아니면 몇 사람 모아서 국경 경비의 틈을 찾아서 도박적으로 '이제 경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이럴 바에는 중국으로 도망치자 아니면 월경하자' 밀수도 '실패하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번 해보자' 그러지 않으면 지금 한계에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북·중 국경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가 더 강화되는 가운데, 생계형 밀거래는 조금씩 고개를 드는 움직임입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