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기간 지속된 북·중 무역 중단과 한층 강화된 밀수 단속으로 그 동안 양국 간 조성된 물품조달 체계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변방지역에서 활동하던 무역업자들이 떠나고 중간 수송비까지 오른 건데요.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살기 위해 밀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밀수의 현 상황을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단둥과 장백서 밀수 ∙ 무역업자들 떠나
북·중 밀수 중단으로 생계를 위협당한 건 북한 주민들뿐만이 아닙니다.
[이시마루 지로]밀수했던 사람들이 다 장백현을 떠났다고들 합니다.
[소식통] (단둥에 있는 사람들) 죽을라 그래요. 거기 있는 사람들 못 살겠대요. 죽겠다고 그런다니까.
압록강 건너편 단둥(단동)과 창바이현(장백) 등지에서 공식∙비공식 교역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중국 상인들이 수입원이 끊기자 생업의 터전을 떠난 겁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10일) 중국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에서 북·중 간 밀수 물품을 유통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장백현에 있는 많은 조선족분이 장백현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밀수나 아니면 공식 무역이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장백현 쪽에서 준비하기 쉽지 않을 거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최근 북·중 교역이 서서히 재개되고 있지만 교역 경로가 2년 넘게 꽉 막혔던 탓에 창바이현의 대북 무역업자들은 이미 국경지역을 떠났다는 겁니다.
단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8일) RFA에 단둥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북·중 밀수에 종사했던 대북 무역업자의 말이라며 ‘북한의 국경봉쇄와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 조치 때문에 단둥의 유통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무역은 못 하지만 어쨌든 안 죽고 살아 있으니까 먹고 살아야지.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오죽하겠습니까. 단둥에 이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중간 수송비 ‘껑충’…북한 상인들 수입도 줄어든 듯
북한 주민들이 얻는 수익도 줄어든 모양새입니다.
이 대북 소식통은 북·중 밀수업자로부터 ‘북한 상인에게 지급하는 대금이 줄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간 물류 운송이 경로가 막히고 과정도 더 까다로워진 탓에 중간 수송비가 올랐다는 겁니다.
[소식통]수송비 등 (중간비)도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북한에서 받는 가격이 덜 된다고 봐야 해요. 왜냐하면 수송비를 또 수입업자가 중국에서 다 부담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톤당 수송비가 얼마 들어가니까 "이것 때문에 중국 쪽에서는 수지가 안 맞는다"는 얘기가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되면 천상 팔아먹으려면 북한 업자들이 "그러면 우리 가격을 조금 내려줄게"라고 하는 방법밖에 없을 겁니다. 수송비가 품목마다 다르고 또 수송비가 만만치 않다더라고요.
이전에는 화물 열차를 통한 북·중 교역도 활발해 유통 경로가 더 많았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예를 들어서 여기서 25톤 트럭으로 한 트럭 보려고 보내는데 (한국) 돈으로 따지면 6천만 원(4만 4천) 에서 8천만 원(5만 9천)이에요. 한 차에 이 정도 물건 보내던 것들이 다 중단된 거 아니에요.
2년 반의 국경봉쇄에 무역업자, 상인, 주민들도 난감
무역업자를 상대로 장사하던 사람들에게도 2년 반 넘게 이어진 북중 국경 봉쇄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단둥의 무역 사무직원, 관광업자, 식당 혹은 숙박시설을 운영하던 많은 사람도 하던 일을 중단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소식통]단둥에 무역 사무실이 있는데, 말하자면 무역 대리하고 이랬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런 사람들 다 손 놓고 있어요. 북한에 (중국) 관광(객을 보내곤)하던 사람들도 다 손을 놓고 있지, 해관 주변에서 북한 운전수들 상대로 장사하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 다 관뒀죠.

단둥과 창바이에 그치지 않고 랴오닝성(요녕성)의 성도인 선양(심양)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중 밀수∙무역업자들이 대개 선양에 있는 우아이 시장으로부터 물건을 떼어와 북한에 납품했는데 유통 과정이 막히니 도매업자들도 난감해진 겁니다.
[소식통]한국으로 말하면 동대문 시장 같은 엄청나게 규모가 큰 도매상인 우아이 시장이 있습니다. 주로 북한과 무역하는 사람들이 물건들을 거기서 주로 떼어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거기서 북한 무역상들하고 상대했던 상점 사람들도 간접적으로 피해가 크죠. (북한에 팔려고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들한테 물건 못 파니까.

북·중 국경 지대에서 10년간 밀수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최송죽 씨는 북한에 중국 물품이 유통되지 않아 북한 주민들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3일) RFA에 전했습니다.
[최송죽]국경에 사는 사람들은 밀수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상태입니다. (그 지역 물건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중국 상품이란 말입니다. 한국 상품들도 중국을 통해서 다 들어가니까 바로 한국에서 직접 북한으로 가는 건 없지 않습니까? 다 중국으로 통해서 들어가는 거니까. 밀수하지 않고는 안 되니까.

망가진 북·중 무역…살기 위한 밀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북·중 밀수가 활발해진 것은 북·중 국경 지역부터 확산한 코로나 백신 접종과 점점 악화하는 생활고 때문으로 평가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압록강 연안에서 9월 말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백신) 접종은 각 인민반에서 방역 담당자를 보내서 집단 접종을 했어요. 그래서 10월 20일경까지 다 끝났다고 합니다.
또 북한 당국에서 코로나 감염자 발생을 인정한 후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경계 분위기가 많이 약해졌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어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코로나 방역 통제 자체는 계속 유지가 되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겼으니까 코로나는 안 무섭다" 그리고 "감기와 비슷한 수준이다"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많이 퍼졌습니다.

북한에 있는 지인과 연락을 이어온 최송죽 씨도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 감염보다 굶어 죽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최송죽]"코로나 무시하면 죽는다"해도 굶어서 숱한 사람 죽었는데 (코로나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북한같으면 병에 걸리면 일단 죽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앓다 죽겠지 하는 생각에 사람들이 무서워 안 합니다.
코로나비루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만 봉쇄할 뿐 미흡한 북한 당국의 의료 대응에 주민들이 체념한 지 오래라는 겁니다.
[최송죽]북한에서 코로나 걸린 사람들 하루에 약 해열제 한 알씩 나눠줬습니다. 매일 매끼 아침, 저녁, 점심으로 한 알이 아니고 하루에 알을 나눠줬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코로나 퍼지면 그 동네를 봉쇄하고 아예 들어 못 가게 하고, 죽어도 진짜 어디다 말 못하고. 나라가 그렇게 하니까 "우리가 허리띠를 조여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사는 거죠.
국경봉쇄에 따른 북·중 간 무역 중단이 남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먹고 살기 위한 북한 주민들의 ‘생계형’ 밀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