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압축파일] 간부 ‘세자녀’ 지침에 입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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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북한이 국경과 사회 통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은 더 궁핍해졌습니다. 또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매우 어려워졌는데요. 2023년 5월,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일혁 씨가 북한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생생한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북 압축파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내부 소식이 담긴 파일을 열어보겠습니다. 탈북민 김일혁 씨와 함께합니다.]

" 북 간부들, '최소 3명' 자녀조건 맞추기 위해 입양까지 감수"

[ 기자] 김일혁 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한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세계가 저출산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데, 북한도 예외는 아니죠.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간부사업에 자녀 수를 반영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지침인가요?

[ 김일혁] 북한에서 경제적인 지원이 해결되면 좀 개선이 될지도 모르는데 일단은 그런 건 전혀 없으면서 '자식을 많이 낳아라, 자식을 많이 낳는 게 애국을 하는 길이다'라는 취지로 말합니다. 그래서 2018년쯤부터 이렇게 선전을 해왔고, 그 후 2021년쯤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그때는 최소한 당 간부를 하려면 김 정권이 요구하는 걸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당 간부를 하려면 자식이 셋 이상 되는 사람 기준일 때 합당하다'는 기준을 내놓았어요. 또, 행정 간부를 하는 조건에서는 자식이 2명 이상이 돼야 등용했습니다.

[ 기자] 실제 이 지침이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 김일혁] 간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만 이 방법이 먹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일반 상황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고 자식을 양육하고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으니까 그게 힘들어서 사실상 자식을 갖는 것 자체를 멀리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을 갖는 건 좀 천천히 생각해 보자' 이런 사람들이 되게 많거든요. 일반 주민들이 결혼하자마자 자식을 갖는 실태가 거의 없고 또 설사 몇 년 후에 자식을 낳더라도 하나로 끝내는 거죠. 근데 그 지침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자식이 2명인데 당 간부를 하려고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습니다. 데려다가 호적에 올려서 자식 수를 3명으로 신고 하고 간부 사업을 시작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인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친자식이 2명이었는데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대게 부모들이 살기 힘드니까 자식을 낳았지만 버린 아기를 데려다가 자기 자녀로 등록을 하고 간부 사업을 시작해서 무난한 위치의 벼슬을 받은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런 특단의 지침이 만들어졌고 오직 간부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그 지침을 받아들이고 있지, 일반인들은 전혀 달라짐이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 기자] 정확히 북한에서 간부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됩니까?

[ 김일혁] 일단, 북한에서 간부라고 할 수 있는 계층이 되려면 그 조건이 엄청 까다롭습니다. 북한에서 '돈 많이 있으면 죽은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인다' 이런 말도 있지만 북한 체제에서 돈이 많다고 해서 간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조건까지 가는 게 어떻게 되냐면, 북한에서 17세가 되면 성인이 돼서 군 복무를 하게 됩니다. 만 10년 동안 군 복무를 한 경력이 있어야 되고 군 복무를 하는 기간에 충성스럽게 군사 업무를 잘 수행해서 10점 만점 수준에 도달한 사람인 경우에 입당을 하는 거죠. 군 복무를 하려면 군복을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군인들이 먹고 쓰고 하는 그런 사생활용품까지도 전부 집에서 사서 대야 되거든요. 국가에서 나오는 게 없어요. 전혀. 또 입당을 할 때는 뇌물을 갖다 줘야지만 입당을 하지 그냥 공짜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남에게 밟히지 않고 살고 남에게 착취받지 않으려고 그냥 일을 악물고 고생을 해서라도 간부를 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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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와 각 도당위원회에서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월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기자] 그럼 군 복무를 마치고 27세에 바로 간부가 될 수 있는 건가요?

[ 김일혁] 제대를 해서 중앙대 최소 5년 이상짜리 대학을 나와야 됩니다. 북한에서 흔히 '자본주의 사회는 교육 기관들이 월사금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교육을 많이 하거든요. 근데 월사금을 걷는 게 차라리 나아요. 이번 달에 내야 하는 금액을 내면 끝나잖아요. 근데 북한은 "충성의 당자금을 어떻게 해야 됩니다. 갈마 관광지의 건설 자재를 보장해야 되는데 얼마씩 내야 됩니다. 삼지연 건설을 하는데 얼마씩 내시오." 수도 없이 갖다바쳐야 돼요. 이렇게 해서 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오면 간부 사업을 받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직종의 일을 시작하기 위해 뇌물을 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조건을 갖추어야 (당 간부로서) 그 누군가를 착취해내고 편안히 앉아서 말 한마디로 뭔가를 받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까지 도달하려면, 성인이 돼서부터 그 수준까지 가는 데 최소한 20년. 그 이상이면 30년도 가는 거죠. 엄청 고생을 해야 돼요.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 사이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사회적 과제, 파도처럼 밀려오는 당 검열 때문에 우리 인민들은 허리 필 날이 없다" 이런 말이 있거든요. 주민들에게 욕을 엄청 많이 먹는 사람이 위에서는 칭찬받는 사람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부를 너도 나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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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아이를 더 낳으면서까지 간부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도대체 간부의 권력이 북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 겁니까?

[ 김일혁] 솔직히 북한에서는 재력을 가진 돈주라도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못 견딥니다. 권력 앞에 돈이 견디질 못해요. 일단 간부가 되면 당에서 부여해 준 권력을 갖습니다. 그 권력의 칼자루를 들고 자기 마음먹은 대로 휘두르는 거죠. 그러니까 지침이 내려오면 간부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당의 지침이 떨어질 때마다 부를 축적하는 건 권력 계층이고 그리고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는 건 북한 인민들인 거죠. 지침이 딱 떨어지면 그 지침이 법보다 더 위입니다. 헌법보다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당의 지침, 즉 김정은의 발언인 거죠. 이 지침을 집행하면서 (간부들이) 말도 안 되게 엄청 많은 양의 세금을 걷어서 일부는 당에 납부를 하고 일부는 자기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겁니다. 그렇게 먹고 살거든요. 간부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를 악물고 그 권력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기자] 처음 이 지시가 내려왔을 때와 비교해서, 요즘 북한의 부부들이 자녀 수로 간부 급수를 정한다는 것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인가요?

[ 김일혁] 일단 비중을 따져보자면 북한 주민들 중에 한 40% 정도는 간부를 하려고 노력해요.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일부는 한마디로 말단 간부가 되는 거고 일부는 엘리트 간부가 되는 거죠. 근데 40% 중에서도 정말 쓰임을 받는 사람들은 한 20%로 줄기는 해요. 그런데 간부 사업을 노리고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한 40%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60% 정도의 인구는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도 보지 말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왜 도전을 안 하냐면, 간부를 하려면 토대가 좋아야 되거든요. 북한에서는 토대를 따집니다. 그러니까 집안 토대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신경을 안 쓰는 거죠. '어차피 노력해도 달라질 게 뭐 있어, 그냥 이 사회에서 굶어 죽지 않고 살아 남는 게 장땡이다' 이런 생각인 거죠. 그러니까 권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조건을 따라야만 합당하니까, 그 (자녀 수) 지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권력은 꿈도 안 꾸는 친구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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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일, 한 손에는 금색 장난감 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중국산 쇼핑백을 든 북한 소녀가 다른 여성들과 함께 북한 라선시의 라선 자유 무역 시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AP

[ 기자] 탈북 직전까지 북한 저출산의 심각성을 느끼셨나요?

[ 김일혁] 제가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한 학급에 재적 인원수가 35명에서 45명 정도 됐었거든요. 그랬는데 저보다 10년 후배들 상황에서는 한 학급 인원수가 20명으로 줄었고요. 그리고 요즘 애들 상황에서는 한 학급 인원 수가 어떤 학급은 10명 미만인 학급도 있어요. 한 2000년쯤에만 해도 시내 학교의 한 학급 인원수가 40명이었고, 한 학년에서 1반부터 5반 이상까지 있었거든요. 그게 10년 후에 다르고 또 그 10년 후에 다르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시내 학교에서도 30명 정도씩 있는 반이, 3반 이상씩 있는 학년이 별로 없어요. 또 군(county)의 학교를 가보면 그냥 교실이 텅텅 비었어요. 이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요즘 사람들은 애를 많이 안 낳아요. 유치원 선생님들이 애를 몰고 다니는 수도 엄청 줄었더라고요.

[ 기자] 요즘 북한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나요?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십니까?

[ 김일혁] 이게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지,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혼사를 하길 바라고 있고 또 혼사를 하면 손주를 빨리 보고 싶다 하면서 자식들을 독촉하거든요. 이런 독촉을 할 때마다 자식들이 부모님들에게 "아이 낳아놓으면 키워줄 거야?" 이런 식의 바른 소리도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는 하려고 하지만 '결혼을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이런 인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골 사람들은 그나마 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있기는 하거든요. 근데 얘기를 들어보면 이 친구들도 결혼을 했지만 최소한 5년 이상은 돈 벌어서 나중에 아이를 낳더라도 하나만 낳고 끝내자라고 흔히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요즘 북한 MZ세대들은 자식을 낳는 문제도 꼭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보지 않아요.

[ 기자] 네, [북 압축파일] 오늘은 탈북민 김일혁 씨와 함께 북한의 저출산 문제와 이에 대응해 김정은 정권이 내놓은 간부 자녀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일혁 씨,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