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 간부 부정부패에 칼 들었지만 , 부메랑 돼 역풍 가능성 "
[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방 간부들의 비위를 직접 질타하고, 노동신문이 사회주의 정권 몰락의 원인을 도덕적 부패에서 찾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내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지난 1월 25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노동당 서기급 확대회의에서 남포시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어 2월 5일 노동신문 사설에서는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정부패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2020년 2월 말,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의 특권과 부정부패로 현직 당 부위원장 2명이 해임됐고, 북한 매체들은 전 사회적인 도덕 건설 운동을 연일 진행했습니다. 이는 2019년 11월 당 고급 간부 학교의 한 교수가 뇌물 상납에 연루돼 자살한 사건에서 비롯됐는데, 이런 사건들은 북한 독재정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사회에서 개인적 부정행위가 없을 수는 없지만, 당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사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공무원 월급이 인상됐지만, 한 달에 북한 돈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로, 이는 미화로 약 20~40달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4인 가족이 한 달을 생활하려면 약 100달러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 소득은 시장 경제 활동에 의존해야 하지만, 당 간부나 정부 관리들은 공식적으로 이런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북한 최고지도자가 갑자기 새로운 사업을 명령하면, 각 부서는 이를 대비해 비용이나 충성 작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국자들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모으게 됩니다. 월급 인상 효과도 물가 상승에 의해 상쇄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부정부패를 해결하려면 북한 스스로 시장 경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북한에서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당국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명확한 법률 기준이나 규칙 없이 자의적으로 단속하면 당과 정부 관계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겁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부정부패 퇴치 운동은 결국, 김정은 통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당분간 미북 상호 압박 거셀 듯 … 협상력 극대화 전략 "
[ 기자 ] 북한 매체는 지난 1월 29일 김 총비서가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핵 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 불가결하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발언이 나온 시점과 맥락이 궁금합니다. 단순 방어 차원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할까요?
[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 배경을 살펴봐야 합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주로 미국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기능합니다. 이를 위해 '상호 확증 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에 기반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미국도 심각한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핵무기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같은 단순한 방어 무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핵 방패’를 강화하려면 실제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김 총비서가 국방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다탄두 미사일, 원자력 잠수함 등 공격 무기 개발 목표와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이러한 무기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가을에 예정된 미국 중간 선거까지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보이고, 북한은 2025년 말까지 국방 개혁 5개년 계획의 완성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2026년 전반부에 미북 정상회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 모두 정상회담에서 최대 성과를 얻기 위해 서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북한 외무성이 강하게 반발한 사례도 있는데, 앞으로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있었던 ‘로켓맨’ 발언 등 상호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미 원자력 항공모함의 한반도 파견 등의 행위가 2025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전쟁 의도라기보다는 정상회담 성과를 위한 전략적 행위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 기자 ] 지난 1월 30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1월 중순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북한군 병사들이 전선에서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군이 여전히 전투 중이라는 엇갈린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장에서 북한군의 모습이 줄었다는 것은 일관된 정보로 보입니다. 이것이 퇴각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술적 재평가 과정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역할과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전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군이 퇴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은 약 1만 1천~1만 2천 명의 병사를 파병했으며,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에 따르면 약 4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이 숫자의 약 80% 정도를 신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약 3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군대에서는 30%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부대의 전투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시적 후퇴는 군사적으로 당연한 조치입니다. 문제는 북한군이 완전히 철수할 것인지, 아니면 전선에 복귀할 것인지입니다. 북한군이 오는 5월 러시아 전승 기념일에 맞춰 다시 참전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5월까지는 러시아와 함께 싸울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종전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내년 가을 미국 중간 선거까지 성과를 얻으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전쟁 종결 시점까지 전투에 계속 참여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전후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추가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북한군은 약 110만 명 규모이며, 그 중 실제 전투에 투입 가능한 병력은 약 60만 명으로 평가됩니다. 이 중 약 3만 명을 해외에 파견해도 국내 방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사상자를 대체하고, 병력을 재편성해 전선에 재투입할 가능성이 크며, 사상자 증가를 막기 위해 러시아군과 협력해 장갑차나 전차 등 장비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북한군이 앞으로 전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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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가능성 거의 없어 "
[ 기자 ] 한편, 피트 헤그세그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한국과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한국 방위를 위한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는데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미국이 더 강력한 확장 억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트럼프 정권의 핵심 중 하나는 미국 제일주의입니다. 이 정책 아래 미국은 한국의 방위를 지원하겠지만, 이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겁니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미국에 확장 억제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 비용과 원자력 항공모함, 전략 폭격기 파견 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그 국방장관과 스티브 페인버그 차관은 국방부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에 넘버 3로 임명된 엘브리지 콜비 국방차관보(정책 차관보)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콜비 차관보는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의 안전보장은 한국에 맡기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주한미군을 축소하고 주일미군과 통합하는 재편 계획도 고려 중입니다. 이는 한국군이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수입해 자체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철통같은 공약’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까지만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한국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한국 대통령과 국가안보실(NSC)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한국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달할 주요 인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올해 봄 동아시아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 방문이 한미 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 기자 ] 끝으로, 한국의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남북 간에 '두 개의 국가론'을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 협력 의제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과거에도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때 민족과 통일을 정치적 목표로 삼아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북한은 한국에 대한 적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곡가 황진영 씨의 서거 보도에서도 '다시 만납시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등 민족 통일 주제의 노래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보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만약 북한이 남북 협의에 응한다면, 이는 한국으로부터의 경제 지원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 중대한 조건이 충족될 때로 한정될 겁니다. 현재 남북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기자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