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14년부터 일부 수감 시설을 철거하면서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요덕 정치범 수용소'(15호 관리소)가 그동안 남아있던 감시 초소와 경비 막사 등을 철거한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대신 새 살림집들이 들어섰는데요. 이에 따라 요덕 수용소는 완전히 폐쇄되고 민간 용도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 2021년 북한이 발표한 ‘새 농촌혁명강령’에 따라 농촌 마을을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겠다는 건설 사업의 하나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요덕 수용소의 폐쇄로 범죄를 은폐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했습니다.
"15 호 관리소 철거 후 민간용 주택 계속 건설 "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약 110km 떨어진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
‘15호 관리소’로도 불리는 이곳은 그동안 북한의 반체제 인사와 그들의 가족, 탈북 시도자 등이 수감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금은 15호 관리소가 완전히 폐쇄되고, 주택 형식의 농촌 살림집이 들어선 것이 식별됐습니다.
미국의 민간 위성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은 “요덕 수용소가 2014년에 폐쇄됐지만, 일부 보안 기반 시설이 수년 동안 남아 있었고, 여전히 운영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간헐적으로 제기돼, 수용소의 폐쇄 여부가 불확실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2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이 수용소는 확실히 폐쇄됐고 민간 용도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우선 2017년 9월에 식별된 수감자 주거 시설은, 2022년 새로운 주택 시설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2월 8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두 지역에서 새로 건설 중인 주택 단지가 포착됐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또 2022년 5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수용소 행정 구역 인근 개발 구역이 텅 비어 있었는데, 지난 8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총 86개의 복층 주택이 들어섰습니다.
2022년과 2025년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요덕 수용소 행정 구역 인근에 86채의 복층 주택이 새로 지어졌다. / Google Earth, Planet Labs, 이미지 제작 – Jacob Bogle
또 보글 분석가는 사라진 수용소의 울타리와 경비 막사, 감시 초소 등을 근거로 “북한이 15호 관리소를 더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4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약 85km 길이에 달하는 요덕 수용소의 경계선을 따라 울타리와 감시 초소가 설치된 것이 명확히 식별됩니다.
하지만 지난 8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요덕 수용소 내에 흐르는 립석천을 가로지르던 외곽 울타리가 사라졌고, 경비 막사와 울타리 경로를 따라 세워졌던 소규모 감시 초소들도 철거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15 호 관리소 살림집 건설로 ' 새 농촌혁명강령 ' 시행 중 ?
앞서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2022년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5호 관리소가 수감자를 충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 체계를 개편하고 시설의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이 15호 관리소의 시설을 대거 철거하고 주택 단지를 세우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실제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새 건물의 모습이 2023년 7월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복층 주택들의 모형과 흡사한 것도 특징입니다.

보글 분석가는 15호 관리소 안에 민간용 주택이 들어선 것으로 분석하면서 “북한 전역의 다른 도시들과 똑같이 ‘특유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새 주택들이 건설되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21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 농촌혁명강령’에 따라 전국의 농촌 마을을 삼지연시처럼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겠다는 건설 사업을 발표한 이후 3년 이상 각지에서 새 살림집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해 10월, 수백 개 농장에 4만 4천여 세대의 농촌 주택을 건설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보글 분석가는 15호 관리소에 대해 “과거 22호 관리소가 폐쇄된 후 13년간 재개발된 과정과 유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라며, 22호 관리소처럼 낮은 성분을 가진 사람이 이곳에 재정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위성사진 분석과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평안북도 회령시에 위치했던 22호 관리소는 2012년 폐쇄됐고, 일부 시설이 민간용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회장도 21일 RFA와 한 전화 통화에서 “22호 관리소가 해체되면서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사람이 다른 수용소로 이전하거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재정착하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 그렉 스칼라튜 ] 수감자들은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 그래서 때때로 그들은 같은 장소에서 재정착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 다시 말해 , 수용소 또는 그 일부가 어느 정도 일반적인 농경지로 전환된다는 의미입니다 . 그들은 그곳에 그대로 머물며 생활하게 됩니다 .
또 현재 15호 관리소의 경공업과 농업 시설 등은 철거되지 않았는데, 이 또한 22호 관리소의 상황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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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수용소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도 주목해야 "
북한인권위원회가 2015년 발표한 15호 관리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일하는 수감자들은 대게 농사나 가축 관리, 목재 가공, 경공업 작업 등의 노동을 수행합니다.
요덕 수용소 내 인권 유린 실태를 직접 목격한 탈북민 출신의 안명철 북한인권단체 'NK워치' 대표는 지난해 9월에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직접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 안명철 ] 김씨 일가는 북한에 정치범이 존재하지 않고 , 이에 따라 정치범 수용소도 없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
스칼라튜 회장도 북한이 15호 관리소를 폐쇄한 것은 김정은 정권이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 그렉 스칼라튜 ] 요덕에 있는 15 호 관리소는 전직 간부들이 수감됐던 곳이었습니다 . 그래서 고위 간부와 그들의 가족이 여럿 수감돼 있었죠 . 그리고 북한의 모든 정치범 수용소 중 가장 많은 목격자 , 증언이 나온 곳이기도 합니다 . 수용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또 그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여러 곳이 철거되거나 규모가 조정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이전되는 수감자들을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그렉 스칼라튜 ] 22 호 관리소의 경우 , 수용소가 해체되고 약 8 천 명의 수감자들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진술한 목격자들이 있었습니다 . 새로 짓거나 확장되는 수용소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항상 변화해 왔지만 , 특히 김정은 정권 아래 더욱 그러했습니다 .
스칼라튜 회장은 “위성사진을 통해 목격하는 북한의 변화가 실제 어떤 상황을 반영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증언을 통한 정보 수집이 필수적”이란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북한에 대한 제4차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 심의에서 북한은 또다시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당시 심의에서 북한 당국자는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라거나 정치범 수용소라는 표현 자체가 없으며 반국가범죄자만이 있을 뿐이고 교화소만이 있을 뿐”라고 주장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