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에 들어서면서 주택과 지방 공장 건설, 관광지 개발 등에 집중하는 모습인데요.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한국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건설 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그는 올해 개장을 앞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대북 제재와 정치·군사적 위험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진단]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천소람 기자가 김영희 연구원과 올해 북한 경제 정책의 방향과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북 ,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마지막 해… 성과 내기에 집중할 듯
[기자]김영희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우선 2025년 북한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여쭙고 싶은데요.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방향성을 가질 것으로 보시나요?

[김영희]올해 북한의 경제 정책 방향은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했던,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표라고 했던 모든 부분에서 정비 보강 사업을 완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5개년 발전 단계를 이행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비 보강은 산업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공장 기업소의 노후화된 설비를 들어내고 현대화된 설비를 다시 채우는 등 필요한 설비를 보충하는 건데요. 경제 관리 방법을 새롭게 개선하는 것이 모두 정비 보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자는 의미인데요. 올해가 노동당 창립 80주년이고,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올해는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입니다. 경제발전 정책에서 건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방 발전 20x10 정책', 살림집 건설, 양식사업소 등 다양한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건설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영희]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가장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건설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또 올해 최고인민회의에서 2024년 성과로 크게 부각된 부분도 건설이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건설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다른 사업에 비해 목표를 세우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주택과 산업시설을 건설할 때 가장 중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노동력, 그리고 원부자재입니다. 북한 노동력은 군인도 있고, 공장기업소 가동률이 40% 정도이기 때문에 60%의 근로자가 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기업소 근로자들을 돌격대로 동원하면 얼마든지 (노동력 해결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또 건설에 들어가는 원부자재, 시멘트, 모래, 자갈, 철근 등은 북한에서도 생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고층인 평양시 주택 건설을 제외하고 크레인 등 건설 장비나 전력도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건설에 집중하는 두 번째 이유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바로 보여줄 수 있고, 주민들은 그것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죠. 또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도 고취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건설 부문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지방 발전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원재료 공급 부족, 전력난 등으로 공장을 꾸준히 가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경제적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구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희]많은 북한 전문가도 우려하는 부분이 이 지속성인데요. 공장을 건설해 놨는데, 전기도 없고, 원료와 자재도 없는데 어떻게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1월 야심 차게 지방 건설 정책을 발표했죠. 지방공장 건설이 수입 원료 자재에 의한 공장 건설이 아니고,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곡물, 육류, 수산물, 산나물, 산열매 등 지방의 원료로 이용한 공장 운영이기 때문에, 100%는 아니더라도 건설 이후 반년 이상이 지나면 어느 정도 가동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문제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주민들 속에서 불신이 생기고 체제 유지, 정권 유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장을 돌리려고 많이 노력할 거예요. 지금은 많은 우려가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지금까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한데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과 미흡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영희]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정비 보강 과제, 주민들의 식이 생활과 관련된 과제, 시군 지방 발전 과제로 구분돼 있는데요. 기간산업 부문의 정비 보강 측면에서는 일정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지만,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특별한 성과는 없습니다. 주민들의 식이 생활과 시군 지방 발전 계획의 성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봅니다. 또 건설 부문에서는 계획대로 이루어졌고, 지방 발전 계획 부분인 '지방 발전 20x10 정책'은 사실 늦게 추진됐기 때문에 아직 큰 성과는 못 이뤘다고 보는데, 앞으로 북한이 이 부분에 많이 중점을 둘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양적으로 아직 집행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질적으로도 수행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미흡한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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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경제특구 카지노 돈 잘 벌어, 원산갈마지구에도 있다면...”
[기자]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오늘 6월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중국 여행사가 북한 나선경제특구 육로 관광객을 모집 중인데요. 러시아에 제한됐던 외국인 관광도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취임 첫날 북한의 콘도를 언급한 바 있는데요. 올해 북한의 관광 사업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올해 관광 부문에서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영희]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도 5개년 계획 중 하나였습니다. '신규 건설 관광지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대외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자',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계획에 준해서 5년 동안 단계별로 추진하자'라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고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비로봉 등산관광지구 등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김 총비서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현지 시찰을 하면서 6월 개장을 지시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개장할 것으로 보이고요. 나선경제특구도 외국인 관광객 모집에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제 관광 확대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러시아 관광객으로 한정돼 있지만, 올해 하순부터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산갈마지구 건설을 마무리했는데 아무도 안 오면 안 되잖아요. 관광객 모집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데 늦춰질 경우에는 북한이 원하는 정도의 관광 활성화는 올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올해는 과도기로서 경제적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막대한 재원과 자원을 투자한 원산갈마지구가 관광특구로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김영희]당장은 아니지만, 점차 많은 관광객이 북한을 찾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정치 군사적 위험 해소가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실험 및 도발을 계속한다면 국가별로 북한 관광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또 관광객에 대한 지나친 통제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선경제특구에서 온 사람들을 인터뷰해 보면 다른 공장은 잘 돌아가지 않아도 카지노는 돈을 잘 번다고 합니다. 급여를 많이 받았다고 증언합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도 카지노가 있다면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질 텐데, 전제 조건 등이 해결되면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북한 경제적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 중에는 대북 제재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연구원님께서 보시는 북한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북한 경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김영희]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2016년부터 고강도 대북 제재가 없었다면 북한에 벌써 외국 기업들이 투자해서 진출하지 않았을까', '관광도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석탄, 섬유, 수산물 수출 등이 많아져서 외화를 많이 확보하고 경제가 어느 정도 회생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참 아쉬운 부분인데요.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2016년 경제 성장률은 3.9%였습니다. 하지만 2017년의 대북 제재 때문에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보였죠.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대북 제재가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과거 전통적인 계획 경제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외부적인 요인이 해결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 주민 생활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국과 베트남(윁남)처럼 완전한 개혁 개방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과 더불어 경제 협력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올해 북러, 북중 간 교역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김영희]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북중 무역액은 약 19억 달러 정도로 추산됩니다.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는데요. 이것은 최근 북러 간 협력을 강화함에 따라 북중 관계에 소홀한 것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대북 정책, 대러 정책에 따라 북중 간 교역이 지금보다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 시행에 있어서 중국의 가교 역할이 중요하고, 중국은 또 이를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부각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북한과 관계를 유연하게 가져갈 것으로 봅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따라 북러 관계가 약화하고, 북중 관계가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북러 교역도 어느 정도 진행되겠지만, 북중 간 교역이 더 확대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기자]마지막으로 북러를 잇는 두만강에 자동차 다리가 본격적으로 지어진다는 소식입니다.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될까요?
[김영희]경제적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북한에서) 러시아는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많이 들어가야 무역이 가능합니다. 지리적인 요건은 중국이 더 좋죠. 기름도 덜 들고요. 러시아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유통비, 운반비가 중국과 비교해 더 많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북러 간 교역보다도 북중 간 교역이 원가를 절약하면서 훨씬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습니다.
[기자]박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전문가 진단], 오늘은 한국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객원연구원과 함께 올해 북한 경제 정책의 방향성과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