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와 올해 북러 관계가 더 밀착하는 가운데 북중 사이에는 미묘한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은 북한이 중요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일부 내용은 사후 통보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고, 북한 역시 중국이 러시아처럼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 것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고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북중 사이에 불만과 섭섭함이 표출되면서도 전략적 소통이라는 큰 틀에서 협력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건데요. [전문가 진단]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현재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북중 관계 전문가, 박종철 교수를 노정민 기자가 대담했습니다.
중 , 북러 협력에 관한 사후 통보에 '불만'… 북, 중국의 대북 제재 유지에 '섭섭'
[기자]박종철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중 관계에 관한 뉴스나 소식이 잘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북중 수교 75주년이었지만, 조용히 지나간 것 같고요. 새해를 맞아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연하장을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잠잠한 듯합니다. 오히려 사이가 나빠졌다는 진단도 있는데요. 지금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 반대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박종철]전 세계적으로 강대국의 전략 경쟁이라는 구조적 영향 아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의지, 북러 동맹조약 체결 등의 국면이 결부돼 있습니다. 중국 학자들은 북중 관계에서 미묘한 분위기, 또는 이상 기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하면서도, 중국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북중 간 이상 기류의 핵심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노동자 파견, 그리고 중국의 지속된 무역 제재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첫째, 2024년 10월에 북러 동맹 조약이 체결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2024년 말, 북한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1만 명 이상의 전투병을 파병하고, 노동자와 비전투 병력의 파병, 그리고 대규모 포탄 등 무기를 지원했는데, 중국 측은 이를 사후에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시 주석은 일관되게 유엔 안보리 제재의 틀을 유지하고, 북러 사이에 전투병 파견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에 의해 유엔 제재의 틀이 무너진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해 제재를 유지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대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김 총비서는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미북 대화를 추동했습니다. 하지만 회담은 결렬됐고, 시 주석의 조언을 수용했던 김 총비서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죠. 또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하노이 회담의 결렬에는 중국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배상, 즉 신규 노동자 파견이나 무역 협력 확대 등을 제공해야 하는데, 오히려 제한적이거든요. 따라서 미북 대화를 준비하는 국면에서 중국을 고의로 배제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리고 셋째로는, 러시아가 신규 노동자 파견, 다양한 무역 등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의 틀을 넘어섰는데, 중국은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또 중국 동북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의 하나가 동해로의 진출입니다. 북러 사이에 두만강 대교를 새롭게 설치하고, 대형 선박이 두만강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두만강 하류의 방천 지역에 항구를 짓는 문제도 있는데, 중러 사이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중 사이에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북중 간 경제 교류, 특히 민간 교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박종철] 2020년 2월 북중 국경이 차단된 이후, 많은 서방 학자가 코로나와 대북 제재, 자연재해의 삼중고를 이유로 '북한 붕괴론'을 주장했습니다. 제가 2024년 8월에 북중 국경을 돌아보았는데, 최근 3년 사이에 농촌, 산촌, 도시에 고층 주택과 공장이 상당히 많이 건설됐고, 중장비도 곳곳에서 목격했습니다. ( 관련 기사) 북한 주민들의 복장도 개선되고, 열차와 물류 차량 운행도 증가한 것을 관찰했습니다.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도 석유와 곡물 상황이 상당히 개선됐고, 주택과 공장 건설, 차량 통행도 증가했다고, 저와 동일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으로서 중국 전문가들은 주로 러시아 당국이 상당량의 석유와 곡물, 의약품 등을 원산, 청진, 라진 등의 항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을 몇 가지 정리하면 첫째, 북한이 러시아처럼 제재의 틀을 넘어서는 무역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중국 국경 지역에 잔류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약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질병 등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 4~5년 이상 체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2023년 봄부터 북중 국경이 제한적으로 개통됐지만, 신규 북한 노동자 파견이 없는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압록강 지역은 소형 농장과 공장 등에 소규모로 분산 배치돼 일하고 있고, 두만강 지역은 대규모 공업단지에 배치돼 있습니다. 또 북경 등 대도시의 일반 식당에서도 북한 종업원들을 20~30명 단위로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 셋째, 제가 중국 무역업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도 어느 정도 비공식 무역이 있었다고 합니다. 압록강 일대에 200여 개의 소규모 무역 항구가 존재했는데, 코로나 기간 중국 당국이 모두 폐쇄했음에도, 긴 북중 국경 특성상 중국 당국이 모두 통제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무역 재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 기간 북한과 중국, 양쪽 당국이 물류 통로를 차단했지만, 새로운 통로와 무역 물품, 무역업체가 생겨났습니다. 지난해 여름 동안 북중 국경을 돌아봤는데, 양강도와 자강도의 산간 마을이나 농촌에서도 중국산 중장비가 목격됐습니다. 이를 통해 일정 수준의 비공식 무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당수의 북한 외교관과 무역업자, 학자, 유학생 등이 귀국하면서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이들의 인원이 수백 명 규모로 많지 않고,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도 아닌데요. 제가 2023년, 2024년 여름과 가을에 북중 국경을 방문했을 때 화물 열차와 트럭이 지나가고, 승객 열차와 버스가 국경을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커튼이 쳐져 있어서, 승객의 탑승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지난해 중국 내 분위기도 그랬고,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김 총비서의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 총비서의 방중은 없었는데요. 그 이유나 배경이 있을까요?
[박종철]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무엇보다 북러동맹 체결 이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무기 제공, 러시아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북한 이전 등에 대한 정보 등을 북한이 중국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정보는 사후 통보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신규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대국 간의 갈등, 미중 간 전략 경쟁으로 중국과 북한은 각각 진영 내에 묶여 있고,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북중 양국 사이에 섭섭함이 표출되고 있는 겁니다.
또 큰 틀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긴장된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 긴장된 전략적 소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중국 내에서는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중재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예 한국과 중국을 건너뛸 거라고 전망하는 중국 학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2006년과 2016년에 미국과 중국이 함께 북한을 압박했을 때, 북중 양국이 서로 손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양국은 전략적 소통이라는 큰 틀에서 상황 관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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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내 반중 분위기 최고조 … 전략적 경쟁 심화 예상
[기자]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고, 그동안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내각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반중 정책을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높은 관세 등을 앞세워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 같은데요. 다시 미중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건가요?
[박종철] 2024년 11월, 저는 북경에서 중국 학자들과 함께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을 봤습니다. 그때 중국 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오래된 벗'(라오평요우, Lao Pengyou)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부분 트럼프 당선을 전망했고, 또한 상당수 사람이 트럼프의 당선을 희망했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관세 무역 전쟁의 경험이 있어서, 상당한 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코로나 대유행 이후 미국의 물가 상승과 중산층의 생활고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견제와 관세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임제 대통령이기 때문에 1~2년만 잘 버티면 된다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집권 첫해부터 인종, 종교, 성별,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따른 내부적 균열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일본, 한국 등 동맹 사이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과 화성 탐사,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첨단기술을 추격하고 있다고 자신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해 여름과 겨울,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글로벌학과의 방문 학자로서 워싱턴을 방문해 여러 전문가를 만났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의 초청으로 의사당에서 여러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워싱턴에서 반중 분위기가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상당한 수준이고, 중국을 악으로 규정하며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기인데, 큰 틀에서는 더 강력해진 반중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대중 정책을 조정하고 있으며, 지금은 반중∙반러 캠페인(운동) 중심인 것 같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모두 공약으로 이행되는 것이라기보다, 담당 고위직들이 새롭게 정책을 설계하고 발표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시기와 비교했을 때 미중 충돌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지만, 적대 의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오히려 그 강도는 조금 약화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중 충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일부 사안별로 협력하는 전략적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자]특히 북한은 밀착한 북러 관계를 포기할 수 없고요. 러시아라는 든든한 배경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서 밀리지 않으려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중국도 북한을 중요한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올해에도 북한의 몸값만 올라가는 것 아닐까요?
[박종철]우선 북한 경제가 2019년과 비교해 상당히 안정적이며, 체제의 내구력이 상당히 향상됐습니다. 또 현재 북러 간에 전투병과 후방을 지원하는 비전투병의 추가 파병 문제, 노동자 추가 파견과 핵, 탄도미사일 기술 이전, 그리고 석유, 곡물, 의약품과 같은 기초 자원의 제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기도 했고, 또한 김정은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 총비서는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동결해 왔지만, 2022년 3월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면서, 김 총비서는 이에 대한 비대칭 전략으로서 핵과 탄도미사일 역량을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접근방식이 실패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대화 방식과 하노이 회담 당시 주고받기식 모델이 좀 더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2019년 미북 정상회담의 주제였던,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북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내에서 핵 군축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 국무부나 국방부의 고위실무자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대가이자, 미국식 실용주의의 상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상황보다 개선되고, 장기적으로 비핵화의 디딤돌이 된다면, 북한의 핵 동결을 시작으로 단계적 핵 감축, 그리고 장기적 비핵화의 로드맵(이행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정상회담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2019년 하노이 협상의 결렬과 한미 대북정책의 실패로 북한의 몸값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미북 대화의 입구로서 현 상태의 동결부터 시작해도 양측 모두가 손해를 보는 협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네. [전문가 진단] 지금까지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와 함께 북중 관계의 현주소와 미중 갈등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