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압축파일] “진단서 발급, 병원 가는 이유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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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북한이 국경과 사회 통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은 더 궁핍해졌습니다. 또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매우 어려워졌는데요. 2023년 5월,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일혁 씨가 북한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생생한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북 압축파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내부 소식이 담긴 파일을 열어보겠습니다. 탈북민 김일혁 씨와 함께합니다.]

“북한에 병원이 없는 게 아냐… 기존 병원, 의사부터 챙겨야”

[기자]김일혁 씨, 안녕하세요. 지난 6일 김정은 총비서가 '지방 발전 20×10 정책' 추진 현장인 평양시 강동군 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일 연설을 통해 도농 격차 해소를 강조하면서 강동군 외에 용강군, 구성시 등 3곳에 시범적으로 병원을 건설하고, 내년부터 매년 20개 시군에 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요. 현실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일혁]북한에 병원 건물이 없어서 환자들을 치료 못 하나요. 병원 건물은 있는데 건물에서 일하는 의사 자체가 텅 비었고요. 그리고 국가에서 의사들에게 봉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없어서 병원 운영이 안 되는 게 문제인 거죠. 시설이 없어서 치료를 못 하는 게 아니에요. 북한에서는 어떤 지역구에 있는 병원이라도 거의 현대적으로 건설됐어요. 그런데 의사들의 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족한 원인은 국가에서 월급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장사를 하고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거든요.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의사들에게 월급을 줘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제일 첫 번째입니다. 또 의술 장비를 장만하고 설치하는 게 두 번째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병원 건물을 짓는 건 외부에서 보기에 일종의 쇼(show)일 뿐입니다.

[기자] 대북제재 때문에 의료 기구와 건설 자재 등 반입이 어려워 제대로 병원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인데, 실제 북한의 지방 병원 상황은 어땠습니까?

[김일혁] 솔직히 내부 시설이 열악하죠. 북한에는 병원 문제를 개선하기에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에요. 지금 상황에서 절대 해결 못 합니다. 제일 첫 번째로 중요한 게 전기가 없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간편하게 검진하는 기구도, 도시가 아닌 군에 있는 병원에는 옛날 1960~1970년도에 만들어진 '뢴트겐'(엑스레이)이라는 장비로 신체적 구조를 비춰보고 검사를 하는데, 이것도 전기가 없어서 엔진으로 돌리거든요. 환자들이 검사를 받으려면 디젤류라고 하는 연료를 병원에 가지고 가야 되거든요. 그 연료를 태우면서 엔진을 돌려 기계를 가동합니다. 그래서 말이 병원이지, 그 소음이 장난 아닙니다. 매연이 나오는데 의사들이 전기도 없이 어두컴컴한 데서 그냥 손전등 같은 것을 켜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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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해 8월 지방공업공장 건설장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 아니면 아파도 병원 안 가… 진단서 뗄 때만”

[기자]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병원에 가면 비용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김일혁] 예전에는 '인민병원'이라는 구호가 명시돼 있었는데, 그걸 다 내리고 지역구의 이름을 붙여서, 예를 들어 지역이 해주라고 하면 '해주병원' 이런 식으로 명시했습니다. 예전에는 '황해남도 해주시 인민병원'이라고 해서 '인민'자가 항상 들어갔거든요. 근데 그런 명칭을 내렸어요. 과거에는 국립병원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사립병원처럼 변했어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프린트해서 붙여놓은 것이, 맹장 수술은 (북한 돈) 30만 원, 제왕절개 수술은 50만 원, 이 한 개 뽑는 데는 2만 원, 틀니 맞추는 데는 10만 원, 이런 식으로 치료 종목들에 해당하는 값을 매겨서 붙여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무상 치료도 아니에요. 의사들에게 이렇게 돈을 벌어 국가에 상납하라는 분위기인데, 실제로 아픈 환자들도 병원에 안 갑니다.

[기자] 그럼 북한 주민들은 언제 병원에 갑니까?

[김일혁] 병원에 가는 이유는 단지 진단서가 필요해서입니다. 진단서를 떼다가 일하는 직장이나 농장에 내면 인정받아서 며칠 휴식할 수 있거든요. 진단서 없이 무작정 빠지면 노동 행정 규율법에 걸려서 처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병원에 가더라도 이 사람이 정말 어디가 아픈지 검사는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하다못해 주사기 같은 것도 없어요. 북한에서는 일회용 주사기를 다시 소독하기 위해 끓는 밥솥 같은 데 넣어서 그걸 삶아요. 멸균해서 재활용하거든요. 이 문제를 기본적으로 개선하기 전에는 아무리 병원을 건설한다고 해도 절대 달라지지 않습니다.

또 사람들이 병원보다는 개인 의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병원에는 잘 가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병원에 가는 이유는 진단서가 필요해서이고, 간혹 교통사고가 나거나 해서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져서 꿰매야 하는 일이 생길 때는 병원에 가요. 또 (병원 수술도) 잘 못하는데, 멸균이 제대로 안 됐는지 수술을 해도 환자들에게 파상풍 같은 게 발생합니다. 제 주위에도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병원 건물만 지어 놓고, 보여주기식 성과에 그칠 가능성”

[기자] 작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평양종합병원'을 개원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일혁] 평양 시민들은 그나마 사회주의라는 근본적인 혜택을 좀 받긴 해요. 지방 사람과 평양시 사람들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서 평양 시민의 경우 평양시에 뭔가를 한다고 하면 지방에서 살았던 저처럼 기대를 안 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강동군에 병원을 건설한다고 했잖아요. 평양시 강동군이 석탄 생산을 많이 하는 곳이거든요. 탄광이 있는 곳이고, 평양 시민 중에도 많은 사람이 강동군에서 나오는 탄을 가져다 땝니다. 이 탄을 화력으로 사용해서 밥도 지어 먹고, 난방도 하니까 강동군이 하는 역할이 크다고 봐야죠. 그래서 강동군에 뭔가를 했다면 거기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도 봐도 돼요. 거기도 평양시에 해당하는 구역이라 아마 지방보다는 좀 더 잘해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자] 20개 지역에 병원 건물을 짓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군이나 주민들을 대거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시나요?

[김일혁]물론이죠. 오직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동원해서 건설할 건 분명한 일입니다. 공사량이 적다면 그건 인민군을 동원해서 할 겁니다. 근데 건설할 양이 많다면 반드시 지방 주민들까지 전부 동원해서 하는 건 분명한 일이에요. 또 (건설을) 명분 삼아서 지원금도 거둘 거고요. 자재를 장만해야 한다면서 시멘트, 철근, 타일, 인테리어 등에 들어가는 모든 걸 걷어갈 겁니다.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거둬가고 노동력 착취도 하고, 한 가정에 한 명씩은 동원돼야 합니다. 또 작업 도구 같은 걸 보내야 하는데, 안전장갑도 하나 없어서 세대당 장갑 몇 켤레씩, 작업복 등 별걸 다 걷어가요. 지방 주민들에 불똥이 튀는 거죠.

준공식을 해서 (병원이) 활성화할 것 같지만, 그냥 빈 건물이고 들어가야 할 자재가 다 안 들어가기 때문에 중간에 붕괴 사고도 많이 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서워서 새집에는 입주를 잘 안 해요. 입주했던 사람들도 입주식 행사만 끝나면 바로 내려와 친척 집에 가서 사는 상황이니까 그냥 지어만 놨지, 비어있는 건물들이 엄청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북 압축파일' 오늘은 최근 '시군에 현대적인 보건시설' 건설 과제를 언급한 김정은 총비서 발언과 병원 실태에 대해 탈북민 김일혁 씨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김일혁 씨,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