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좌담: 북한이 가는 길] ③ “4대 세습 준비는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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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4년을 마감하고, 2025년을 맞이하면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RFA 특집 좌담: 북한이 가는 길], 오늘 진행을 맞은 노정민입니다. 이 시간에 두 분을 동시에 연결했습니다.

우선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 나와주셨고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도 나와주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십니까.

이시마루 대표는 지금도 북한 내부 소식을 계속 취재하시기 때문에 북한 뉴스를 누구보다도 가장 빨리, 또 정확하게 아십니다. 또 리정호 대표는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정권을 다 경험하셨고,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으로서 북한 체제와 정책을 잘 분석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그래서 오늘 좌담이 기대되는데요.

두 분을 통해 북한 사회가 현주소를 짚어보고,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해 변수


[진행자] 2025년 새해를 맞아 두 분께 몇 가지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월 20일에 취임합니다. 벌써 미북 정상회담 또는 미북 대화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알렉스 웡, 리처드 그레넬 등이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직에 임명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리정호 대표님 말씀부터 먼저 들어볼까요?

[리정호] 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인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잘 지낸다'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단순히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는 것보다 그의 독특한 외교 전략의 하나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상대방을 칭찬하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겉으로 드러내면서 협상의 장을 열어가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그가 김정은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건을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반면 김정은도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호의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김정은도 자신의 체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기질을 파악하면서 이를 역으로 이용하려 할 겁니다.

제가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밖에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이런 점을 이용해 단기적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일부 핵시설의 폐기라든지, 동결과 같은 제한된 양보를 미끼로 삼아서,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라든지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려 할 겁니다. 또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해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25년이 북한과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는데요. 왜냐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화 의지를 이용해 핵보유국을 인정받고, 제재 해제로 경제적 보상을 노릴 겁니다. 그렇게 미국과 북한이 협상에 집중하게 되면, 한국 정부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다 해도, 그가(트럼프) 빅딜(큰 협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무언가 큰 것을 내놓아야 한다면, 만남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지금까지 미국을 중오하는 사상을 계속 주입했고 자신이 위대하다고 했는데, 트럼프 당선인 앞에 무언가를 내놓는다면, 그의 지도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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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진행자]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에 나설 것이고,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말하지 않습니까. 여기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 간단치 않죠. 트럼프 당선인도 미국 대통령이라고 해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우호 국가들, 특히 한국과 많은 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전 협상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북한의 대미 정책, 아니면 대남 정책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러시아와 북한이 매우 밀착 관계인데요.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전되면, 당연히 북한과 러시아에서도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희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가 있겠지만,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바뀌어도 적대시 정책은 계속될 것”

[진행자] 맨 처음 '올해 북한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이 뭐냐'라는 질문에 두 분이 모두 '한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첫 번째로 꼽으셨는데요.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탄핵됐고, 어쩌면 2025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이 '적대시 정책'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남북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깁니다.

리정호 대표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리정호]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한국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김정은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거나 완화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의 대남 정책은 체제 안전을 목표로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항상 외부의 적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과 미국입니다. 또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발전된 한국 사회를 동경하는 현상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기존의 '한국 적대시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고요.

또 김정은은 과거 문재인 정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3번이나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기대감이 컸는데, 실질적으로 제재 완화라든지, 경제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매우 실망했고 나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욕설까지 퍼붓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새로 들어서는 한국 정부가 친북 행보를 보이더라도 김정은은 쉽게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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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각종 선전매체에서 '통일'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우리민족끼리’, ‘려명’ 홈페이지에서 통일 관련 코너가 삭제됐다. 사진은 려명 홈페이지의 변경 전(왼쪽 빨간색 네모 박스)과 후(오른쪽)의 모습. / 연합뉴스

[진행자] 이시마루 대표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시마루 지로] 저도 동감인데요. 지금 북한에서 취하는 것은 '대남 적대시 정책'의 수준이 아닌, 한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정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내부의 필요성에 의해 시작한 거죠. 조금 전 말씀 드렸지만, 한국이란 존재 자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니까, 그 흔적을 국내에서 없애고, 완전히 관계를 단절하자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해도,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은 북한의 기본 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진행자] 2025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미국, 한국 등 국제 정세가 변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새해에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가. 우리 가족이 하루 세 끼 따뜻한 밥을 먹으며 살 수 있는가'가 아니겠습니까. 한반도 정세가 더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 북한 주민은 어떻게 준비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두 분께서 조언해 주신다면요.

[이시마루 지로] 글쎄요. 뭐가 있을까요. '열심히 일하고 장사해서 돈을 벌 수가 있는가' 이것도 지금 어렵고요. 말을 듣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 또 이걸 외부에 호소하다 걸리면 엄벌에 처하죠. 북한 주민 입장에서 보면 정말 희망이 안 보이는 그런 시기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아시아프레스'의 내부 협조자들도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탈북해서 한국에 가지 않은 것을 정말 후회한다'라고 공통으로 말하거든요. 위험하더라도 마지막 기회에 탈북을 시도해야 했다는 후회의 말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외부 세계에 사는 우리가 북한 주민에게 계속 관심을 두고 성원을 보내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리정호] 2025년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봅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고,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민들은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고,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개인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식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을 견디며 힘겹게 살아가야 할 겁니다. 저는 2025년이 북한 주민에게 희망과 변화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의 폭정이 종식되고, 북한 주민이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원합니다.

“김일성도 미리 김정일 내세우고 후회해”

[진행자] 네. 제가 준비한 질문은 모두 마쳤는데요. 혹시 두 분께서 서로에게 궁금한 점이나 질문이 있다면 하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리정호 대표에게 하실 질문이 있으신가요?

[이시마루 지로] 네. 제가 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리정호 대표에게 묻고 싶었던 건데요. 이건 가설이지만, 핵 개발 강화, 국가 통제 강화, 반시장 정책, 반통일 반민족 정책, 이런 것이 혹시 4대 세습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2022년 11월에 처음으로 김주애로 추정되는 딸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김주애가 계속 노출되면서, 그가 네 번째 수령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북한이 4대 세습을 가시화하고 다음 세대 준비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4대 세습을 준비하기 위한 통제 정책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는데요. 4대 세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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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근로자들이 "김정은 원수를 단결의 유일 중심, 영도의 유일 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결사옹위하며 유일적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정호] 이시마루 대표님의 말씀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김정은 체제 자체가 불안합니다. 그가 집권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과거에 보면 김정일 때는 적어도 20년 넘게 후계자 수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기반을 닦았는데, 김정은은 갑자기 후계자가 되고 지도자가 되다 보니 기반이 매우 약합니다. 또 김정은은 국가 경영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경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사람을 죽이고 숙청하는 공포 통치로 권력을 잡았는데, 지금도 계속 불안해합니다.

제가 왜 체제가 불안하다고 보냐 하면 간부들을 계속 숙청하고 바꾸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남한과 두 국가를 형성해서 적대국으로 만들어 놓고, 시장 통제도 강화하고, 사람들의 사상과 언어까지 다 통제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 자체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겁니다. 4대 세습에 앞서 당장 자신의 체제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부터 걱정하는 겁니다.

4대 세습과 관련해서도, 세습 국가는 후계자가 생기면 그 권력이 세습자에게 다 넘어갑니다. 그래서 독재자는 절대 세습 문제를 먼저 앞세우지 않습니다. 김일성이 60세 때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웠는데 그 후에 굉장히 통탄했습니다. 김일성이 후계자를 세우고 24년을 더 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김정일도 자신이 건강할 때는 절대 후계자에 대해 말하지 않다가 2008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후계자를 선정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4대 세습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말이 많지만, 이것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 일본의 언론 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한 [특집 좌담: 북한이 가는 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두 분, 감사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