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 발전 20x10] ② 전력·설비∙원자재 부족… 가동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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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일 평안남도 성천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첫해 성과를 강조했지만, 실제 가동과 함께 주민의 삶을 향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력의 부족, 내부 설비의 미비, 원료와 자원의 비효율적 공급, 그리고 과도한 주민 동원 등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은 가운데 결국, 지방 발전 정책이 체제 선전을 위한 보여주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과연 2025년에도 이 정책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요?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지방 발전 정책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전력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는 어렵다.”

“북한 간부와 주민들도 성공 못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들과 북한 내부 소식통이 바라보는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한계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일, 북한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 공업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지방 발전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방 발전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동원으로 공장 외관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전력 부족, 설비 미비, 원료와 인력의 한계 등 가동을 둘러싼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남아있다는 지적입니다.

“공장 가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전력 부족”

이중 전력 부족은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지방 공장 가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방 공업 공장의 가동 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로 전력을 꼽았습니다.

비교적 전력이 풍부한 평양시에도 공급이 제한되는데, 지방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하기는 더 힘들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혁] 설비가 들어온다고 해도 전력이 상시로 공급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지금 평양시도 하루에 6~8시간밖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지방의 경우 2~4시간이면 많이 공급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더 어렵죠. 중요한 것은 공급하는 양보다 전력을 소모하는 양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전력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실제 지방 발전 정책이 추진된 지역들은 전력 공급이 원활한 지역이 아니다”라며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기에 버거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새로 건설한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전력 부족으로 생산성이 낮거나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원료와 인력도 부족 … "피해는 주민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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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ong Un attends a ceremony for new production facilities in Songchon County 2024년 12월 20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 성천군에서 열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서 리본을 자르고 있다. /KCNA via Reuters (KCNA/via REUTERS)

지방 공장 가동의 또 다른 장애물로는 원료와 인력 부족이 꼽힙니다.

내년에도 지방 발전 정책과 함께 닭 공장, 농촌 살림집, 바닷가 양식장, 평양과 농촌 살림집 건설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근, 노동력 등이 계속 부족할 것이 우려됩니다. 건설에 동원되는 주민들의 피로도도 문제입니다.

[김혁] 중요한 것은 누적된 피로 문제입니다. 건설 역량도 피로가 쌓일 겁니다. 건설 역량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인데, 내년에 더 많은 건설 과제들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건설 역량이 그만큼 분산되고 건설의 질이 떨어지겠죠. 그러다 보면 공장 건물을 올리는 부분에서 질적으로 낮아지고, 형식적으로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또 공장이 실제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원 조달 체계가 필수인데, 중앙집권적 계획 경제 체제를 고집하는 북한에서 공장이 필요한 원자재와 연료 등을 공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과거에도 지방 공장이 처음에는 선전의 도구로 활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영이 중단되고 방치된 사례가 많았다”라며 지방 발전 정책 지속성에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리정호] 사실상 북한 지방에 공장이나 병원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있는 지방 공장과 병원을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하면 얼마든지 잘 운영할 수 있습니다. 지방 공장은 국가에서 원자재, 전력, 연료 등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 가동이 중단되고, 병원 역시 약품과 의료 장비가 공급되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양강도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최근 RFA에 “북한에 종이 공장이 많지만, 원료가 없어 생산을 못 하고 있다”라며 원료 공급이 잘 돼야 공장이 원만하게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소식통은 “당장 원료 기지를 만든다고 해서 원료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량이 필요한데, 이를 농장에서 걷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손해는 주민들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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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보여주기식 건설 , 한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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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시행 중인 북한의 20개 시군 / RFA 그래픽

미국의 상업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과 북한 당국의 선전 등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선정한 20개 지역의 공장 건설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 설비와 가동 준비까지 끝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동안 김정은 정권에서 추진된 주요 건설 사업들이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비판도 계속 나오는 가운데 평양종합병원이 외관은 화려하게 지었지만, 내부 설비와 준비 부족으로 실질적 운영이 미뤄지는 것처럼, 이번 지방 공장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리정호 대표는 “북한의 건설 사업들은 주로 체제 선전과 지도력 과시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라며 “북한 매체가 외관 사진만 공개하고 내부 설비나 운영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리정호] 현재까지 김정은 정권에서 이뤄진 건설 공사들은 보여주기식 껍데기 공사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물 외관의 화려함과 완공 목표 시한을 강조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김정은의 업적과 사회주의 체제의 성과를 선전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북한은 기계 설비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부품을 들여와 자체 제작을 시도하는데요. 하지만 외화 자금의 부족으로 최신 기술을 적용한 설비를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공장과 병원의 설비가 구식이거나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지방 발전 20x10 정책’의 한계와 지속성, 실효성 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김정은 정권은 2025년에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방 공업 공장은 주민들에게 김정은 체제의 경제 성과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라도 북한 당국은 지방 발전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공장 건물 건설은 계속해서 올릴 것”이라고 김혁 선임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김혁] 상징성 때문이죠.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이러한 생산성이 높은 현대적인 공장들을 많이 건설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잘 살 거다’라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거죠.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체제의 적극적인 경제 정책, 미래 발전적인 모습들을 정치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것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설 정치라고 얘기할 수 있죠.

김 총비서는 지난 20일 참석한 성천군 준공식 연설에서 “과거 지방 공업 정책은 뚜렷한 목표와 단계별 계획, 기준, 방법론이 없어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라고 비판하고, “해가 바뀔 때마다 20개 시군이 변하는 연대는 무조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건 여하를 막론하고 매해 무조건 분명한 실체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통해 건설된 공장들이 실제로 가동될 수 있을지, 목표로 한 지방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