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북 지방공장 열 감지 안돼...미가동?

0:00 / 0:00

앵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성공적인 시작을 선전하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을 잇달아 진행했지만, 위성사진과 열적외선 영상에서 실제 공장이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열적외선 영상에서 공장 부지의 기온이 주변보다 더 낮게 감지되거나 공장 지붕에 쌓인 눈이 눈이 녹지 않은 정황 등이 포착된 건데요.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식’ 준공식 이후 실제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 않거나 미미하게 가동 중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준공식 마친 지방 공장과 양식 사업소 , 위성사진 분석

[ YTN News ] 김 위원장은 재령군을 비롯한 20개 시·군에서 연이은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을 열게 되는 것은 새해 보람찬 여정을 시작하는 인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는 온 나라의 경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 북한 평안남도 성천군의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 이어 지난 7일 황해남도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성공을 선전하며 “올해는 지방 건설에서 또 한 단계 도약하는 해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일과 10일, 그리고 12일에도 각각 평안남도 숙천군과 황해북도 은파군, 함경북도 경성군의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연이어 진행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준공식을 마친 지방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위성사진과 열적외선 위성 영상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사진1.png
2025년 1월 11일, 미국의 상업위성인 ‘Planet Labs(플래닛랩스)’가 촬영한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 지방공업공장 일대. 공장 대지 주변 도로의 눈은 정리됐지만, 공장 건물 지붕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있는 모습이 식별된다. / Planet Labs, 이미지 제작 – Jacob Bogle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11일 촬영한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의 지방공업공장 일대.

위성사진에서 눈 덮인 숙천군 일대를 볼 수 있는데, 공장 부지 주변 도로에는 눈이 정리된 모습이 보입니다.

미국의 민간위성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은 15일 RFA에 “숙천군 공장의 경우 공장의 주요 도로는 눈이 치워져 있어 (공장 안에)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건물 지붕에는 눈이 아직 쌓여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글 분석가는 “건물 내부에서 열이 발생해 지붕에 쌓인 눈이 녹았다면, 내부 활동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눈이 여전히 쌓였다는 것은 내부 활동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방공업공장은 기본적인 식료품과 비누 등 작은 생활용품을 만들기 때문에 (가동 중이라도) 눈을 녹일 만큼 충분한 열이 발생하지 않는 공장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장 지대 기온 , 주변과 같거나 더 낮아… 미가동 가능성

사진2.png
2025년 1월 11일, 열적외선 영상으로 분석한 북한 황해남도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일대. 공장 지대 기온은 약 영하 6~7도로 고열이 탐지되지 않는다. / Landsat-8호(좌), Planet Labs(우), 이미지 제작 - 정성학

준공식을 마친 황해북도 은파군과 황해남도 재령군의 지방공업공장에 대해서는 열적외선 영상을 분석해봤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랜셋(Landsat)’ 8호 위성이 지난 11일 오전 11시에 촬영한 열적외선 영상에 따르면 황해북도 은파군 지방공업공장 부지의 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하 5도로 열이 탐지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변 기온보다 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날(11일) 촬영한 황해남도 재령군의 열적외선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장 부지 일대 기온은 약 영하 6도에서 영하 7도로, 인근 주택가와 기온이 동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공장이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입니다.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RFA에 “황해남도 재령군과 황해북도 은파군을 분석한 결과 공장지대에서 열이 탐지되지 않았다”라며 “주변 기온과 같거나 더 낮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정 연구위원은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열을 내지 않는 시설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6일 RFA에 “공장에서 열이 감지되지 않는다면, 미가동 중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김혁]공장에서는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이기 때문에 공장이 가동되면 어느 정도 열이 발생해서 공장 가동 여부를 확인하기가 유리하죠. 결과적으로 겨울에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생필품과 식료품 등을 생산하는 지방공업공장은 전기를 이용해 간단하게 생산하는 시설이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공장보다 많은 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겨울철에 공장을 가동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김 선임연구원은 잇따라 진행한 ‘지방발전 20x10 정책’ 공장의 준공식이 결국, ‘보여주기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공장이 가동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 구간만 가동한 형태일 수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김혁]김정은 총비서가 방문했던 재령군의 경우 과자 봉지에 '재령 식료품 공장'이라고 찍혀서 나옵니다. 하지만 경성군의 경우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과자 봉지가 확실히 다릅니다. 김정은이 방문한 곳은 임시로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경성군의 경우 김 총비서 방문 대상이 아니니까 인근에서 조달해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pic3.jpg
2024년 12월 28일에 준공식을 마친 함경남도 신포시 바다 양식 사업소. 1월 3일과 1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소형 선박이 부두를 드나드는 모습이 식별되고, 공장에는 눈이 쌓여 있다. / Planet Labs, 이미지 제작 – Jacob Bogle

지난달 28일 준공식을 한 함경남도 신포시의 바다 양식 사업소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1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양식 사업소 앞 부두에 작은 선박들이 드나든 모습은 식별되지만, 공장에는 눈이 그대로 덮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글 분석관은 현재 조업 활동은 이뤄지는 것 같지만, 전반적인 생산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The harbor at the Sinpo fish farm does have vessels coming and going, but there's snow all over the ground. So there may be fishing activities going on but the overall level of production may be low right now.)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 번영개발센터 대표도 ‘신포시 양식 사업소’ 준공식과 관련해 여러 곳에서 물건을 공수해 진행한 형식적인 행사로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리정호] 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신포 양식장 준공식은 실제 바닷가에 양식장을 조성한 게 아니라 빈 건물과 가공 설비, 부두만 건설해 놓고 서둘러 진행한, 형식적인 행사로 보입니다. 양식사업소에서 보여 준 밥조개(가리비), 해삼, 성게, 다시마 제품 등은 그곳 생산품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보이거든요.

또 리 대표는 지난 14일 RFA에 “준공식을 마친 지방공업공장도 미미하게 가동할 수 있겠지만, 온종일 공장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리정호] (공장을) 돌리긴 돌리겠지만, '생산이 정상화되는가 안 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원자재가 충분히 보장되고, 전기도 보장되고, 물건을 생산하면 생산물을 팔아 이익이 나와야 하는데요. (북한은) 이러한 경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생산 공장에 하루에 2~3시간 씩 전기를 공급해서 '원수님의 배려로 생산한 생산물이다'라며 인민반에 공급하는 등의 형식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20개 시·군 중 5개 지방공업공장의 준공식을 진행한 북한 당국.

하지만 준공식 이후 실제 공장을 활발히 가동하는 정황이 식별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준공식에 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 열적외선 영상 분석: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chungsh10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