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은 신의주 일대에 450정보 넓이의 온실농장 건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인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식별됐습니다. 새로운 도로와 온실을 위한 격자 선도 만들고, 건설 부대의 임시 숙소 모습도 포착됐는데요. 북한 내 최대 규모답게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기존에 완공한 대규모 온실농장에서 미가동 정황이 식별된 가운데 신의주의 새 온실농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대규모 건설부대 임시숙소… 신의주 온실농장 건설 활발”
지난 2월 10일, 450정보 넓이의 온실농장과 남새과학연구중심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이날 김 총비서는 지난해 수해를 입은 신의주에 조성할 온실농장과 관련해 “재난을 가셔내고 사회주의 새 생활이 깃든 압록강 기슭에 전망성 있는 새로운 지역발전 계획을 실현시키고자 한다”라며 지방 발전 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전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신의주 일대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1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신의주 위화도의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국경을 바라보는 지역에는 수해 복구를 끝내고 새롭게 단장한 주택 단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위화도 안쪽 하단리 마을 인근에는 새로운 도로와 온실 구역을 나누기 위한 격자 선이 표시돼 있고, 동쪽에는 약 8헥타르(8만 제곱미터) 넓이 부지에 파란색 지붕 건물이 확인되는데, 이는 건설 부대의 임시 숙소로 추정됩니다.
또 지난 19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도 신의주시 하단리와 의주군 서호리 일대에 걸쳐 약 61헥타르(61만 제곱미터) 면적의 건설 부대 임시 숙소가 지어진 것이 식별됩니다.
미국의 민간위성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은 18일 RFA에 “신의주의 450정보(약 446헥타르)의 온실농장과 남새과학연구중심 건설이 앞으로 900~1천 헥타르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보글 분석가는 “위화도의 전체 면적이 1천166헥타르인데, 이 중 38%가 온실 및 지원 시설로 바뀌고 있다”라며, “앞으로 온실이 86%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위화도의 남쪽 지역이 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섬의 북쪽 지역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큰 온실농장은 ‘강동 온실농장’으로 그 규모는 307헥타르입니다.
보글 분석가에 따르면 이중 온실 자체 면적은 전체의 55%(169.7헥타르)를 차지하고, 여기에는 35개의 대형 재배동과 547개의 개별 온실을 포함하는데, 같은 비율을 450 정보 면적에 적용하면 신의주 온실농장에서는 약 247헥타르의 재배 면적에 840개 이상의 온실, 그리고 20여 개의 지원 건물이 포함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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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연달아 대규모 온실농장 짓나 ?
북한은 2019년부터 연이어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평양의 강동 온실농장을 비롯해 함경남도의 연포 온실농장과 함경북도의 중평 온실농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8일 RFA에 북한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대규모 온실농장을 짓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혁] 온실농장을 통해 채소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죠. 남새온실농장을 지으면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 토지의 8배 정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1년 내내 생산할 수 있다고 하면 채소의 경우 적어도 4배 이상, 많게는 8배 이상 나옵니다. 어느 정도 공급이 된다고 전제했을 때, 생산성이 매우 높아서 남새 온실 농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김 선임연구원은 신의주 지역이 수해를 입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토양 자체가 악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농작물을 심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 지대에 수경 재배가 핵심인 온실농장을 짓는다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온실 건설을 추진했을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온실농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온실농장의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원료와 에너지, 인력 등이 공급돼야 하는데 북한은 이에 대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김혁]전력 문제가 가장 큽니다. 온실의 가장 중요한 점은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입니다. 온실 자체를 체계화하려면 전력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그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기존 온실농장에서 미가동 정황 식별
그렇다면 이전에 지어진 3개의 대규모 온실농장은 잘 가동되고 있을까.
RFA는 연포 온실농장과 중평 온실농장, 강동 온실농장의 최근 가동 정황을 살펴봤습니다.
2월에 촬영한 중평 온실농장은 20개 중 1개 동만 가동 정황이 식별됐고, 연포 온실농장은 가동 여부가 시점에 따라 달랐으며, 강동 온실농장은 점진적으로 가동률이 높아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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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랩스’가 지난 2월 18일에 촬영한 함경북도의 중평 온실농장은 눈이 덮인 가운데,
총 20개의 유리 온실 중 1개 동의 지붕에만 눈이 녹은 모습이 식별됐습니다. 나머지 19개 동의 유리온실은 미가동 중임이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김 선임연구원도 총 20개의 유리온실 중 “한 개 동만 가동하는 듯한 모습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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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7일에 촬영한 연포 온실농장은 총 18개의 유리온실 중 단 한 개 동만 가동 중인 정황이 식별됐지만, 9일부터는 18개의 모든 유리온실 지붕의 눈이 녹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동 온실농장도 지난 7일에는 29개 동 중 5개 동의 지붕만 눈이 녹았지만, 이후에는 29개 동 모두 눈이 녹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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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농장의 가장 큰 장점은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기존의 대규모 온실농장이 지속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신의주 온실농장이 성공적으로 건설된다 해도, 과연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특히 온실농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충분한 전력과 원료 공급이 필수적인데, 북한의 열악한 전력 사정과 자원 부족이 계속될 경우 생산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온실농장과 같은 운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클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