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북한 관광이 2025년 내내 이어질 전망입니다. 러시아 여행사가 매달 여행 상품을 내놨는데요. 이미 북한을 관광한 러시아인들은 '아이들을 위하고, 미래에 투자하는 나라', '생생한 기억 중 하나'라며 자기 생각이 바뀌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인을 중심으로 중국인과 유럽인 등으로 관광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광 상품에 비해 여행객 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 관광객 유치로 북 체제 선전 효과 노림수 ?
러시아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신비롭고 매우 친절한 북한”이라고 쓴 관광 홍보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 홍보 글에 관한 내용을 누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북한 관광 일정표가 소개돼 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의 민간 산악회 ‘진센(산삼)’도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텔레그램’을 통해 오는 4월 말, 북한 함경북도 명천군에 있는 칠보산을 함께 여행할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열차를 타고 북한으로 이동한 뒤 5박 6일 일정으로 나선과 청진, 경성, 칠보산 등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 산악회와 제휴하는 ‘보스토크 인투르’가 자체 홈페이지에 소개한 해당 여행 상품에 따르면, 비용은 1인당 러시아 돈 5천 루블과 미화 550달러로, 합쳐서 약 600달러입니다.
또 관광 비용에 포함되지 않은 안내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줄 팁과 주류, 기념품, 온천 방문 등은 달러로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앞서 ‘진센’ 산악회는 ‘보스토크 인투르’를 통해 최근까지도 (지난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다녀온 바 있습니다.
산악회 소속의 한 관광객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폐쇄된 국가’라고 생각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친절했다”라며 “북한은 아이들을 위하고, 국가적 전통을 보존하며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방문 소감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두만강 맥주’ 공장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해 다양한 종류의 쌀과 옥수수 술을 시음했다”라며 “참석한 모든 사람이 정말 좋아했고 맥주와 기념품을 구매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나진에서 방문한 학생소년궁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생생한 기억 중 하나”라며 “600명 이상의 어린이가 교육받는 8층짜리 궁전에서 재능 있고 예술적이며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보았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봤고, 이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 " 관광 효과는 회의적 … 관광객 크게 늘지 않을 것 "
이처럼 코로나 대유행 이후 약 4년 만인 지난해 7월,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는 여객 열차가 주 3회(월·수·금) 정기 운행을 재개하면서, 러시아 관광객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산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두만강 역까지 열차를 타고 북한에 입국하는 노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교수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화벌이와 대외 선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강동완 ] 해외 관광객이 북한 , 평양에 들어가면 정해진 코스로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 북한 당국이 사전에 짠 각본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평양의 발전된 모습이라든지 대외에 보여주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거죠 .
하지만 강 교수는 “러시아 관광객이 시대를 역행하는 (북한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라며 “이러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관광을 가면 북한의 의도와 달리 (관광객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 강동완 ] 정상 국가로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고 , 또 북한이 원산갈마지구나 마식령 스키장 등을 관광지로 개발해서 , 전 세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히 담고 있습니다 . 하지만 지금까지 관광을 갔다가 억류된 사례도 있고 , 위험의 부담을 안고 일반인들이 관광을 간다는 건 좀 어렵다고 봐야겠죠 . 결국은 , 일부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북러 관계 속에서 선발된 사람들이 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 고려대학교에서 북한 정치와 경제를 가르치는 표도르 째르치즈스키(Fyodor Tertitskiy, 이휘성) 박사도 관광객 유치에 힘쓰는 북한의 노력에 비해 관광객 수는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째르치즈스키 박사는 3일 RFA에 “북한 관광에는 정치적 의미가 있지만, 사실상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을 통해) 북한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 전략적인 경제적 협력인 것 같습니다 . 제일 중요한 건 , ( 북한이 ) 러시아인들에게 " 너희가 특혜를 받고 있다 " 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봅니다 . 그래서 규모보다는 러시아인들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핵심인 것 같습니다 .
북한 관광은 일반 러시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외 선전이 아닌 러시아 지도자와 고위급 관리를 대상으로, 차별화한 친밀감을 드러내는 게 주요 의도라는 겁니다.
또 그는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러시아의 일반 관광객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러시아인의 북한 관광은 지난해 2월, 97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평양과 마식령 스키장 등을 방문한 것으로 재개됐습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는 열차로 북한에 들어가 나선, 청진, 경성, 칠보산 등을 방문하는 관광도 시작됐으며, 이런 가운데 지난달 16일에는 북한이 러시아인 외에 중국인과 유럽인 등 모든 외국인 관광객(미국인과 한국인 제외)에게 나선 방문을 허용하며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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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이 오는 4월, 6년 만에 평양 마라톤을 재개하고 6월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개장할 것을 발표하는 등 관광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인과 유럽인에게도 관광을 개방하면서 본격적인 외화벌이에 나설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