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가 매우 강해 보이고 , 김정은도 내심 반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러한 맥락에서 , 2 월 중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폭스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연락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북 대화 재개와 정상회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김정은 북한 총비서도 내심 이를 반기고 있을 거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와 성공의 기준은 그의 전략적 접근과 협상력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성과가 현실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또 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각각 서로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받아낼 수 있을까요. 두 정상 간에 기싸움이 다시 시작된 듯합니다.
“김정은, ‘못 이기는 척’하며 미북 대화 응할 것”
[ 기자 ]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부터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 대해 언급했고요. 심지어 지난 23일 미국 폭스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에게 연락하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리정호]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도자 간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독창적인 외교 방식을 통해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습니다. 또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에 김정은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취임 직후에도 김정은이 자신의 복귀를 환영할 거란 기대감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때 시도했던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완수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친근감을 나타내는 편지를 보내며 존재감을 환기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또한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북한군이 전쟁에 참전한 상황에서 그의 메시지는 김정은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 의지에 균열을 내려는 전략적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동시에, 이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접근은 그가 국제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존의 외교 방식과 차별화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연락하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는데요. 미북 대화 또는 미북 정상회담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이에 대해 과연 김 총비서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리정호] 김정은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의 심리적 상태와 북한 정권이 처한 내부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김정은은 고립된 독재자이지만, 자신의 권위와 체제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대내외에 위대성 선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락하겠다"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김정은에게 매력적인 제안으로 비칠 가능성이 큽니다. 김정은에게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체제 선전의 상징적인 도구가 될 겁니다. 그가 세계 최강국의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만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고립된 지도자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권위와 지도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겁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는 과거 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개인적 관계와 상징성이 이미 존재합니다. 양측은 ‘친서 외교’를 통해 서로를 간접적으로 존중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아 왔고, 이는 김정은이 트럼프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특히,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이 자신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제재 완화와 대외 관계 개선, 그리고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흥미로운 단서입니다. 그가 북한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사업)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두 지도자 사이에 비공식적 신호가 오갔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또 이는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동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못 이기는 척’ 하면서도,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큰데, 이는 그의 전략적 계산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회담의 내용이나 실질적인 진전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일부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미북 대화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일단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겼고, 핵 능력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보다 더 커졌기 때문인데요. 대표님께서는 북한 입장에서 이런 관측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리정호] 김정은이 미북 대화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과, 올해 하반기쯤 대화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은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이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상황은 단순히 핵 능력 강화나 러시아와의 관계에 의존해 자신감을 갖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현재 김정은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 위기와 국제적 고립이라는 현실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러시아라는 지원자를 확보하고 핵 능력을 과시하는 것도 체제 유지를 위한 유효 전략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와 외부적인 경제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필연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가 매우 강해 보이고, 김정은도 내심 반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월 중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미북 대화를 하더라도 그 내용과 성과는 별개의 문제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기사> 미 전문가들 "미북, 물밑 접촉 등 탐색전 이미 시작" "트럼프의 '북 핵보유' 발언은 계산된 유인책"
[ 트럼프 “김정은에 다시 연락할 것”…한국 “북 대화 복귀 촉구” Opens in new window ]
미 '푸에블로'호 반환, 원산갈마지구 운영권 등으로 김정은 진정성 시험
[기자]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디까지를 정상회담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리정호]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와 성공의 기준은 그의 전략적 접근과 협상력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안건이 현실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미 군함 '푸에블로'호를 돌려받는 것입니다. 1968년 북한이 공해상에서 나포한 '푸에블로'호는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상징적 자산으로, 이를 돌려받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승리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를 오랫동안 반미 선전에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미국 군함의 반환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둘째, 영변 핵시설을 돌이킬 수 없게 폐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내놓았던 제안이기 때문에, 협상 가능한 카드로 보입니다. 비록 영변 핵시설이 낡은 것이라 해도, 이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미국의 가장 큰 비핵화 성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또 이는 북한 내부적으로도 체제의 약점을 드러내는 치명적인 패배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셋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관련해, 미국에 50년 운영권을 넘기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김정은에게 북한 경제의 개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가 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과 지원을 약속하면서 실질적인 개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넷째,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이행 방안)과 미북 관계 정상화 약속은 회담의 최종적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를 김정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자]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을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반대로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에서 무엇을 얻어내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미국으로부터 어디까지 받아낼 수 있을까요?
[리정호]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얻어내려는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체제 안정과 생존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겁니다.
우선 김정은은 비핵화와 연계된 제재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석탄, 광물, 섬유, 노동력 수출과 같은 주요 외화 수입원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그는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핵 군축 협상을 통해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 국제적 합의를 시도할 겁니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금지하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축소 또는 중단, 그리고 주한 미군 철수 문제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연계하려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창구를 마련하고,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려 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거나,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 외교적 교류를 시작하는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그리고 미북 간 평화 선언 또는 한국 전쟁의 공식적인 종전 선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에게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 기준은 체제 안정과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데 있을 겁니다. 이러한 요구는 모두 체제의 생존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으로 봐야 합니다.
[기자]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김정은에게 연락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분석과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