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김정은, 트럼프 초청 위해 관저∙집무실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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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 2019년에 제 지인이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해 자신의 집무실 청사와 관저를 현대식으로 재건축했다고 합니다."

오는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평양에 가도 놀랍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그의 중요한 방문 일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오는 6월 개장을 목표로 막바지 단장 중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도 훗날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아직 미북 대화 분위기 감지 안 되지만, 가능성 높아”

[기자]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1월 20일에 취임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되는데요. 우선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을 담당할 부서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 팀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후 분위기를 대표님은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리정호] 현재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에서 대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동안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관계와 직접 소통을 중시하며 싱가포르와 베트남(윁남)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났습니다.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기간 총 23통의 비밀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도 계속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2024년 7월,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 유대를 강조하며, 이 관계가 앞으로 외교적인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런 경향은 차기 행정부 인사 배치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를 백악관의 주요 직책에 임명했고,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특별 외교 담당 특사’에 지명했죠. 그러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알렉스 웡은 북한 인권을 비롯해 북한 문제에 국제적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미북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도 당장 올해 안에 미북 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있고, 특히 지금 밀착한 북러 관계를 김 총비서가 놓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군이 참전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먼저 끝나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가운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김 총비서의 기대와 의지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리정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기대는 분명히 훼손됐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그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맹이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임기 4년짜리에 불과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은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도 북한의 대미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이 전쟁으로 북한은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위험한 적이 됐습니다. 이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북한은 국제적으로 더 많은 경제 제재와 안보 및 외교적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변수들을 고려할 때, 김정은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새로운 대미전략을 수립하고 있을 겁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러시아와 관계를 더 강화하려 할 겁니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국 입지를 강화하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서 안보와 외교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대미 전략을 설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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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그렇다면 김 총비서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왜 실패했다고 보시는지, 또 러시아와 밀접한 전략적 동맹을 구축한 시점에서 과연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을 재개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김 총비서가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리정호] 김정은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완전한 비핵화 대신 영변 지구의 낡은 핵시설만 폐쇄할 것을 제안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와 핵 군축이라는 얄팍한 기만 전략을 들고나왔습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김정은의 의도를 한눈에 꿰뚫어 본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은 북한의 비핵화 제안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회담이 결렬됐죠. 그때 김정은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국제 사회와 북한 간부들, 그리고 전체 주민들 앞에서 크게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 역사상 처음 겪는 굴욕적인 정상 외교였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는 오류와 실패를 모르는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그는 자신이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미북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외무성의 일꾼들에게 전가해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했습니다. 또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했던 한국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증오심을 드러내면서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막말을 퍼붓고 남북 관계를 단절했죠.

김정은은 당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으로 봅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을 다시 만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적으로 고립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선전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협상 전술을 달리해서 회담에 응할 것으로 봅니다.

또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2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 발전 2024’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을 가장 위험한 적대국가로 지목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확신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적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그가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높아진 핵 보유의 전략적 가치와 북러 간 전략 동맹을 이용해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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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 트럼프 초청 원할 것… 원산갈마관광지구도 주요 행선지 가능성"

[기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김 총비서가 그를 적극적으로 평양에 초청하려 할 것이란 예측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정호]네, 저는 김정은의 과거 행동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1월 4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한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바로 평양을 방문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와 개인적으로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면, 미국과 해당 국가의 관계도 좋다고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성을 잘 아는 볼턴 전 보좌관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2019년에 제 지인이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해 자신의 집무실 청사와 관저를 현대식으로 재건축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중앙당 설계실 전문가들을 중국에 한 달간 파견해, 이탈리아산을 비롯한 유럽의 고급 건축 자재들을 구입해 갔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핵 군축 협상을 하고 대북 제재 완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고립된 김정은 정권에 전례 없는 선전 효과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정권 유지에 크게 이바지하겠죠. 또 이런 접근은 다른 독재자들에게 나쁜 선례를 남기고, 억압받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더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고, 자유와 기본권을 수호하는 미국의 원칙을 지키려 할 겁니다. 오히려 김정은이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낡은 핵 시설을 내놓는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그의 권위에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북한 내부와 국제 사회에서 김정은의 입지가 더 약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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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완공된 갈마해안관광지구 시찰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12월 29일 완공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한 여러 호텔들과 부대시설들을 돌아보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준영/YNA)

[기자]최근 김 총비서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시찰 보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6월에 개장하겠다고 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팀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한 투자를 제안하신 적도 있는데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도 주요 행선지가 될까요?

[리정호]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그의 중요한 방문 일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지역 개발을 매우 만족해하며, 그곳을 국제적이고 정치적인 행사를 주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지역은 2012년 장성택 부위원장이 경제 개방을 하려고 시작했던 곳으로, 북한 정권에는 매우 중요한 대외 개방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제가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전에 백악관의 고위 참모들에게 조언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였습니다. 그때 저는 만에 하나 북한과 비핵화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트럼프 타워 건설을 제안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이 제안은 그 지역에 대한 김정은의 야망과 깊이 연관돼 있고, 외교 협상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끝으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건데요. 수십 년간 미국에 대한 증오 사상으로 세뇌된 북한 주민과 청년 학생들, 군인들의 반응은 어떨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리정호]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분명히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지난 80여 년간 반제∙반미 사상과 '미국은 우리의 철천지원수'라는 적대적인 기조로 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은 1950년 한반도 전쟁이 미국에 의해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이 전쟁으로 도시와 마을, 공장과 농촌이 모두 파괴됐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매년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를 반미투쟁 월간으로 제정해 반미 사상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교육 체계도 유치원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체계적으로 반미 사상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런 교육과 선전은 북한 체제 유지의 중요한 사상으로써 북한 주민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죠. 또 북한 당국은 나라가 빈곤하고 북한 주민이 가난하게 된 모든 원인을 다 미국의 탓으로 돌려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증오하는 미 제국주의의 대통령이 평양에 와서 열렬히 환영받는 것을 상상하면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순진한 북한의 청년과 학생, 군인, 주민들은 미국 대통령이 환영받는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겁니다. 또 오랫동안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지금까지 체제를 유지해 오던 사상 기둥이 흔들리는 중대한 도전이 될 겁니다.

[기자]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고 싶어 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