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불안한 식량 상황은 지난해에도 심각했습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야 식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미 농무부는 내다봤는데, 이는 아시아 지역의 1인당 소득 회복과 식량 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생산량을 허위 보고하고, 인구 증가와 연간 성장률이 더딘 북한에서 이러한 요인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고서 " 북한의 식량 불안정 비율 44%... 곡물 가격도 13% 상승 "
미국 농무부(USDA) 산하 경제연구청(ERS)이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해 전망한 ‘2024-34 세계 식량 안보 평가(IFSA)’보고서.
지난해 발간된 이 보고서는 2024년 북한의 식량 불안정 비율이 44.1%로, 이는 거의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약 1천160만 명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 안보에 대한 주요 도전 과제는 경작 가능한 농지 부족, 화학 비료와 같은 산업용 투입재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농업 체계”라고 꼬집으면서, 지난 2023년에도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도입한 국경 통제 조치를 유지함으로써 원조와 물자의 접근이 제한된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미 농무부는 2024년 북한 내 주요 곡물의 실질 가격은 전년도(2023년)에 비해 약 13% 오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질 국내 가격은 물가 상승을 반영한 후 상품의 가치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앞으로 2034년까지 북한 곡물의 실질 국내 가격은 연평균 5.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2034년까지 식량 불안정 비율이 지금의 44.1%에서 3.8%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1인당 소득이 오르고, 식량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식량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알곡 생산량부터 분배 내용까지 허위 보고 … 실상은 달라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1인당 소득이 회복되더라도, 북한의 인구 대비 식량 안보가 개선될지는 불투명합니다.
미 농무부가 집계한 2024년 기준 북한 인구는 2천620만 명인데, 10년 후인 2034년에는 약 1.5% 증가한 2천660만 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14일 RFA와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인구 대비 식량이 항상 부족하다”라고 전했습니다.
[ 리정호 ] 인구 대비 식량은 아무리 풍작을 이루었다고 해도 부족합니다 . 김일성 때도 풍년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 식량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 그래서 ( 당시 ) 검열을 통해 ( 농장 관리 책임자 등이 ) 허위 보고하는 걸 잡아낸다고 했었습니다 . ' 알곡 생산량을 600 만 톤 생산했다 . 1 천만 톤 고지한다 ' 고 했는데 실제 한 100 만 ~200 만 톤을 허위 보고했던 겁니다 .
리 대표는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당국이 노동자와 군인을 포함한 일반 주민에게 하루 평균 0.6kg의 식량을 배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2천500만 명이 넘는 북한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지역마다 생산량과 공급량도 다르고, 식량을 운송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 리정호 ] ( 황해남도 ) 해주에 들어가면 김일성의 교시가 크게 붙어 있습니다 . ' 황해도는 100 만 톤을 생산하는 고장으로 만들어야 된다 ' 는 표시가 있어요 . 그런데 무슨 문제가 발생했냐 하면 연료가 부족하고 전기가 없으니까 이걸 ( 식량을 ) 수송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
리 대표는 대외적으로 식량 공급이 원활한 곳으로 알려진 평양시에서도 식량 부족 문제는 일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평양시에서는 식량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운송해 들여오는 알곡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조차 북한 군대에 우선적으로 공급되면서 평양 시민이 배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또 평양의 상류층은 평양시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하다며, 그 외 평양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다른 지방 주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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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 … 과연 10 년 뒤에 달라질까 ?
2023년 5월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일혁 씨도 13일 RFA에, 이 같은 식량 부족 상황은 김정은 정권 들어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그 기간 북한 길거리에는 굶주리다 길거리에 쓰러져 숨지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RFA에 제공한 동영상에도 2023년 황해남도 강령군의 한 마을에서 남성 한 명이 울타리 밑에 쓰러져 있습니다.
당시 주변 상인에 따르면 이 남성의 자녀 두 명을 비롯해 온 가족이 먹지 못해 숨졌고, 그도 전날부터 그 자리에 쓰러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상출처: 김일혁
[ 김일혁 ] 김정일 때는 지방 사정을 잘 알아서 그런지 , 배급이 없으니까 대신 사람들이 장사를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풀어줬습니다 . 근데 김정은은 달라요 . 인민들을 많이 생각하는 ' 인정 많은 지도자 ' 라고 생각할 만큼 주민들에게 계속 뭔가를 주라는 강요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 그런데 ( 간부들도 ) 실질적으로 줄 게 없는 거죠 . 그러니까 국가가 아닌 아래 간부들에게 ' 인민들에게 배급을 줘라 , 배급을 주고 일 시켜라 ' 이런 말을 계속합니다 . 그러니 달라지는 건 없는 거죠 .
김 씨는 자신이 탈북할 때까지도 코로나 방역 조치는 해제되지 않았다며, “북한 당국이 코로나를 빌미로 20~30리 거리마다 영구적인 검문 초소를 건설하고, 차량이나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을 검열해 조금이라도 고열이 감지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강제 격리하는 일도 허다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이러한 국가 통제 때문에 북한 주민은 외출을 최대한 삼갔고, 이 때문에 장사도 못 하게 되자 따로 식량을 구할 방법도 없었던 겁니다.
또 김 씨는 “평양시의 경우 적게나마 배급을 받는다는 소식을 친척을 통해 들었는데, 지방 관리들은 식량을 받아 나눠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 주민의 식량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김일혁 ] 직장에 따라 다르지만 , ( 평양에서 ) 명절이라 하면 제일 가난한 기업체에서도 돼지고기 1kg, 기름 500g, 밀가루 약 1kg, 설탕의 경우는 한 1kg 등 이런 식으로 명절 공급을 좀 한대요 . 새해라 하면 평양시는 그나마 뭔가 공급을 해주거든요 . 근데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지방 관리들은 인맥이 없어요 . 본인도 겨우 먹고 사는데 인민들한테 줄 게 있나요 . 그래서 거기서도 허위 보고를 합니다 . 뭔가를 줬다고 거짓말을 해서 보고 한대요 .
한편, 미 농무부 경제연구청은 2034년까지 북한의 1인당 국내 총생산에 관한 연간 성장률이 매년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프가니스탄 다음으로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미 농무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34년에는 북한의 식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본적으로 부족한 식량 생산량에 낙후한 농업 체계와 운송 수단, 분배와 배급에 관한 허위 보고 등이 개선되지 않은 한, 10년 뒤에도 북한 주민의 식량 위기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