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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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올해 영국에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가 개최된 가운데 북한은 불참했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 이후 여러 국제대회와 스포츠 경기 등에 참가한 것과 다른 행보인데요.

이는 개최지가 영국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젊은 세대가 외부 문화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우려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중국 , 러시아와 달리 북한은 불참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영국 바스(Bath)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약 3년 7개월의 국경 봉쇄를 끝내고 코로나 방역을 해제하며 각종 국제 대회 및 스포츠 경기에 선수단을 파견해 온 북한이지만,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는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레고르 돌리나르(Gregor Dolinar)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이사회 회장은 지난달(6월 7일) 북한의 참가 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북한은 마감 시한이 지난 시점에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North Korea has not confirmed and will not participate at the IMO 2024 as the deadline has passed.)

이는 올해 중국은 참가하고, 러시아도 6명의 학생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과 다른 행보입니다.

북한은 1990년 처음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시작으로 총 14번 참가하며 금메달 22개, 은메달 36개, 동메달 9개를 획득했으며, 마지막으로 대회에 참가한 때는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9년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한반도 전략센터장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개최지가 영국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12일 RFA에 “과거 태영호 공사가 영국에서 한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에 북한은 영국에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개최되는 것에 더욱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그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의 동맹관계를 완전히 복원하면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서방국가들과 접촉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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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일, 북한 평양 과학기술단지에서 열린 전국 어린이 공상과학 모형 및 발명품 전시회에 참석한 북한 학생들. /AP (Cha Song Ho/AP)

평양 출신으로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바 있는 탈북민 김금혁 씨는 11일 RFA에 북한이 비용적인 부분과 외부 문화 노출에 대한 우려로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 김금혁 ] 제가 봤을 때 크게 두가지일 것 같습니다 . 지금 대부분 유학생을 소환하는 과정 중인 거잖아요 . 새롭게 파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 있고요 . 물론 올림피아드는 장기적인 파견은 아니지만 , 단기적으로 그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만 파견이 되는데 과거 우리가 봤을 때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다가 한국으로 넘어온 친구들이 꽤 있었습니다 .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지금 북한이 상당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 , 올림피아드에 인원을 파견하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거든요.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 이런 사소한 행사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북한의 외화 사정이 조금 안 좋지 않나 ' 라고 생각합니다 .

실제로 지난 2016년,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북한 학생이 홍콩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탈북한 바 있습니다.

또 김 씨는 이 학생 외에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뒤 탈북한 학생들이 있다며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재단(IMOF: 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Foundation)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최 측이 현지 숙박과 식비, 교통비 등을 부담하지만, 개최지까지 가는 비행기표는 각 국가가 내야 합니다.

돌리나르 회장은 12일 RFA에 “IMO 개최국으로의 이동 비용은 참가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비용은 주최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재정적 부담으로 올림피아드에 참가하지 않는 상황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며 “올해 IMO 재단은 일부 국가에게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비용적인 부담보다 북한 학생들의 외부 문화 노출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매우 커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 김금혁 ] 제가 드는 우려는 올림피아드는 사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행사도 아니고 , 북한은 항상 자신들이 ' 이렇게 수학을 잘한다 ' 혹은 ' 이렇게 인재를 잘 길러낸다 ' 는 걸 과시할 목적으로 올림피아드에 보냈고 , 또 올림피아드에 내보내기 위해 꽤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오는 것에 대한 압박을 주는 행위들이 늘 지금까지 있었단 말이죠 . 근데 코로나가 끝났고 , 북한에 코로나가 재창궐하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 그런 상황에서 올림피아드에 파견하는 것조차 안 한다고 하면 이들이 외부 문화가 북한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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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9일, 북한 평양에 있는 교원 양성 대학인 평양교원대학의 멀티미디어 제작 수업에서 컴퓨터로 제작한 북한 국기와 주체사상탑의 영상이 투사되어 화면에 보이고 있다. /AP (Dita Alangkara/AP)

" , ' 장마당 세대 사상적 이탈 막기 ' 에 집중 "

북한 당국은 중국,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유학생들에 대한 소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유학생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장마당 세대의 이탈을 막고, 사상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금혁 씨도 “그동안 통상적으로 해오던 소환은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유학생들을 소환하지 못했던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내부에서는 외부정보 유입의 차단을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하며 통제가 강력해졌고, 특히 올해 초에는 해외 노동자들의 대규모 소요 사태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북한 젊은 세대들의 사상과 행동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고 김 씨는 분석했습니다.

[ 김금혁 ] 유학생의 경우 워낙 숫자가 많지만 ,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들은 통제 범위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 특히 올해 1 월에 있었던 동북 삼성에 있던 2 천 명의 노동자가 대규모 소요 사태를 일으키는 일이 있었는데요 . 이와 관련해서 유학생들은 이런 사태가 일어났고 , 또 북한 당국이 그것을 어떻게 진압했는지 이 모든 과정들을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보고 , 듣고 알았을 거란 말이죠 . ' 다른 여파가 다른 유학생들의 머릿속에 퍼지지 않도록 통제를 해야 한다 ' 는 절박함을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지난 4 년 동안 북한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집중도 있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결국 장마당 세대의 사상적 이탈을 막기 위한 것에 모든 집중이 쏠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대규모 해외 유학생들의 본국 송환과 함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도 불참을 결정한 북한.

MZ세대의 사상적 이탈을 우려하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이 부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