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북한 비핵화 설득 여전히 가능해”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에 대해 12일 오후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우리측 검증반 대표 육군 대령 윤명식과 북측 현장검증반 안내 책임자 육군 상좌 리종수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에 대해 12일 오후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우리측 검증반 대표 육군 대령 윤명식과 북측 현장검증반 안내 책임자 육군 상좌 리종수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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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동향이 파악된 데 대해 소형 핵탄두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전 단계로 핵실험을 준비중이라고 미국 스팀슨센터의 올리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과거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사찰을 주도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역임한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6차 핵실험 이후 소형 핵탄두 제작까지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졌다며 현재 추가 핵실험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해 핵 실험장 복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RFA 긴급진단]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속내와 전망, 첫 번째 순서로 올리 하이노넨 연구원의 분석을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 소형 핵탄두 대량 생산 전 최종 점검 노림수

[기자]북한이 2018년 5월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특히 3번 갱도로 통하는 지름길을 복구해 이르면 내달에도 핵실험 재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북한이 이렇게 핵실험 재개를 서두르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올리 하이노넨 :김정은 총비서는 과거 핵탄두를 소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핵탄두 소형화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핵분열성 물질 즉,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적게 사용하고 더 많은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핵탄두가 가벼워지게 되면 미사일이 더 높이, 더 오래 날 수 있습니다. 이게 기본적인 이유죠. 북한은 동시에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화성-15형'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이를 실제 사용하는 것은 탄두가 가볍고 소형일 경우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북한의 핵 억지력을 증강하기 위해 핵탄두 소형화를 추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형 핵탄두를 만드는 것은 훨씬 까다로운 일입니다. 소형 핵탄두가 적절하게 폭발하기 위해서는 설계에 많은 제약이 있어요. 따라서 북한이 더 많은 소형 핵탄두를 제작하기 전에 성능을 확인해 보려고 핵실험을 서두른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그렇다면 왜 지금 핵 실험장 복구에 나섰다고 보시는지요? 핵탄두 소형화에 서두를만한 이유가 생긴 걸까요?

올리 하이노넨 :뭐 그리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시간 순서를 보면 2017년, 그러니까 5년 전에 화성-15호를 처음 시험 발사했는데, 2년 전 2020년에 '핵탄두를 소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시기입니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직접적인 핵실험 없이 핵탄두를 만들어왔는데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핵실험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하지 못한 유일한 실험은 아마 실제 소형화한 핵탄두를 적용한 전면적인 핵실험일 겁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2019년에 한 'ICBM 발사 유예' 약속을 파기하더라도 소형화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의 전면적인 발사 시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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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AFP

러시아서 전수받아 핵무기 기술 기반은 이미 마련

[기자]북한이 핵무기 관련 핵심 기술인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는 어느 정도까지 도달했으리라 평가하시는지요?

올리 하이노넨 :북한은 현재까지 20~30년 동안 핵무기를 개발해오고 있습니다. 제 견해로는, 그들은 핵무기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고성능 폭약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핵탄두를 운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미사일 기술과 기본 디자인을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북한은 어떻게 무기를 설계하고 어떤 물질을 사용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북한은 기술 모방을 통해서 그들이 갖고 있는 크고 다른 소재의 미사일들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려고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나 대기권 재진입과 같이 더 발전된 기술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습득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리리라 예상하시는지요?

올리 하이노넨 :북한은 6차 핵실험 이후 5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이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설계하고 비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 소형화한 핵탄두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전면적인 핵실험이고, 이를 통해 소형 핵탄두를 대량 제조할 것인지 결정하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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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일 북한 접경지역인 파주 통일전망대에 전시된 년도별 남북한 일지 ./AP

아직 회유 가능

…‘안보 보장·정권 유지·경제 개선’ 세 가지 협상책 필요

[기자]일부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이 고도화했다며 핵폐기는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북한의 핵폐기, 아직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올리 하이노넨 :북한이 핵과 미사일 모두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것은 10년 전만큼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북한은 국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도 좋지 않기 때문에 무기를 개발하는 데 있어 제한적일 겁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의 결과물로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난을 지속할 의향이 있는지도 그는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의 정권이 유지되고,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면 비핵화에 응할 것입니다. 그리고 안전보장 협정과 같은 것들은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겠죠. 북한 주민들의 삶에 책임이 있는 김 총비서에게 또 중요한 것은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 가지, 즉 안전보장을 위한 북한에 대한 외부의 위협 차단, 경제적 지원과 경제 개선 보장, 그리고 김 씨 일가 정권의 유지, 만약 누군가가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설계한다면,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그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올리 하이노넨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 러시아 특히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그리고 중국과의 외교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한은 세계적인 외교 문제 중 일부일 뿐입니다. 그리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관점에서 보면, 아마 그는 북한을 '즉각적인 위협'으로 보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적어도 당분간은 러시아처럼 즉각적으로 핵 공격을 감행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좀 더 지켜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난에 처한 김정은 총비서는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오래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저는 지금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 문제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닌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책을 통해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이 북핵 협상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비해 작은 위협이겠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위협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과 함께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노림수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