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한전망]<1> “김정은, 올해도 군사력 증대 총력전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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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잦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 활동으로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올 해도 북한의 무력 도발은 계속될 전망인데요, 북한이 근거리와 장거리 무기를 모두 확보하는 데 집중해 대남, 대미 압박을 더 강화하리라는 겁니다.

북한의 지난 한 해를 되짚어보고 전망하는 시간 [2023전망] 첫 번째 시간으로 2023년 북한 군사 분야의 전망을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2023년 한미일에 "단계적 대응 나설 전망"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이 쏘아 올린 미사일은 90발 이상으로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만 39차례에 이릅니다. 여기다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황까지 포착됐습니다.

북한은 연말인 지난해 12월에도 15일과 18일 3일 간격으로 고출력 고체연료 실험과 위성운반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며 과시한 데 이어 약 일주일만인 27일 무인기 5대로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경기, 인천 지역까지 침투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이 2022년을 ‘북한이 군비증강에 총력을 다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조한범]미국을 압박하는 무력시위와 무력 도발을 지속해온 게 2022년 패턴이거든요.

[정성장]북한에게 2022년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북한 입장으로서 2022년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나 자연재해 그리고 신종 코로나비루스에 의한 국경봉쇄가 겹친 너무나 어려운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정권 유지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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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김정은 총비서가 (왼쪽) 미공개 장소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로 추정되는 신형 무기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모습. /AFP

일 년 내내 지속된 북한의 위협 행위에 남북 간은 물론 미북 간 긴장도 한껏 고조됐습니다. 올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2023년에도 북한의 각종 도발이 이어질 걸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준중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찰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해 근거리와 장거리 방어망 모두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북한은 일본을 타격하기 위한 준∙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의 확장 억제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ICBM 개발 특히 다탄두 ICBM 개발과 정찰위성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따른 대응이라는 겁니다.

스웨덴(스웨리예) 안보전략정책연구소(ISDP)의 이상수 한국센터장 겸 부소장도 RFA에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안보리 제재 반대와 같은 상황을 이용해 핵무기와 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큰 규모의 군사훈련 혹은 연합훈련을 실행하기보다는 한∙미∙일에 개별적이고 단계적인 공격용 핵미사일 기술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정치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북한 당국이 핵 무력과 군사력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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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Reuters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을 향한 한미일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역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걸로 내다봤습니다.

[조한범]본인들이 원하는 여건 조성을 위해서 2022년에 대미 대남 압박 무력 도발과 무력시위를 지속해 왔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러나 한미가 북한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한미일 협력까지 강화하는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도 북한은 한미를 움직이기 위해서 무력 도발을 지속할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무력 증강의 이유 첫 번째 , 북한에 유리했던 동북아 정세

문제는 이런 상황 아래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RFA에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고 이는 남·북·미 협상을 끌어내기에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미국은 여전히 주로 동맹국들을 지원하고 동북아 3국 (한국, 중국, 일본) 상호 협력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반대 탓에 미국이 주도한 추가 대북 제재안은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나아가 올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성장]북한이 설령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북한은 2022년에 핵실험장을 다시 복구했고요. 2023년 초에 북한은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원도 대북 제재가 느슨해진 틈을 타 북한이 핵 무력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구체적으로 외교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채 교착 상황이 계속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북한이 원하는 건 대북 제재 해제와 북한에 우호적인 남북 관계거든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칙적인 대북 정책, 남북 관계 발전보다는 '남북 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고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대화만 반복하지, 북한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 안 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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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북한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축하하기 위해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 군인들이 모였다. /AP

무력 증강의 이유 두 번째 , 권력의 절대화

북한은 첨단 기술 개발과 핵 무력 고도화를 통해 북한 김씨 일가의 권력 세습 정당화에도 매진했습니다.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둘째 딸로 알려진 김주애 양과 동행하는가 하면, 12월 26일 열린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에서 북한식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김씨 일가’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데 초석을 다진 바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지난해 11월 미사일 시험발사 관계자가 김정은 총비서에게 바치는 서한에서도 김씨 일가의 백두산 혈통을 추켜세운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사회주의는 세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식적으로 변경시켰습니다. 11월에 발사한 화성 17형 관계자가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로지 백두산 혈통 가문을 따라가겠다"고 설명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세습을 근거로 지도자가 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뿐 아니라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 교육도 강화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북한 내 여러 조직이나 지역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절대적인 존재라며 따라가야 한다"는 강연회나 학습을 되풀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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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의 하갓냐에 있는 19세기 스페인 점령기에 쓰인 대포의 동상.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괌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조한범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핵 무력 개발을 통해서도 김씨 일가의 권위를 높이는 것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국방력 강화로 대내외적인 김정은의 업적을 과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자기 어린 딸까지 데리고 나와서 "후대들을 위한 큰 업적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포장해가고 있거든요. 그리고 "전술핵, 전략핵을 강화해 나가겠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핵억지력을 갖추었다"며 김정은 총비서의 업적을 내세우고 있고 기록영화에서도 국방력 강화 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23년 북한의 도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무력 증강을 억지하기 위한 대북정책은 자칫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겉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