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철 지난 전술에 전쟁 사상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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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군 포로 , 차라리 죽음 택할 가능성 있어

[기자]지난 12월 27일, 미국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이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교전 중인 북한군이 소위 '인해전술'을 사용하다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커비 보좌관은 그 전주에만 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는데요. 북한군이 이와 같은 인해전술을 무리하게 펼친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네, 저도 그 점이 궁금해서 일본 자위대의 고위 간부들을 취재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북한의 전술이 소위 '갈라파고스'화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갈라파고스'는 중남미 태평양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다른 세계와 교류가 없고 고립돼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군은 6.25 전쟁 이후 월남이나 중동에 소규모 부대를 파견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전투에 참여한 것은 이번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전투가 처음입니다. 세계 모든 군대는 과거 전쟁 경험을 통해 전술을 학습하고 이를 '전훈' 또는 '컴뱃레슨'(Combat Lessons)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북한군은 6.25 전쟁의 경험 외에는 전투 교훈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6.25 당시 전훈이라고 하면 돌격 전투, 적의 후방에 진입하는 격랑 전투,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처럼 적의 상륙작전에 대비한 방어 전투 정도가 전부입니다. 북한군은 무인기에 대한 전술뿐 아니라 현대적인 군사 작전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공동 군사 훈련을 한 적이 없어서 가까운 국가들로부터 군사 전술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드론이 촬영한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병사들이 평원 지역을 일렬종대로 전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악지대가 많은 북한에서는 그러한 행진이 이해될 수 있지만, 평야가 많은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매우 위험한 전술입니다. 병사들이 일렬로 전진하면 선두가 공격받았을 때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지뢰가 매설된 지역에서는 일렬 종대로 전진하다가 한 병사가 지뢰 폭발로 쓰러지면, 나머지 병사들도 곧바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피하려면 병사들이 옆으로 분산해 전개하는 것이 올바른 전술이라고 합니다. 결국, 북한군은 드론 공격뿐만 아니라 70년 전에 사용했던 전술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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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에 배치돼 드론에 맞서 싸우는 북한군 병사들 / 연합뉴스

[기자]지난 26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 병사가 생포됐지만, 부상 악화로 하루 만에 사망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가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인데요. 앞으로 북한군 전사자와 생포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한군 포로에 대한 처우 문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님께서는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북한군 포로를 생포할 경우 어떤 대우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적십자국제위원회(ICRC)에 따르면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는 1949년 제네바 제3조약의 당사국입니다. 제네바 조약은 포로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방에 수용하거나 학대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포로도 자신의 가족과 연락할 권리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과 러시아 모두 북한 병사들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북한군 포로가 자신들의 가족과 연락을 원할지 여부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포로를 수용한 국가는 전투가 끝나면 포로를 본국으로 송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우크라이나가 해당 국가인데, 러시아가 북한 병사의 신분을 러시아인으로 위조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송환 문제에서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됩니다.

또한, 포로로 생포된 북한군 병사가 한국으로 망명을 희망한다고 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북한군 병사가 생포될지는 궁금한 부분입니다. 최근 RFA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이 포로로 생포되는 것을 불문율로 규정하고, 절대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군 출신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포로로 생포되면 반역자로 간주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학습한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북한군 병사들은 포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부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병사는 그 옆의 동료 병사가 부상 병사를 사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생포될 북한군 병사가 있을 경우에도 이들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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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지난달 28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 하급병사 정경홍의 일기를 공개했다. /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제공=연합뉴스

북러 상호 여행 협정 추진 … 북러 관계 과시 수준에 불과

[기자]한편,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일반인의 여행에 관한 상호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렉세이 클리모프 러시아 외무부 영사국장이 지난달 26일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러시아인들의 무비자 북한 관광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이런 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북러 관계 강화의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교류에서 북한이 얻는 경제적인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러시아 관광객의 숫자는 연간 수천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장 많았던 시기에도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연간 30만 명에 달했는데, 러시아 관광객은 이의 50분의 1에서 100분의 1 정도 수준입니다.

러시아 관광객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물론 비자 발급 과정이 복잡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북한 관광 자체에 대한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관광은 자유로운 행동이 제한돼 있고,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식사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관광 명소는 자연 풍경이나 바닷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치적 건축물로 구성돼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역사적, 지리적으로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반면, 러시아 사람들은 원래 북한의 문화나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와 북한 간에 무비자 협정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협정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된 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최근 북한 매체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가 지난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하고, 내각 총리 교체 등 주요 간부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이번 회의 내용 중 특히 주목하신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년 북한의 대내외적 노선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개인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주목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이번에는 회의 내용을 날마다 보도하지 않고 마지막 날인 27일 이후에 한꺼번에 보도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몇 년을 비교했을 때 김정은 체제가 일정 부분 긴장을 덜어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연말 중앙위원회 확대회의 내용을 날마다 보도하면서 노동당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 부족을 우려했지만, 올해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로 에너지, 식량, 건설자재 등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서 다소 여유를 가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서 ‘지방 발전 20x10 정책’을 다시 강조하면서 의료시설, 다목적 문화센터, 양곡 관리소 건설을 언급했습니다. 이 세 가지 시설을 강조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시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북한의 취약한 의료 체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양곡 관리소 건설은 자본주의 경제 도입을 부정하고, 사회주의 관리 경제를 추진하려는 김 총비서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목적 문화센터는 사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 총비서는 교육 체제 강화도 언급했습니다. 이는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영화, 노래, 드라마 등의 유입이 북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김정은 체제가 중장기적으로 위기 상황에 빠져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원자력 잠수함 등 가능한 모든 무기 개발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협박 전략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핵 보유를 인정받는 것이 김 총비서의 최대 대미 정책 과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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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천명’하면서 박태성을 내각 총리에 임명하는 등 중요 간부들을 교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한국 국회에서 통과하면서 최상목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올랐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군과 각 부처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는데요. 현재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과 내부 일정 등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향후 도발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최 권한대행의 발언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크다는 점을 부각하기보다는, 한국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봅니다. 동시에, 국민들에게 안심을 주기 위한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발언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거나 도발을 막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현재 한국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여유가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약 3천 명의 북한 병사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군대에서 병력의 3분의 1이 전사하거나 부상하면 전투 능력이 크게 상실되고 격파된 상태로 평가됩니다. 현재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견한 병력은 약 1만~1만 2천 명으로 추정되며, 미국 백악관도 북한 병사가 매주 약 1천 명씩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부대를 러시아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과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여유는 없다고 봅니다. 최 권한대행의 발언은 북한에 강력한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국내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