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러시아가 김정은 정권에, 북한 전체 면적에 버금가는 광대한 토지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러시아 측이 제공하는 지역에 수만 명의 제대 군인들을 보내 그곳에서 밀과 옥수수를 경작하게 하고, 생산한 식량을 북한으로 보내는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땅에 정착촌을 짓고, 제대 군인을 보내 농사를 짓게 하는 방안이 2023년 12월부터 논의됐다고 합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고, 러시아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협력이 될 수 있는데요.
“만약 이번에 북러 간 농업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두 나라는 군사 협력을 넘어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착촌에서의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조직적인 인권 착취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이 사안을 꼭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 주민 거주할 정착촌 형성 … 2023년 12월부터 논의돼
[기자]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대표님께서 직접 들은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하셨는데요. 북한의 제대 군인들을 러시아에 장기적으로 정착해 농사를 짓게 함으로써 북한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내용이라면서요. 이는 북러 관계의 전략적 변화를 시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리정호]네, 최근 중국에 나온 북한 관계자들이 전해준 소식에 따르면, 러시아가 김정은 정권에, 북한 전체 면적에 버금가는 광대한 토지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 러시아의 극동지역이나 쿠르스크 지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러시아 측이 제공하는 지역에 수만 명의 제대 군인들을 보내 그곳에서 밀과 옥수수를 경작하게 하고, 생산한 식량을 북한으로 보내는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지역에 주택과 병원, 학교, 편의 시설 등을 짓고 정착촌을 형성해 장기 거주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소식통에게 확인해 본 결과,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2023년 12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이런 협력은 북한과 러시아 양국 모두에 전략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북한에는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죠. 북한은 가용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특히 기후 조건과 비효율적인 농업 체계로 항상 식량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러시아 땅에 농장을 운영하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북한 식량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그동안 활용하지 않은 광대한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그 지역에서 농사가 잘되면 토지 비용을 받음으로써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같은 협력은 러시아와 북한, 두 국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유엔과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경제적, 전략적 파트너십(협력관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일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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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수만 명의 북한 사람이 러시아에 거주하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건데요. 저에게는 생소하게 들립니다. 과거에도 북한이 이와 유사한 해외 농업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례가 있었나요. 또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토지를 제공하고, 북한 사람이 그곳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그만큼 북러 관계가 더 밀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시나요?
[리정호]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북한 정권이 해외에서 농업 기반을 조성해 생산한 식량을 북한으로 보내는 선례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유사한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노동당 39호실 산하 ‘금강무역총회사’에서는 2007년과 2008년에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상당한 면적의 토지를 임대해, 그곳에서 콩 농사를 지어 북한으로 반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여러 차례 김정일의 방침을 받고 추진됐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노동당 39호실의 실행 의지는 강했지만, 북러 간에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농업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북한 당국이 수십 년 동안 러시아에서 벌목 사업을 하며 정착 기지를 건설한 사례가 있습니다.이는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파견해 목재를 확보하는 방식인데요. 이번 러시아의 토지 제공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죠.
따라서 러시아가 광대한 토지를 북한에 제공하고, 북한 주민 수만 명이 장기적으로 거주해 농사를 짓게 한다면, 이는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합의함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전쟁에 끌어들인 대가로토지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에 동기를 부여하는 전략적 시도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북러 간 농업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두 나라는 군사 협력을 넘어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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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착촌, 현대판 강제수용소와 다름없을 것”
[기자]하지만 러시아에서 북한 주민이 장기 거주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국,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제대 군인이 북한을 떠나 러시아에서 새로운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고, 이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과연 북한 당국이 이들의 사상 통제와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리정호]북한 당국은 그동안 해외 노동자를 파견할 때도 그들의 일상까지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에 대규모 정착촌이 형성된다면, 그곳 북한 주민이 외부와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도록 해당 지역을 국경과 유사한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강한 물리적 통제를 가할 것으로 봅니다. 이는 과거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공 정착 기지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또 북한 당국은 정착촌 내부에 당 및 행정 조직을 만들 겁니다. ‘러시아 정착촌 노동당 위원회’와 ‘인민 위원회’를 설치하고 북한 정권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운영할 것이고요. 보위부와 안전부도 함께 배치해 북한 주민의 노동과 일상, 사상 동향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러시아 정착촌에서 외부 세계의 정보와 인터넷 등을 철저히 차단할 것이고, 러시아 정부와 협조해 외부인이 정착촌 내부에 접근하는 것도 엄격히 통제할 겁니다. 그리고 북한 신문과 방송을 공급하고, 학교 교육도 북한식으로 운영할 겁니다.
이로써 러시아 내 정착촌의 노동 환경은 국가가 관리하는 집단농장과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될 것이고, 본질적으로 현대판 강제 수용소나 다름없을 거라고 봅니다. 북한 당국이 그곳에서도 내부 통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며, 처벌도 극도로 엄격해질 겁니다. 러시아 당국도 북한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데요. 결국, 이는 러시아 땅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조직적인 인권 착취가 이뤄지는 것이기에 국제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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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김정은 총비서는 오히려 핵시설을 방문하면서 내부적으로 반미 사상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러 협력은 더욱 확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표님께서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십니까?
[리정호]김정은이 우라늄 농축 핵시설을 방문하고, 내부적으로 반미 사상 선전을 강화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실질적인 위협으로도 보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세 차례 대화하고, 그를 여러 차례 칭찬한 적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미국 정부는 북한을 '핵을 가지고 말썽을 피우는 불량 국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반미 사상 선전과 우라늄 농축 시설 방문 등은 북한 주민과 한국 언론을 겨냥한 정치적 쇼에 불과합니다. 반면, 북한이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 군사, 외교,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명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외교적으로도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속적인 군수 보급과 병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미 북한이 1만 2천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고, 앞으로 2만여 명을 추가로 파병할 것이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는 북러 관계가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능숙하고 계산이 분명한 인물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계속 트럼프를 기만하고 대립각을 세운다면, 미국은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해 국제 사회와 공조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으로 봅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북한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라고 위협했던 사례를 볼 때, 북한이 계속 기만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그는 더욱 강경한 조치로 북한을 압박할 겁니다. 결국, 김정은의 호전적인 태도는 트럼프의 전략적 계산에 갇힌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기보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할 텐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4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몸값을 올리려 할 겁니다. 또 북한은 미북 대화를 통해 일부 제재 완화를 얻어내면서,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계속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기자]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대가로 북한에 토지를 제공하고, 농사를 짓게 한다는 북러 간 합의 내용'에 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