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인 집 치료소 통제 강화는 돈 뜯으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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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11월 26일, 돈벌이 목적의 비법의료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지시한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비법의료행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함되는 걸까요? 가정집 치료도 포함되는 건지요?

[안경수]입수했다는 비밀 문건만 보면 그 범위가 정확히 나타나지 않고 애매한 게 사실입니다. 문건에는 정확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비법의료행위를 하는 현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해석하기로는 가정집 치료, 가정집 치과 치료를 포함해서 개인 집에서 진단, 치료, 시술, 수술까지 하는 모든 의료행위가 다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건을 입수한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침, 뜸, 부항 등 고려 요법과 관련해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민간요법 수준이 아니라 개인 집에서 웬만한 치과 치료를 다 할 정도로 상당히 수준이 올라가 있습니다. 개인 집 치료 시설이 상당히 번성하고 있기 때문에 침, 뜸, 부항 같은 한방 요법에만 머물지는 않는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자]미숙한 시술로 인한 사고 및 인명피해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안경수]그동안 개인 집 치과 등 시술에서 의료사고가 있었던 건 당연한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의료 사고는 북한의 공식적인 의료체계 기관인 시, 군, 구 병원을 비롯해 종합병원 등에서도 계속 있었던 일입니다. 개인 집에서 시술하는 의사들 혹은 치과의사 또는 간호원 출신들이 오히려 능력 있고 시술을 더 잘한다고 인식됩니다. 그래서 다 개인 집으로 가는 거거든요.

문건에 적혀있는 인명사고 및 시설로 인한 사고 피해에 대한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진짜 이 문건을 낸 이유의 핵심 문구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입니다. 이 문구가 단서인데요. 관리 기관을 만들면 거기에 개인 집 치료소의 일정 매출이나 월별로 정해진 금액을 상납하라는 겁니다. 즉, 북한에 세금의 개념은 없지만, 세금을 내라는 개념이라고 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 시장에서 관리위원회에 일정 부분 내는 금액이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일정 부분 돈을 내라는 의도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말이죠.

[기자]워낙 북한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는 가정집 치료기에, 비법의료행위가 현실적으로 당에서 통제 가능한지도 궁금합니다.

[안경수]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 자금을 수취하려는 목적이 있는 거죠. 문건이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개인 집 치료소에 대한) 제약과 단속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 집 치료 시설, 침, 뜸, 부항, 안마, 개인 집 약국 등은 이미 예전부터 단속과 통제의 대상이었고, 불법이었는데요. 주민들의 수요가 있기에 계속 행해졌고 번성해왔던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개인 집 치료 시설 혹은 개인 집 약국이 없는 경우 혹은 있어도 주민들이 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잘 이용을 안 한다면 소문이 돌아서 저 멀리 다른 지역에서 의사 출신이 이사와 개인 집 치료 시설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즉, 단속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수요가 있었기에 번성했고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거죠. 치료를 받는 사람 중에 해당 지역 당 기관 혹은 법 기관 간부들이 있어요. 간부들만 치료받는 게 아니라 가족들도 치료받죠. 그렇기 때문에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결국 다 연결돼 있습니다. 뇌물 관계도 엮여 있기 때문에 장마당과 마찬가지로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실제 단속이 되지 않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대안으로 내놓은 방안도 있을까요? 사실 북한의 공식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가정집 의원을 찾는 주민들이 많았던 거잖아요.

[안경수]공교롭게 2022년 11월이면 하반기잖아요. 그때부터 북한의 의료기관 명칭이 대대적으로 변경됐었는데요. 공적인 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당의 의도가 있었죠. 그러한 공적인 (의료체계) 강화가 당의 방안이 될 수 있겠죠. 근본적으로 한 번 공식 체계 밖으로 나간 비공식적인 북한의 체계는 다시 돌이키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장마당도 같은 선상인데요. 시장이 지난 20년 넘게 번성하며 결국 북한 당국이 시장을 인정하고 관리위원회에서 소위 세금식으로 비용을 걷지 않습니까. 저는 결국 북한도 개인 집 치료 시설, 치료소, 약국, 치과 등에 위원회나 조직을 두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공식적으로 자금을 걷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그것의 시발점이라고 보면 이 문건 자체는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최근 한국의 미세먼지가 심합니다. 북한도 미세먼지를 피해 갈 수 없을 듯한데요. 북한의 미세먼지는 어떤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경수]북한도 1, 2월 그리고 봄철에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계속 홍보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장에서 위생 선전 활동을 하거나 의료봉사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면 계절성 호흡기 질병, 돌림감기를 홍보하러 가서 미세먼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현장에서 호흡기 계통을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을 장려합니다. 마스크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을 막고 추운 계절에는 보온 효과도 있으니 좋은 방어적 대응 효과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미세먼지 경우 북한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기관은 환경위생연구소입니다. 북한에서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로 분류하는데요. 눈에 잘 안 보이고 폐까지 뚫고 들어가는 건강에 해로운 먼지를 북한에서 미세먼지라고 하는데요. 그 중 초미세먼지에 대해 이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비소 같은 발암성 물질, 각종 비루스와 세균 등이 들어있는데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폐암, 기관지, 천식, 만성 기관지염, 폐결핵 등 호흡기성 질병이 걸리고 심근경색, 협심증 같은 심장 혈관 계통 질병 및 각종 안과 및 피부과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대주민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그렇군요. 현장에서 직접 홍보하는 방법 외에 북한 주민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주민들은 미세먼지 정도를 어떻게 알고 조심할까요?

[안경수]시간 단위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 9시에 제일 높고, 낮 3시가 되면 낮아진다'. 즉 오후 혹은 저녁 시간이 오전 시간보다 공기가 더 깨끗하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규 뉴스에 날씨 예보가 있는데요. 보통 우리나라 혹은 다른 나라의 경우 날씨 예보가 사실 많이 길지 않은데 북한은 기본적으로 7~8분으로 편성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허용 수준을 넘어서는 날이 오면 이 날씨 예보를 통해 꼭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비롯한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야외 활동 시간을 줄여라, 손 씻기, 마스크 착용을 잘해라 등 미리 대비할 것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기자]한국은 인터넷 혹은 휴대전화를 통해 미세먼지 '좋음', '나쁨'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종종 외출을 자제하라는 미세먼지 주의 재난 문자도 오지 않습니까. 북한은 이러한 체계가 있을까요?

[안경수]우리나 다른 나라들처럼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실시간 정보가 나오잖아요. 북한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는 정도까지 갔는지 확인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 앱과 날씨 앱은 있는데 그 날씨 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미세먼지 정보가 있는지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미세먼지 관련해서 현장 활동하는 보건의료 인력, 위생방역소의 활동과 매일 뉴스에서 알려준다는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