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11, 한국은 119… 북한의 응급 번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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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 최근 한국에서는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구급차에 인공지능 기술이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구급차 안에서 환자 정보를 병원 응급실과 공유해 최적의 이송 경로를 안내하고, 병원에서는 구급차의 위치와 환자의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기사를 접하고, 북한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급차 체계가 궁금해졌습니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은 119를, 미국은 911을 누르곤 하는데요. 북한은 어떤 번호를 가지고 있고 어떤 구급, 응급체계를 갖고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도 소방 및 구급 관련 응급 번호가 있기는 합니다. ‘110번’인데요. 그런데 이게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번호와 체계를 일반주민들은 잘 모릅니다. 잘 인식하고 있지 않고, 사용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면담해서 물어보면, 이를 모르고 의미가 없다고 답하곤 하는데요. 실제로 응급 상황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이 아는 직원이나 병원 사람에게 전화해서 차를 부릅니다. 아니면 차를 갖고 있거나 운행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례가 있다고 직접 들었는데요. 그 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구급차라기보다 일반 차나 공장기업소에 소속된 차, 아니면 병원에 소속된 차 등이 있습니다.

[기자] 우리가 아는 ‘구급차’의 개념과 조금 다르군요?

[안경수] 구급차는 환자 이송, 장기 이송, 의료 장비 수송, 혈액 수송 등을 해야 하고 거기서 의료진들이 비상 대기도 해야 하는 등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자동차잖아요. 의료적 처치를 긴급히 해야 하기에 상당한 의료 장비들이 장착된 특수 차량입니다. 이 구급차와 관련해서는 긴급 자동차 운행에 관련된 법 제도도 정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도로 사정도 고려돼야 하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의료 장비가 장착돼야 하는 구급차 혹은 구급차와 관련한 법 제도, 도로 사정 등이 열악합니다. 특히 주민들이 사는 골목가는 비포장도로가 아직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급차 같은 경우 운용하기가 굉장히 쉽지 않습니다.

[기자] 구급차가 있지만 운영 체계가 미흡하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안경수] 2000년대 들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국제기구에서 북한 의료기관에 구급차가 부족해서 차량을 지원했는데요. 그런데 이 구급차들이 온전히 구급차 역할을 다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구급차를 지원했는데 병원에서만 사용하지 않고, 그 차들이 빠져나와서 다른 시장 물품을 나르든가, 물건 운송 등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사람을 이송하기도 하는 등 병원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그 자동차를 관리하는 사람이 그 자동차로 부업을 많이 합니다. 또 북한 도로가 열악하잖아요. 그래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구급차가 정비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고장이 나서 안 나가는 자동차도 많고,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기자] 구급차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안경수] 물론 평양 중앙병원의 구급차는 당연히 구급차 역할을 하겠죠. 하지만 거기만 북한이 아니잖아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구급차가 있고 많이 지원을 받았지만, 그 차들이 꼭 병원을 위해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의 응급실, 즉 구급과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에도 소위 응급을 담당하는 구급과가 있는데요. 의사 2~3명, 간호원 3명 정도로 구성돼서 운영됩니다. 일과 시간에는 병원에 오는 환자 중에 응급 환자를 담당하거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왕진 검진을 가기도 합니다. 야간 구급 환자를 위해서 당직을 서기도 합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구급과가 열악합니다. 일단 의료 인력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어 기피하는 과이기도 합니다. 또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근무 부담이 크고요. 책임져야 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갑자기 아픈 사람이 오면 치료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경우에는 온갖 책임을 (구급과에) 다 묻습니다. 그래서 의료 인력들 사이에서는 기피하는, 정말 인기가 없는 과이기 때문에 이 구급과가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11일, 코로나(비루스)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며 사실상 코로나 사태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변환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방심'과 '해이'를 경계해야 한다며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북한 매체가 최근 공개하는 사진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빈번히 보이고 있습니다. 무역 재개, 국경 개방이 서서히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의 방역 정책을 짚어 주시겠습니까?

[안경수] 북한 당국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종식됐다는 걸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세계보건기구도 팬데믹 종료 선언을 했는데요. 북한 당국의 입장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번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을 북한 당국이 운 좋게 넘겼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북한이 세계적으로 가장 폐쇄적인 특성이 있었잖아요. 북중 국경을 2020년 1월 말,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과감하고 신속하게 폐쇄했다는 점도 있었고,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을 백신 접종 없이 잘 넘겼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21세기가 되면서 세계보건기구나 많은 과학자, 의학자들이 예측하듯이 앞으로 이러한 인수공통 감염병, 전염병 등 팬데믹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고, 그 기간이 짧을 수 있다는 교훈을 북한 당국은 얻은 겁니다. 그래서 그것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올 전염병 사태를 대비하자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전환한 것 같습니다. 북한 내에서는 방역에 대한 습관들은 최소한 계속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 방역 체계를 지속시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또 다른 팬데믹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고 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자] 국경 봉쇄로 인해 3년이 넘는 시기 동안 국제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북한이 오는 9월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리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할 수도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북한도 국경 개방 그리고 국제 행사 참여를 위해서는 서서히 엔데믹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안경수] 올해 6월 또는 여름부터 북중국경 개방이 예상되는데요. 국경지역에 소문, 정보가 있었어요. 예상대로 여름이 본격화되는 6월경부터 북중국경이 개방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북한은 각종 해외 스포츠 대회의 명목을 중심으로 서서히 국경 개방 전개를 조절할 것 같습니다. 조심하면서 해외 행사 등의 명목을 중심으로 서서히 국경을 개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