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중단, 일 년의 외침] “헛되지 않았어요”… 중국도 압박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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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2023년 10월 9일, 약 600명의 중국 내 탈북민이 강제 북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피해자 가족들과 인권 단체, 각국 정부와 유엔 등이 중국의 책임을 물으며 '강제 북송 중단'을 외친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중국은 강제 북송을 멈추지 않았지만, 유엔이 이를 ‘자의적 구금’으로 판단했고, 미국과 중국 정부가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국제사회도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 노력에 힘을 보탰는데요. 이런 가운데 전 세계를 누비며 북송된 동생의 석방을 호소했던 탈북민 김규리 씨도 드디어 동생의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위한 지난 일 년 간의 노력과 성과를 서혜준 기자가 되짚어봤습니다.

겨우 듣게 된 동생의 소식 … " 아직 살아있다고 믿어 "

[ 김규리 (2023 10 24 )] 저에게 안 와도 돼요 .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만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다른 바람이 없어요 . 언니 곁으로 안 와도 됩니다 .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만 , 중국에서 제발 좀 받아줘서 딸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만 하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그것뿐이에요 .

탈북민 김철옥 씨가 강제 북송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023년 10월 24일.

그의 언니 김규리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 통화 내내 오열하며 “동생을 중국에만 돌려보내 달라”며 절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강제 북송된 600 여명의 탈북민 중 한 명인 김철옥 씨는 14살에 중국 남성에게 팔려 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26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23년 만에 언니와 연락이 닿았고, 한국행을 시도한 끝에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된 겁니다.

이미 영국에 정착해 있던 그의 언니 김규리 씨는 그 후 생계를 위한 음식 장사도 접고, 본격적으로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약 6개월 뒤, RFA 취재진은 그를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만났습니다.

[ 김규리 ] 집중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 중국이 문제다 ', ' 중국과 타협을 해야 한다 ' 는 거예요 . ' 북한에서 넘어오는 탈북민들을 받기 싫으면 제 3 국으로 보내 달라 , 다시 그 험한 나라로 돌려보내지 말아 달라 ' 는 것을 집중해서 말하고 싶어요 .

김 씨는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 행사에서 북송된 동생의 소식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중국 대표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탈북민들은 ‘불법 이민자’이지 난민이 아니기에 ‘강제송환 금지 조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제사회도 중국이 국제 난민법과 국제 인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강제송환 금지 조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동생이 강제 북송된 후 김 씨가 전 세계를 다니며 탈북민 강제 북송의 실상을 알리고, 이의 중단을 호소했던 지난 일 년.

그는 지난 16일 RFA에 “동생의 이름을 언급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라며 근황을 전했습니다.

[ 김규리 ] 중국 대사관이나 북한 영사관에 가서 시위도 했고 , 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에도 또 한 번 갔다 왔습니다 . 증언을 할 수 있는 곳이면 제가 어디든지 갔고요 . 일단 철옥이 이름이 한 번이라도 거론될 수 있으면 제가 어디든지 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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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김규리 씨. 그는 동생이 중국에 있을 때 자신에게 노래하는 영상들을 자주 보내줬었다며 휴대폰을 꺼내보였다. / RFA Photo

북송된 동생의 소식을 들었느냐고 묻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브로커를 통해 동생이 어디 있는지 전해 듣긴 했는데, 이조차도 정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생이 아직 살아있다는 믿음은 확고해졌습니다.

[ 김규리 ] 북한에서부터 제가 제 느낌 , 촉으로 살아왔습니다 . 중국에서도 7 년 동안 살아남았고 , 잡힐 뻔했다가도 그 촉을 믿었기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 철옥이가 죽었다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 근데 ( 브로커도 ) 지역을 이야기하니까 ' 내 촉이 맞구나 '.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은 좀 찾았어요 . ( 동생이 ) 살아있으니까요 .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백 명의 탈북민을 강제 북송한 이후에도 몇 차례 더 탈북민을 북송했습니다.

장세율 한국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월 말 바이산 공안국에 수감돼 있던 약 200명의 탈북민을 수차례에 걸쳐 북송했습니다.

또 다음 달인 5월에는 중국 투먼과 훈춘에 있던 약 50~60 명의 탈북민이 북송된 데 이어 단둥에서도 소수의 인원이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 11일 RFA와 한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강제 북송된 탈북민 규모는 약 84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장세율 ] 일단 600 명에 대해서는 아시는 얘기고 , 그 이후에 또 수십 명 단위로 ( 중국이 ) 북송했는데 제가 지금 기억하기로는 네 차례예요 . 그러니까 집단 북송을 제외하고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게 4 회입니다 .

멈추지 않는 강제 북송 중국에 대한 압박도 증가

지난해 10월 대규모 탈북민 강제 북송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탈북민 강제 북송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그리고 강제 북송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강제 북송 피해자 가족들을 포함한 전 세계 북한 인권 단체들이 중국 대사관과 북한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북송된 탈북민들의 인권과 석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 인권 단체들의 연합체인 ‘북한자유연합’도 지난 9월 ‘탈북민 구출의 날(Save North Korean Refugees Day)’을 맞아 인권 운동가들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를 비롯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11개국, 15개 도시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도 이에 동참했습니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이 북송된 김철옥 씨에 대한 중국과 북한 당국의 행위가 ‘자의적 구금’이며 세계인권선언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면서 “김 씨를 즉시 석방하고 국제법에 따라 보상 또는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 구제 조치”라며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국제 사회가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할수록, 중국 정부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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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북한인권,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등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와 탈북민 단체들이 중국 당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사단법인 북한인권 제공

[ 장세율 ] 그렇게 ( 탈북민과 단체들이 ) 노력했기 때문에 중국 공안도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어요 . 미국에서도 ' 개별적인 공안 간부가 제재 대상에 오른다 ' 면서 한참 얘기가 있었잖아요 . " 이번에 북송 업무를 맡아가지고 좀 피곤해하더라 . 좀 불편해하더라 ", 이렇게 조금씩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껴요 . 국제사회에서 자꾸 얘기하니까 ... 600 명에 대한 북송 작업이 보안이 뚫리면서 온 세상에 다 알려졌잖아요 . 그래서 공안 당국의 간부들이 다 경질되고 그랬거든요 . 그러니까 공안들에게도 달가운 업무는 아닙니다 .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발의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탈북민 강제북송 책임 국가로 중국을 명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던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도 지난 12일 RFA에 “중국이 강제북송을 계속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에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신희석 ] 이런 국제적인 압박이 어느 정도 중국 정부에도 메시지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중국 쪽에서 구체적인 반응이 있는 건 아니지만 , 자꾸 이슈화되는 것 자체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북한 인권 대사가 공석으로 남아 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 대사직을 유지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와 유엔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탈북민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유엔 총회나 인권이사회 성명 등에 탈북민을 ‘난민’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신 법률분석관은 강조했습니다.

[ 신희석 ] 탈북자들을 ' 난민 (refugee)' 이라고 명시해달라고 저희도 많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 중국에서는 탈북민을 절대로 ( 합법적인 ) 경제적 이민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잡힐 경우에는 바로 북송되는데 , 그런 중국 쪽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라도 ' 난민 ' 표현을 쓰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또 유엔에서도 강제 북송에 대해 비판받을 나라의 이름을 빼는 경우가 많은데 , 그것도 정확하게 명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 중국 자국민에도 강제 북송 문제 계속 알려야 "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의 대북 협상 대표가 일본 도쿄에서 만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RFA에 “그 후에도 중국에 정기적으로 해당 사례를 제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과 다른 동맹국,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We regularly raise such cases with the PRC and will continue to do so in the future, including in coordination with the ROK and other allies and partners.)

이어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탈북민에게 신분과 관계없이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장한다”라며 “이러한 보호 조치에는 탈북민들이 원할 경우 안전한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We encourage the PRC to offer appropriate protection to North Korean escapees, irrespective of their status, including by allowing their transit to a safe third country, if they wish.)

이처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중국을 대상으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중국 국민에게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세율 대표는 탈북 여성과 가정을 이룬 중국 남성이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는 탈북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아내를 구해내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 장세율 ] 탈북 여성과 가정을 이루고 사는 중국 사람들이 있거든요 . 중국에 탈북민들과 연계된 가정이 많잖아요 . 그러니까 ( 중국인 남편과 탈북 여성으로 이뤄진 ) 한중 가족들이 나서야 합니다 . 중국에서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이 많거든요 . 이런 건 중국 국민들이 원치 않으면 진행하기 힘듭니다 . 근데 중국 사람들도 몰래 들어온 탈북 여성을 사서 가정을 이뤘으니 , 다른 중국인에게 꼬투리를 잡힐까 봐 적극적으로 ( 강제 북송 위기에 있는 ) 자기 아내를 못 찾는 거예요 .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김철옥 씨와 같은 탈북민의 개별 사례를 국제사회에 더욱 널리 알려서 강제 북송 중단을 외치는 탈북민들의 메시지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신희석 ] 아무래도 피해자분들이 계속 목소리 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가족분들이 먼저 얘기를 해야 다른 정부나 유엔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 김철옥 씨와 같은 개별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내년 4 월이 되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가 논의될 텐데 , 그런 데서 개별 피해자에 대해 언급해 주는 게 가족분들에게도 힘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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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씨(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시위 중인 활동가들 / 김규리 씨 제공

김규리 씨는 일 년 넘게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강제 북송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그동안 함께 해준 탈북민들의 용기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 김규리 ] 한 사람 , 한 사람이 나서기 시작하면 세 사람이었던 게 내년에는 한 여섯 명이 될 거잖아요 .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 탈북민이 ) 몇 명 안 살아도 그 사람들도 SNS 를 통해서 말 한마디라도 더 해주면 그만큼 더 ( 목소리가 ) 커지는 거고요 . 그래서 진짜 희망이 더 보이고 ...

끝으로 그는 북송된 자신의 동생을 비롯해 다른 피해자들이 북한의 차디찬 감옥에서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겠지만, 가족과 다시 만나 자유를 되찾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살아남아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동생을 다시 만날 거라는 그의 목소리에서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 김규리 ] 끝까지 할 거고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내 동생을 보고야 말 거예요 . 동생이 나올 때까지 저는 끝까지 목소리를 낼 거예요 .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