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 완화 위해 미북 협의 중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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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 국제무대서 ' 대북 제재 완화 ' 계속 목소리 낼 것 "

[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국제적으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종전 협상에 따른 결과가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일본의 많은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군사적 상황을 근거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현재 급히 종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과 함께, 이 사안을 해결하려고 하는 미국 행정부에 대해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 이후,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협의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협의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만약 러시아가 종전에 응할 경우, 제재 해제나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등 일부 국가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나 완화를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 18일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파병된 북한군 사이에서 실제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런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위한 요구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종전 협상에서 북한과 관련한 요구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러시아는 전후 복구를 위해 북한 노동자 파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목표로, 미북 간의 협의를 러시아가 중재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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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회담 / 연합뉴스

[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회담 재개에 대한 의욕을 공개 석상에서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의 외교 스타일을 고려할 때, 앞으로 미북 간의 잠정적인 협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동맹 관계나 다자간 협의보다 1대1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도 한미일 협력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대부분 양자 간 사안에 초점을 맞췄고,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좋은 관계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북 회담이 한미일 협력이나 동북아시아의 안보 협력에 미칠 영향은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경제적 이익을 중요시하며, 과거에는 북한의 해안가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투자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중요시하는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문제, 납치된 일본 국민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정치적으로 임명된 정계 인사 이외에 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를 많이 방해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제2기 행정부에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활동을 동결하며,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공무원들을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미북 정상회담이 핵 문제를 묵인하거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조건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 김 총비서 , 조용원 당비서와 참배 안 해 … 2 인자 우려 ?"

[ 기자 ] 한편,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당 부부장 등 고위 간부들과 함께 지난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여기에 나타난 것은 4년 만인데요. 김 총비서의 행보에 따른 정치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김 총비서는 큰 전통적인 행사에서 행동 양식을 몇 번 변경한 적이 있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정부나 당의 군사 관계자와 함께 참배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김여정 부부장과 김재룡 당 부장(노광철 국방상, 박정천, 리히용 당 비서) 등 소수의 인원과 함께 참배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 등 중요한 정치 행사의 경우, 북한에서는 국가 행사 조직 위원회가 내용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김 총비서는 최고지도자로서 자신이 결정하는 대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김여정 부부장이 상당히 앞장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매체에는 김 부부장의 자녀로 추정되는 두 명의 아이가 촬영된 사진이 나오고, 이번에도 김 총비서와 함께 참배하는 등 그녀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김여정 부부장과 리설주 여사는 김 총비서의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할 가능성도 있어 이런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번에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김 총비서와 따로 참배하지 않고 당이나 정부 간부들과 함께 참배했다는 점입니다. 조용원 당 비서는 이전까지 김 총비서와 항상 같이 행동해 온 인물입니다. 김 총비서는 그가 노동당에 입당했을 때 보증인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과거 김 총비서가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 않았을 때는, 그도 함께 참배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그가 김정은 총비서와 따로 행동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아마도 ‘넘버2’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김 총비서의 의도가 있을 겁니다. 김 총비서는 최근 술자리를 주재한 당 간부들에게 엄벌을 가한 바 있습니다. 술자리는 파벌 형성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가 조용원 비서와 따로 참배하거나, 이번에 술자리를 주재한 당 간부들을 엄벌에 처한 것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한 경계심을 갖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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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16일 4년 만에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2.16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경의를 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날 참배에는 박정천, 리히용 당 비서, 노광철 국방상, 김재룡 당 부장, 김여정 당 부부장이 수행했다. / 연합뉴스

" 중심부에서 떨어진 새 주택 , 전기 · 수도 공급 의문 "

[ 기자 ]북한이 평양에서 1만 채의 새로운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 총비서가 전날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주택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는데요. 이러한 북한의 건설 사업이 경제 발전과 주민 복지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평양의 주택 건설 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평양에서는 여러 세대가 한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평양 인구는 약 310만 명(2021년 기준)으로 추정되며, 주택 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만약 평양 시민이 100만 명이라면, 그중 50만 명 정도는 자신만의 주택이 없는 상황입니다. 네 명이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10만 세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2021년부터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화성지구 4단계 착공은 그 연속입니다. 그러나 이런 건설만으로는 주택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 역부족입니다.

5만 세대를 건설한다고 해도, 평양의 부족한 주택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새로운 주택은 주로 평양 외곽의 중심 거리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건설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심지에서 멀어진 곳에 수도나 전기 공급이 원활할지 의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전력난과 열악한 수도 상황을 고려할 때, 새로 건설된 주택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급하게 건설된 주택은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주택에 거주하기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고 알려진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 강화의 목적이 있습니다. 주택을 국가가 제공하는 선물로 강조하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건설 사업은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세 부담과 노동 동원을 요구하여 피로감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국의 사업 성과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무리하게 지은 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북한 주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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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여쭙겠습니다. 18일 북한 매체는 이 회담에서 나온 공동 성명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당시 회담에서 논의된 북한 비핵화와 지역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에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비핵화와 지역 안보 협력에 대해 한미일이 합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앞으로 4년간 트럼프 정부에서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 안보나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정치적 욕심이나 북한에 투자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한미일 합의를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J.D. 밴스 부통령이나 키스 켈로그 특사 등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뮌헨 안전보장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을 비판했습니다. 이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이 불필요한 부담을 많이 지고 있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위책임을 더 부담해야 한다거나, 주한미군을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주일미군이나 주한미군 주둔 문제, 미국과 무역 마찰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고 다자주의 및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합의했다고 해서 그 결과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