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청문회 “대북제재 효과 ‘기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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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미 의회에서 열린 한 청문회에서는 미국 정부가 이행 중인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습니다. 한 전직 관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제재 이행 노력에 '0점'을 주기도 했는데요.

특히 북한과 연루된 제3국의 개인과 기업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의 경우 일부 국가들의 비협조로 인해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상황’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 청문회 "북, 제재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

지난 3월 29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감사소위원회가 ‘미국의 제재 정책과 이행 및 집행 검토’를 주제로 진행한 감사 청문회.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제재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부 국가들에 부과한 제재의 효과와 미래 전략에 관해 의원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시행 중인 대북제재의 효력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는데,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과연 대북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날 청문회를 이끈 미국 공화당 출신의 브라이언 마스트(플로리다) 소위원장은 북한이 최근까지 전례없는 수준의 ‘도를 넘은’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북한이 이러한 행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이언 마스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은행과 회사 등 김정은의 자금줄을 단속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왜 중요할까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러부터 매우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기 떄문입니다. 우리는 한 손을 등 뒤로 묶고 싸울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미 연방 하원의원단 소속으로 한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던 공화당의 프렌치 힐(아칸소) 하원의원도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을 제재가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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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in Han)
청문회 발언을 하는 미 아칸소주의 프렌치 힐 공화당 하원의원. / HFAC

[프렌치 힐] 오바마 행정부 이래로 우리는 제재를 지향하는 정부였습니다. 문제가 되는 모든 상황은 새로운 제재를 요구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가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또 다자간 파트너들이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국가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북한이 확실히 이에 대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 현행법이 세컨더리 보이콧, 즉 대북 3자제재의 시행을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애초에 의도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 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을 뜻합니다.

3자 대북제재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정치적으로 대치하는 국가들을 필두로 이같은 노력이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도리어 방해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어느정도 효과가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북정책은 30년 간 양당 대통령 모두가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제재안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그 예로 지난해 북한 정권이 한해에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김정은 총비서는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 그의 조부 김일성이 해왔던 것처럼 미국의 한계가 무엇인지 시험하고 있습니다.) 의회는 2016년과 2017년, 2018년에 압도적인 양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세 차례 대북제재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상급 외교를 추구한 이후 위축되었습니다.

또 루지에도 연구원은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이행 노력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나다니엘 모란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의 요청에 대이란(3점), 대시리아(4점) 제재와 달리 대북제재는 ‘0점’이라 답하기도 했습니다.

[나다니엘 모란]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에 대한 평가를 부탁합니다. 0점은 아주 최악, 10점은 최고라는 뜻입니다. 먼저 루지에로 연구원께 묻겠습니다. 북한은 어떻습니까?

[앤서니 루지에로] 0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을 설득해 제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3자 대북제재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결속력 있는 협력이 필요하며, 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기구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제재를 주도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미 국무부 선임 자문관은 이날 서면증언에서 “미국이 상업적인 거대정보(빅데이터)와 민감한 정보를 금융기관들과 공유해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뿐 아니라 그들의 파트너들과 금융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애셔 전 선임자문관은 특히 미국 관세청 산하에서 운영하는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NTC)’의 범죄 경보 체계를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 단속조직(FINCEN)’에 도입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연구원은 이날 북한을 옥죄기 위한 조치로 세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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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 HFAC (Dukin Han)

그는 첫째로,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황은 미국의 제재가 김정은 총비서의 자금줄을 제대로 겨냥하지 않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수익 창출을 방해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이것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연합군의 노력에서 가장 낮은 성과를 거둔 부분 중 하나”라며, “이러한 전략 개발은 김정은 총비서가 전략적 우선순위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북한 엘리트, 그리고 군대 중에서 선택을 강요하도록 하는 부가적인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또 그는 북한의 제재 회피에 연루된 중국 은행과 개인,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2만~10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 있다고 밝힌 만큼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제재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루지에로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있고, 북한 선박이 중국 영해에서 석탄을 불법 하역하는 정황이 유엔 전문가단에 의해 공개된 만큼 제재 위반에 연루된 북한 선박을 차단하는 데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미국이 중국에 엄중히 경고해야 할 것”이란 주문도 덧붙였습니다.

앞서 미국의 경제수장인 재닛 엘런 미 재무장관도 지난달 23일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 금융소위원회가 주최한 내년도 미 행정부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이 이란과 북한 등 소위 ‘불량국가’에 적용한 제재가 이들 국가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재닛 옐런] 이란에 대한 우리의 제제가 이란에 실질적인 경제 위기를 초래했고, 이란은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반면, 이같은 제제가 이들 행동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제 대답은 그 효과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훨씩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위성개발을 겨냥한 독자 제재안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1일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과 제조에 관련된 77개 감시대상품목을 지정하고 국제사회에 주의를 요청했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북한이 계속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북제재의 효과를 지적하는 미 의회의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