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북·중 접경지대에 활기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쌀값과 기름값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려는 탈북민들은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환율상승의 혜택을 보기는 커녕 예전보다 2배씩 송금액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 물가의 상승 원인과 전망,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한 물가 급등에 북 주민들도 체감해
북·중 화물열차 재개로 양국 간 무역이 반짝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북한 물가와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쌀값이 급등해 북한 주민들도 물가상승을 체감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자인]쌀 한 지대가 25kg거든요. 한 지대가 중국 돈으로 200위안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100위안 했었는데 두 배가 오른 거예요.
탈북민 김자인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최근 북한의 지인과 통화에서 쌀 한 지대당 200위안까지 거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RFA에 (2일) 전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쌀 한 지대당 100-120위안 정도였는데 2배 가까이 올랐다는 겁니다.
탈북민 출신 나타샤인권협회 손혜영 대표도 최근 북한 지인과의 통화에서 “쌀값이 다시 올라 힘들다”는 고충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손혜영]그전에는 쌀이 4천 500원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6천 원, 7천 원 이렇게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힘들다고…. 쌀도 더 이상 시장에서 사 먹는 게 아니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배급소에서 사 먹는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것도 제한이 있대요.
북·중 무역 재개에도 해외에서 주로 들여오는 공산품의 경우 여전히 2배가량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김자인 씨는 말했습니다.
[김자인]국내에서 생산 안 하는 물가가 많이 오른 걸 보면, 해외에서 들어올 수 있는 물건들은 다 거의 두 배로 오른 것 같아요.
해외 공산품의 고물가에 더불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품들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자인]장작 같은 것이 1.5 배가 올랐어요. 나무는 국내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다른 물가가 올라가면서 그냥 곁 따라 오른 것 같거든요.
예전에도 겨울철에 장작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곤 했지만, 1.5 배까지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겁니다.

일본의 대북전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시장 최신 물가 정보’에 따르면, 약 두 달간 1kg 당 5천 800원을 밑돌던 백미값이 일주일만에 지난 달 24일 5천 850원에서 6천 300원으로 500원가량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휘발유와 디젤 값도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1kg당 각 1만 5천 원과 1만 3천 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는 작년 상반기 (2022년 2월 28일 기준 휘발유 1만 1천 500원, 디젤유 7,800원)에 비해 각각 30%, 60%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북·중 무역 재개 따른 환율 상승 +시장 통제로 '기름값 상승->물가 상승' 악순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최근 물가가 급등한 이유로 계속된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와 환율 상승을 꼽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기름값이 폭등한 이유는 유가 자체 가격 상승과 북한 당국의 유통 통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행정기관이나 판매 허가증이 있는 조직기업소만 행표 (무현금 수표)를 통해서만 기름을 구입할 수 있어 개인 간의 거래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2020년도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기본적으로 '기름은 국가 소유'라는 개념이 강해졌고, 기름은 완전히 국가 통제품이 됐습니다. 이전처럼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거나 국가가 시장에 팔면서 이익을 챙기는 구조가 지금은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에서 기름은 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고 연유공급소라는 데서 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통에 필요한 기름 거래가 제한됨에 따라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물가도 상승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월 28일) RFA에 장기 국경봉쇄로 북한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악화했고 최근 중국 물가도 상승해 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근본적으로는 북한에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전체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희소성 때문인데, 현재 중국 물가가 오를 뿐만 아니라 소비재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중국의 물가 상승도 북한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겁니다.
재일 언론인이자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는 북한 물가 상승이 중국 물가 상승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성희]중국에서 들여온 물품이 북한의 시장에 풀리면 당연히 시장가격은 수입 가격에 맞춰 올라가는 법이지요. 그렇게 되면 시장가격도 올라가고 전반적인 북한의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원화가치 하락세인 이유는 ?
최근 상승한 북한 환율도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환율이 상승한 반면,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리란 기대로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했다고 뱁슨 전 고문은 설명했습니다.
북·중 무역이 재개됨에 따라 북한 내에서 외화 수요가 급증했지만, 그동안 북한이 외화 거래를 통제해온 탓에 외화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브래들리 뱁슨]북·중 간 무역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3월에는 무역량이 훨씬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 때문에 환율이 상승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높아진 환율 때문에 위안화로든, 달러로든 중국에서 제품을 사려면 북한 돈이 더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또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북한 돈, 다시 말해 물가 자체도 상승할 것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이 고수하고 있는 국가 주도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도 외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국가가 무역을 주도해서 중국서 물품을 수입한다고 해도 외화가 필요합니다. 이 외화는 시장에서 모아야 하는데 외화가 이전처럼 시장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어요.
뱁슨 전 고문은 절대적인 물품 공급 부족, 밀무역,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한, 당분간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우리라 전망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북한은 현재 수입해야 할 물건이 많습니다. 중국에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북한 물품 수출이 가능하지만, 현재 북한 당국의 강력한 무역 통제로 많은 수출이 밀수를 통해 이뤄집니다. 또 대북 제재가 계속 부과되는 한, 북한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환율 상승에도 물가 너무 높아 "북 송금액 100만 원은 받지도 않아"
환율 상승에도 물가가 너무 뛰는 바람에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려는 탈북민들의 속은 타들어만 갑니다.
김자인 씨는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이전 송금 금액보다 2배는 보내야 한다며 송금 브로커가 100만 원은 적은 돈이라며 안 받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자인]예전에는 여기서 한국 돈으로 100만 원을 보내도 그래도 좀 쓸 만한 돈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200만 원, 두 배를 보내야만이 쓸만하다고 합니다. 이전 100만 원의 가치가 안 되니까 100만 원은 못 보내겠더라고요. 100만 원 자체를 또 금액이 너무 적다고 잘 받아주지도 않아요. 물가가 오른 것만큼 보내는 돈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손혜영 씨도 북한 물가가 수년 새 급격히 오른 탓에 실제 북한 주민들이 식품과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손혜영]환율이 올랐다고 해도 쌀값이 올랐잖아요. 아무 의미 없죠. (송금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율이) 안 오른 거나 똑같은 거예요. 환율이 오르고 쌀값이 내려가면 괜찮은데 안 내려갔잖아요. 그럼 (환율이) 오르나 마나죠.
북·중 무역 재개 후에도 물가 상승과 원화 환율 하락으로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한 가운데, 한동안 북한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