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사’ 활동 집중… 주민 스킨십도 늘려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이후 (2012-2023) 연도별 공개활동 횟수.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이후 (2012-2023) 연도별 공개활동 횟수. (/via Flour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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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몇 년간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공개 활동 횟수를 분석해 보면 '군사 부문'에 크게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강 대 강 대치 상태인 대미, 대남 관계를 보여주면서도, 경제적으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을 무마하려는 '과시용' 목적도 크다고 진단합니다. 심지어 김 총비서가 방문할 경제 현장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는 주민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행사나 정치 회의 등에도 참석 빈도를 늘렸는데 이것도 결국, 부진한 경제 성과로 현지 지도가 줄면서 각종 회의나 대중 동원 행사가 이를 대신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천소람 기자가 김 총비서의 최근 공개 활동을 횟수와 내용 등을 분석했습니다.

‘동지’, ‘우리’, ‘인민’.

한국 통일연구원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공개 활동과 관련한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22년에 가장 많이 사용한 용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통일연구원의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 분석 DB(데이터베이스)’를 통해 2012년부터 올해까지 김 총비서의 분야별 공개 활동 횟수와 성격을 살펴봤습니다.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 횟수와 추이를 분석해 보면 최근 ‘군사 활동’ 부문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 단일팀으로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에는 김 총비서의 군사 활동이 단 3회에 그친데 반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에는 23회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어 2020년에 12회, 2021년에 6회, 2022년에 7회로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군사 활동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김 총비서의 군사 활동 횟수는 벌써 12회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올해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가운데 김 총비서의 군사 활동 횟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대외적인 목적: 악화하고 있는 남북미 관계

최근 다시 늘고 있는 김 총비서의 군사 활동 횟수는 악화하는 미북 그리고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4일) RFA에 남·북·미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과 김 총비서의 국방력 강화 정책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조한범] 남북한의 강 대 강 대치 국면과 남북미 그리고 김 위원장의 국방력 강화 정책 때문입니다.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 능력 고도화 전략을 지속하고 있고, 각종 신무기 개발, 또는 전술핵 운용부대와 같은 중요한 훈련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군 행보 빈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양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손효종 연구위원도 (8일) RFA에 김 총비서의 군사 활동 증가는 대외적으로 위협을 고조시켜 미국에 압박 메시지를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손효종] 대외적인 목적은 남북, 미북 관계일 텐데요. 대외적으로 대남 그리고 역내 위협을 고조시킴으로써 협상의 비용을 증대시키고, 또 미국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대미 레버리지(지렛대) 차원에서 군사 활동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을 텐데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동북아시아 지역 내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은 곧 동맹 흔들기 내지는 동맹 이완 시도를 통해 대미 압박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반면 대중, 대러 관계는 굉장히 긴밀화하고 있는데 이렇게 긴밀화 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역내 신냉전 구도를 심화시켜 반사적인 이익을 얻고자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신냉전 구도 갈등에 편승해 중국, 러시아로부터 정치∙경제적 이익을 유도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협상의 문턱을 높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1. 경제 성과 미비에 따른 군사력 과시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 활동 증가는 대외적인 목적 외에 대내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경제 성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군사적 활동을 더 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김 총비서가 방문할 수 있는 경제 현장이 별로 없다고 지적합니다.

[조한범] 본인들 스스로 사상 최악의 위기라는 말을 하고 있고, 또 2021년 세포비서대회에서 더욱 견고한 고난의 행군을 예고했기 때문에 사실 일부 건설 현장 내지는 농업 현장 정도밖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손효종 연구위원도 북한 당국이 내세울 수 있는 경제적 업적이 부족하기에 국방 분야를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손효종] 대내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도 국방에 대한 편중성이 심화하는 것 같습니다. 팬데믹, 자연재해, 그리고 작황난과 같은 비전통 안보 위협이 증대하는 데다, 선전을 해야 할 대내 경제적인 업적이 부재함으로 인해 당국이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 국방 분야 성과일 겁니다. 이 때문에 군사력 증강에 체제 역량을 대거 투입해서 통치 정당성 공고화나 내부 질서 유지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군사 활동에 대한 지도도 증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1. 국방 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3년 차

지난 2021년 국방 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에 핵 무력 정책에 관한 법령을 통해 공세적인 핵전략으로 변화를 천명한 북한은 현재 내부적으로 군사 개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은 5개년 계획에서 3년 째가 되는 해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고, 그 성과는 ‘국방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고 손효종 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평양의 정치적∙정책적 행보가 국방과 군사에 매우 편중돼 있다는 겁니다.

특히 손 연구위원은 무기체계 개발을 중심으로 한 군사 활동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손효종] 무기체계 개발을 중심으로 한 군사 활동이 증대되고 있고, (계속) 증대될 것 같다는 겁니다. 앞서 8차 당대회에서도 언급했고, 또 실제로 올해 군사 부문별 활동 중에서도 무기지도 및 참관 횟수가 가장 많은 것이 아마 이를 방증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2021년에 ‘무기지도 및 참관’ 관련 활동 횟수가 0회였던 반면, 2022년은 7회, 2023년 5월인 현 시점에도 7회를 기록하며 김 총비서의 무기지도 및 참관 횟수가 군사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부문별 공개활동 횟수 캡처 / 통일연구원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분석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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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의 군사부문별 공개활동 횟수 캡처 / 통일연구원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분석 DB’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올해는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과 ‘전승절’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일,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 등 중요한 날이 많아 김 총비서의 군사활동이 더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민들과 소통하는 행사 참석도 크게 늘어 … '정치적 스킨십'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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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의 연도별 공개활동 횟수. / 통일연구원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분석 DB’

경제 성과의 부재로 김정은 총비서의 경제 활동 참여는 크게 감소했지만, ‘행사참석’, ‘기념사진 촬영’, ‘단순방문’ 등의 횟수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행사참석’ 횟수는 2022년에 17회로 지난 2013년의 20회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기념사진 촬영’도 최근 많이 증가했는데 코로나 대유행으로 국경 봉쇄를 시작한 2020년에는 한 건도 없었지만, 2021년에 17회, 2022년에는 16회로 빈도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또 김 총비서 집권 이후 ‘단순방문’ 횟수는 평균 1.3회였지만, 2022년에는 최다인 5회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김 총비서가 과거와 달리 주민들과 연관 있는 행사에 참여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중 3년째이지만, 경제난으로 내부 사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정치적 스킨십’ 목적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손효종] 보여주어야 하는 업적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고, 또 내부 단속과 질서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대주민 정치적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조한범] 가장 중요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제 분야가 오히려 최악인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각종 행사를 통해 체제 결속을 도모시키고 자신의 업적을 부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행사나 각종 주민 동원을 통해 체제 결속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과거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받은 각종 지원과 주민들의 노동력을 총동원해 경제 성장을 이뤘던 1960~197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여러 행사를 통한 주민 동원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의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당 중앙군사회의 등 정치회의 참석 빈도수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띕니다.

실제로 김 총비서의 정치회의 참석 횟수는 2020년부터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2019년까지 평균 3.4회였지만, 2020년에 17회, 2021년에 12회, 2022년에는 17회로 횟수가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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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의 연도별 정치회의 공개활동 횟수. / 통일연구원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분석 DB’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성과가 없는 데다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마저 줄어들면서 각종 회의나 대중 동원 행사가 이를 대신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한범] 당 관련 회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성과 부재와 관련이 있습니다. 각종 회의, 공개적인 회의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이 열심히 일하거나 지시를 내리고 그러나 성과가 없을 경우 간부들이 책임을 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공개 행사, 대중 동원 행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행사를 통해 주민들의 민심을 사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과연 주민들에게 통할까.

한국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10일) RFA에 “당연히 통한다”고 말합니다.

[서재평] 김정은은 북한에서 최고 존엄이라고 하는데 최고 존엄이 참가하는 행사, 즉 1호 행사에 일반인이 참가하면 본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기가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굉장한 특혜에 해당하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최고 존엄이 참여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하고, 그것을 큰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 하나만으로 일생 정말 죽도록 충성하는 겁니다. 가문의 영광, 개인적으로는 일생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고, 가장 위대한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계속된 경제난 속에 주민들과 접촉을 늘리는 것만으로 언제까지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 따른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 미국 대 북한의 대립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부문에서도 특별한 전략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김 총비서의 현장 행보는 당분간 군사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