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징어잡이 어선, 코로나 이후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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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매년 오징어잡이 철마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거나 표류해 떠밀려 온 북한 선박이 수십 척에 달했는데요.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이후 자취를 감췄습니다. 요즘은 일본 해안에 표류하거나 떠밀려오는 북한 선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먼바다 조업을 통제하기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또 올해 바닷길을 이용한 탈북 사례가 발생하면서 개인 선박 출항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북한 수산업의 전반적인 부진을 불러온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올해 발생한 해상 탈북으로 개인 선박 통제 강화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지난 시간에 북한 수산업의 현황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산물 어종, 가격 등을 알아봤는데요. 여전히 어업 활동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엄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최근 선박을 이용한 해상 탈북 사례가 발생하면서 더 그런 것은 아닌가 싶은데요.

[이시마루 지로]네. 북한 해안 연선에 대한 당국의 통제도 많이 강화했는데, 코로나 방역 때문이기도 하지만, 탈북 방지 차원에서 개인 배가 바다로 나가는 것 자체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개인 선박의 경우 선장과 선원들이 인민반과 안전국, 보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국경 경비대의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너무 절차가 복잡해서 개인 배가 나갈 수 있는 조건들이 많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올해 배를 통한 해상 탈북이 두 번 있었는데요. 이것은 정말 기적적인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수산물 수출은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지 않습니까. 혹시 북한 수산물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정황은 없나요?

[이시마루 지로] 말씀하신 대로 중국에 대한 수산물 수출은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만약 넘어간다면 밀수가 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했다는 게 내부 취재협조자들의 일반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잡은 수산물은 중국에 보내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다고 합니다. 북한 동해 쪽에서 중국에 수산물을 수출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라진 쪽에서 보내는 것이 대부분일 텐데요. 지난 7~8월경부터 라진이 중국과 무역을 재개했지만, 수산물 밀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파악이 잘 안 됩니다. 그리고 중국 쪽 무역업자 말에 따르면 여전히 중국 당국이 밀수나 제재 위반 품목에 대해 많이 감시하고, 통제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동해 쪽에서는 만약 중국에 대한 수산물 밀수가 이뤄진다 해도 작은 규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추가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요즘 오징어잡이가 잘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오징어가 잘 안 잡힌다는 말이 있는데, 예전에 북한 어민들이 표류나 난파까지 각오하면서 먼바다까지 나간 이유는 오징어를 잡아 중국에 수출하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오징어가 잘 안 잡히고, 먼바다까지 나가는 것도 연료비 부담이 커서 잘 안된다고 합니다. 오징어잡이 철에 먼바다까지 나가도 잘 안 잡히고, 대신 다른 생선을 잡아도 돈벌이가 잘 안된다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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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북한 어선에 물대포를 쏘며 경고하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 / 일본 해상보안청

500척 이상 표류했던 북 선박, 코로나 이후 자취 감춰

[기자] 대표님, 오징어잡이 배를 말씀하셔서 질문드리는데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일본 해안에 떠밀려온 오징어잡이 북한 선박이 많지 않았습니까. 이른바 유령선이라고도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그런 선박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최근 일본에서 북한 어선이 표류했다는 뉴스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가끔 일본 동해 쪽에서 작은 목선이 표류했다는 뉴스가 있는데, 배를 보면 오래된 목선들이고, 사람이 타고 있던 흔적도 없어서 아마도 오랫동안 표류하다 떠밀려 온 배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알아봤는데, 2014년 이후 5년 동안 일본 해안에 표류해온 북한 선박이 다 합쳐서 500척 이상입니다. 굉장히 많았죠. 또 그중에는 시신이 있던 배들도 2015년, 2016년, 2017년에 많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첫째는 북한 당국이 목선으로 먼바다에 가지 말라는 방침이 있었을 것이고,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 때문에 어선들의 출항 자체를 막았고, 북한 수산업의 부진 때문에 일본까지 표류해 온 배도 줄어들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까지 북한 수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봤는데요. 결국, 김정은 정권이 수산업 생산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겠군요.

[이시마루 지로]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정권에서 어업에 주력하라는 방침이 있지 않았습니까.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국민들에게 잘 공급하라는 뉴스가 북한 국영 매체에서 있었는데, 그런 과제가 제법 규모가 큰 수산사업소에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인민군대에 물고기를 잘 먹여야 한다', 그리고 '초등학원이나 중등학원과 같은 고아원에도 물고기를 제공하라'는 과제가 규모가 큰 수산사업소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국가 지시라고 해도, 어느 정도 밑천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연료도 있어야 하고, 어업 장비도 있어야 하는데, 국가에서 연료도 공급해 주지 않고, 장비는 물론 배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코로나 방역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북한 수산업 자체가 회복세에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 같고요. 김정은 정권의 집단주의, 그리고 국가 통제가 많이 강화하면서 수산업이 부진한 상태가 된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기자] 네. 오늘은 북한의 먼바다 오징어잡이 현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