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한 지 일 년이 됐습니다. 등장 이후 군 행사장과 열병식 등에 참석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가운데, 김주애에 대한 북한 주민의 관심도 커졌는데요. 한때는 “김주애가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이며,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를 보좌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또 북한 주민 사이에서 김주애에 관한 발언이 조심스럽지만, 여성 지도자에 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는 분위기인데요. 아직 북한 내부에서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이란 직접적인 정황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4대 세습 작업을 본격화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한 지 일 년이 됐습니다. 작년 11월 18일 ‘화성-17형’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주요 정치, 군 관련 행사에 자주 등장했는데요. 그동안 ‘아시아프레스’도 김주애에 대한 북한 내부 반응을 꾸준히 취재해 오신 걸로 압니다. 일반 북한 주민의 반응과 평가는 어떤가요?
[이시마루 지로]네. 벌써 일 년이 됐는데요. 그동안 일반 북한 주민의 반응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이 김주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좀 충격적인 부분도 있었죠. 북한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 있는 '아시아프레스'의 내부 협조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딸이 나왔다. 아버지, 어머니와 많이 닮았구나. 몇 살일까. 학교는 어디를 다닐까. 김정은 총비서도 우리와 같은 아버지였구나"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또 "아버지와 딸이 서로 얼굴을 만지면서 아껴주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작년 11월 이후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서 김주애에 관한 여러 가지 소문이 많이 돌았다는 것도 공통점이었습니다.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거의 똑같은 소문이 동시에 확산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 하면 “이 딸은 천재다. 만재다. 한 번 본 일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대단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공통적인 의견은 “그 딸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거나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큰일 난다”는 경계심을 갖게 되면서 자기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말을 조심했다고 합니다.
또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이후 행사에 많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이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조금씩 생겼는데, 처음에는 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에 데려갔고, 이후에는 열병식과 해군 사령부까지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까. “왜 그런 중요한 행사에 딸을 데리고 갈까”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이 딸이 다음 장군이 되면 이상한 일인데, 그렇게 대를 이어줄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일 년 전도 그랬고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정부가 추측하는 주애라는 이름은 주변에서 다 모른다고 합니다. 아직 이름이 주애라는 정보도 없고, 소문 수준에서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김주애에 대한 북한 내부의 다양한 반응을 전해주셨는데 , 특히 김주애가 입고 있는 명품 옷, 통통하게 오른 볼살 등에서 북한 주민들이 박탈감을 느낀다는 소식도 있었고요. 또 여러 공식 행사에서 할아버지뻘 되는 군 장성들이 깍듯이 예를 갖춘다거나 김 총비서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모습도 이례적이지 않았습니까? 이를 본 북한 주민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저도 그에 대한 반응이 많을 거라고 추측했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반응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내부 협조자들에 따르면 한 노인이 "원수님 딸이기 때문에 아무 근심 없이, 부러움 없이 살 수 있겠구나"라고 말해서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그게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니까 작년에 딸(김주애)이 등장한 이후 지난 일 년이 어땠습니까. 북한 주민이 식량 등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 사망자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겠죠. 또 이런 말도 나왔습니다. "같은 또래의 딸이 있는 부모 입장에서 보면 차이를 분명히 생각할 것이다. 그쪽 사람들은(김씨 일가) 아무 근심 없이 멋있는 옷을 입고 다니는데, 자기 자식에게는 잘 먹여주지도 못하는 형편의 부모들이 김주애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느꼈겠느냐. 당연히 반발했을 거다"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기자] 처음에 전해주신 북한 내부 반응 가운데 “김주애가 천재고, 만재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란 소문이 동시에 돌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마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우상화한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이냐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이 팽팽한데요. 북한 주민은 김주애, 특히 여성을 차기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저희도 내부 협조자에게 '김 총비서가 다음 후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 김주애를 등장시킨 것은 아닌가란 의도를 느끼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었어요. 첫째로는 "아직 나이가 어린 애인데, 무슨 후계자냐. 아직 멀었다"라는 반응이었고, 둘째로는 역시 '여자가 어떻게 후계자가 될 수 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북한은 아직도 한국이나 일본보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지 않습니까. "여자는 말도 안 된다"라는 식의 반응이 내부 협조자들 입에서 많이 나왔어요. 그런 면에서 부정적이었는데, 또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의견들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8월 해군사령부를 방문하고, 9월에는 열병식에 나온 모습을 연속으로 보니까 "정말 후계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란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또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내부 협조자가 전해온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말경에 청년동맹 소속 4명이 술자리에서 딸(김주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어떤 말이 나왔냐 하면, “앞으로 여성의 힘이 세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자 수령의 배려를 받게 될 것이다”란 식으로 말했다가, 4명 모두 보위국에 불려 가 조사를 받았고, 그 사건에 대한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일반 주민 사이에서는 조금씩 ‘단순히 딸을 등장시킨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 후계 구도, 즉 후계자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자] 혹시 북한에서 ‘공개되지 않은 아들이 있을 것이다’란 풍문 같은 것은 없나요?
[이시마루 지로]그건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소문 수준에서는 '아들이 있다. 딸이 있다'란 말이 있다고 하는데 확실한 건 잘 모르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딸의(김주애) 정확한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데, '남자아이가 있다'라는 것도 소문 정도가 있을 뿐이지, 그것도 많이 알려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후계자로 등장하기 이전을 돌이켜보면,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암시하는 교육이나 강연, 선전 문구가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김주애가 등장했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호칭과 위치가 많이 달라졌는데요. 김주애를 염두에 둔 강연이나 선전 문구 등은 없나요?
[이시마루 지로]좋은 질문인데요. '아시아프레스'에서도 그 점이 많이 궁금했고, 계속 주시해 온 부분이었습니다. 도대체 북한 내부에서는 딸을 등장시킨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인민반 회의라든지, 여성동맹회의, 각 직장 등에서 김주애의 등장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특별한 게 없다"라는 게 내부협조자들의 똑같은 답변이었는데, 그중에서 한 협조자가 이런 내용을 전해줬습니다.
지난 여름에 여성동맹 회의가 있었는데, ‘온 나라 인민들을 위한 헌신의 노고’라는 제목으로 회의를 했답니다. 그 가운데 한 시당 간부가 ‘인민 사랑의 모범이고 대를 이어 주민 생활 향상에 몸 바치신다’는 주제로 연설을 했는데, 그중에 “현지 지도에 바쁜 중에도 자제분(김주애)과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 있었답니다. 다시 말해 “김 총비서가 딸과 보내는 시간까지도 절약해서 인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건데, 지금까지 김주애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이날 여성동맹 회의에서 자제분이라는 말이 나와 인상에 많이 남았다고 합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김주애를 사이에 두고, 그의 어머니인 리설주와 고모인 김여정 사이에 권력투쟁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저도 계속 그 점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내부 협조자들의 설명도 듣고, 북한 보도도 봤는데요. 북한 내부에서는 리설주와 김여정의 갈등 징후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이건 제 추측인데요. 지금 북한 정권에서 생각하는 최우선 순위가 뭐냐하면, 백두혈통인 김씨 일가의 지배를 영속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 총비서의 건강이 나빠져서 직무 불능 상태가 되거나 혹은 사망할 경우 그를 대신할 위기 관리책은 당연히 북한 체제 내에서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저는 김여정 외에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김여정이 백두혈통 가문이고, 조금씩 경험도 생겼고, 본인도 권력에 대한 의욕이 많은 것 같기 때문에 김 총비서의 대리자가 필요할 경우 김여정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 총비서의 자녀가 백두혈통으로써 대를 이어 권력자가 되는 것도 하나의 구조적인 부분에서 당연히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리설주와 김여정 사이에 권력 갈등이 있다는 정보는 아직 없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는데, 지난 일 년 사이에 김주애의 행보가 다양해지고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나름 여유로워지고, 교육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한국 통일부에서는 김주애가 어둡고 힘들어한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만, 앞으로 김주애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이시마루 지로] 지난 일 년 동안 북한 국영 매체를 통해서 김주애의 많은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카메라의 구도, 동영상 편집 등을 보면 김주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명백합니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데요. 김주애가 다음 후계자일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지만, 적어도 다음 세대, 즉 백두혈통 김씨 일가의 4대 세습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추가로 말씀드리면, 2023년 2월 8일에 열병식이 있었습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구호가 하나 나왔는데요. "백두의 혈통을 결사 보위하자"란 구호였어요. 제가 알기에는 열병식에서 이런 구호가 나온 게 처음입니다. 바로 그 열병식에 김주애가 참석했어요. 저는 당연히 의도가 있을 거라고 추정하는데요. 그러니까 백두의 혈통, 즉 김씨 일가의 지배를 영속화하기 위한 작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현재로서 어느 정도 근거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네. 오늘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딸 김주애의 등장 일 년을 맞아 북한 내부의 반응과 평가, 후계 구도 가능성 등을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