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로 북∙중∙러 3국 밀착 더 강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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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라며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면서 러시아 지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건데요. 앞서 북한은 26일 개인 전문가의 명의로 올린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는 듯한 모습,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구소련 구성국입니다. 1991년 12월에 구소련이 붕괴한 다음 고용 기회를 잃어버린 구소련 과학자들을 북한이 많이 섭외했다고 합니다. 그 안에는 러시아 과학자도 있고 우크라이나 과학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도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발전을 도와준 우방국입니다. 이러한 과거 상황을 고려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우크라이나를 직접 비난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과 우크라이나 관계도 간략히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취재한 바로는 우크라이나와 북한 사이에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아는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2007년에 우크라이나 남부지방에 있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2천80톤급 잠수함과 3천톤급 잠수함을 한 대씩 해체해 북한으로 운반했다고 합니다. 세바스토폴은 구소련 해군기지가 있었던 장소입니다. 2007년은 우크라이나의 구소련 해군기지에 있었던 장비를 러시아로 이전시키려는 복잡한 일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러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여러가지 구소련 해군 장비를 입수하려는 상황에서 북한도 잠수함 입수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당시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고요. 북한은 2007년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입수한 두 대의 잠수함(에 실려있던) SLBM을 나중에 개발할 계획으로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입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7년 3월에 북한이 ‘백두산 엔진’을 개발했는데요. 그게 우크라이나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 있는 국영 기업이 1970년대에 개발한 ‘RD-250형’ 엔진과 똑같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제가 취재한 한국군 관계자는 당시 "백두산 엔진은 기존 스커드 미사일의 (액체연료) 엔진 계열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노즐 추력 등을 보면 RD-250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북한이 국제적인 협력을 얻어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2017년 5월 백두산 엔진을 탑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습니다. 올해 1월 30일에도 다시 화성-12형을 발사한 바 있었고요. 저는 2017년 당시 북한에서 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과학자 9명의 명단도 입수한 바 있습니다. 제가 입수한 명단의 우크라이나 기술 과학자들은 아직도 북한에서 계속 일하고 있고 핵미사일 개발을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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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9일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인 이른바 ‘백두산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을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AFP

<기자>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구소련 과학자들을 잘 돌봐라"는 친필 서한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연구에 구소련 과학자들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어떻게 연관된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그러한 증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취재한 그 당시의 증언을 종합하면, 북한이 1991년 12월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직책을 잃어버린 구소련 과학자 50명 정도를 섭외했다고 합니다. 이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고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하에 "만약에 과학자들이 북한에 온다면 미국에 가는 것보다 두 배 정도의 월급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으로 섭외했다고 합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은 당시까지 별로 큰 진전이 없었는데 그 때 섭외된 구소련 과학자들 덕분에 핵미사일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고 합니다. 일본 영토 대부분을 사정거리로 두고 겨냥할 수 있는 '중거리 노동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시기도 1993년 5월이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7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그 당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있는 구소련 출신 과학자들을 데려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런 이야기는 과학자분들과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만남을) 주선했다고 하고요. 과학자들이 푸틴 대통령과 만났을 때, "북한이 너무 좋은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러시아에 귀국하고 싶지 않고 역으로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을 북한에 데려와 달라"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그 후에 과학자들의 가족을 북한에 보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 있는 과학자들은 푸틴 대통령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고 탈북자가 증언한 바 있습니다.

<기자>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하루 전날인 23일 북한이 소련군 열사묘에 헌화하고 군악대를 파견하는 등 러시아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2013년 러시아 극동지방 하바롭스크에 출장 갔을 때 북한군악대를 취재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군악대를 보내는 건 통상적인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또 1일부터 시작한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도 러시아를 지지했습니다. 이 정도로는 주목할 만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독립 외교를 전개하는 것은 김일성 주석이 주체사상을 확립한 시대서부터 자주 일어난 행동입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북한이 요즘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을 상대로 하고 러시아와의 무역은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러시아는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피하려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인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북한-중국의 세 나라 협력 블록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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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는 올해들어 북한의 8번째 무력시위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민감해진 상황 속에서 군사적 긴장을 더 고조시켰다. /연합

<기자>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천 800여 개의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김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했습니다. 당시 핵 포기 대가로 미국과 영국은 안전보장을 약속했었는데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북한은 어떤 입장을 취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이번 사태로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우크라이나는 리비아처럼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공격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핵무기는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추측하고요. 두 번째는 미국이 러시아나 영국과 함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로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을 억지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미국이 안전보장을 약속했는데 전쟁을 억지하지 못 하는 것으로 미뤄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미국에 대한 요구도 더 강경해질 거라고 예상하고요. 세 번째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결정적으로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는 등 군사 도발을 하더라도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협력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가 어려워졌으리라 북한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앞으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까지 다양한 군사 도발을 할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