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점차 고립돼온 러시아 내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최근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북한처럼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늘면서 인터넷에서 '북한'을 검색하는 러시아인들이 늘어난 겁니다.
박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처럼 될라” 러시아 내 북한 관심 폭증세
[조 바이든]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시행하고 있고, 이는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경제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큰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3월8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더 강력한 경제제재를 공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가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락했고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 점차 고립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관심이 최근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인 대러 경제제재가 이뤄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내 영업 중단을 속속 선언하면서 ‘북한처럼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러시아인들을 덮친 겁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이 검색 횟수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심도를 분석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급증했습니다.
러시아 내 ‘북한’ 검색은 우크라이나 사태 시작 직후인 지난 달 24일 평소보다 6배 가까이 증가한 이후 이 달 1일에는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검색 횟수가 가장 많았던 때를 100으로 가정하면, 평소 10을 약간 웃돌던 러시아 내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2월 24일 63을 시작으로 3월 1일 최고치인 100을 기록한 겁니다.

러시아 주민들과 정치인들도 러시아가 최악의 경우 북한처럼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나섰습니다.
핀란드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지역민인 다샤 키릴로바씨는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러시아가 북한과 같은 상황으로 변한다면 주저 없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트르 오부호프 러시아 오데사주 시의회 의원도 (7일) 프랑스24에 북한이 완전히 고립된 나라라며 러시아의 북한화를 우려했습니다.
[페트르 오부호프]경제제재가 러시아에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북한처럼, 완전히 고립된 나라로 만들려고 합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10일) CBS에 러시아 스스로 북한이 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마이클 맥폴]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말 그대로 북한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는 러시아 국경을 차단하려 하고 심지어 인터넷을 끊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 중이죠. 많은 기업도 러시아를 떠났고, 꼭 러시아가 왕따국가(Pariah State)가 된 것만 같아요.
탈북민들 , 대강국 러시아가 고립된 것 놀라워
탈북민들은 러시아가 북한처럼 될 가능성을 러시아인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입니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민 김신영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 씨는 구 소련 시절부터 북한 주민들에게 러시아는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김신영]저도 어렸을 때도 소련 영화는 많이 보여줬어요. 외국 영화 일절 안 보여주는데 옛날부터 소련 영화는 많이 보여줬단 말이에요. 아무튼, 우상이었죠. 지금도 어렸을 때 기억이 생생한데 영화, 소련 문화, 음악, 소련 사람들 패션까지도 한 80년대에 남한 사람들이 미국을 생각하듯이 그런 존재였죠.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생겼는데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북한 사람들은 지금도 러시아 하면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하죠.
그는 다만 러시아의 형편은 북한과 많이 다를 걸로 예상합니다.
[김신영]경제 제재받아도 러시아는 북한처럼 그렇게 빈곤해질, 그렇게까지 굶어 죽을 형편은 아닐 거라고 봐요. 농사지을 데도 있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잖아요. 러시아도 아무래도 좀 제재받으면 경제 타격은 많이 받겠죠. 그래도 북한만큼 그렇게까지 사람이 굶어 죽고 이 정도는 안 될 거라고 본다는 소리예요. 북한 정도까지는 안 갈 것 같다. 그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심해진 것은 북한의 경우처럼 위험스런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김신영]국민들이 무지하면 독재나 이런 게 판을 치고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거예요. 북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독재자들은 국민들이 똑똑해지지 못하게 외부 문물과 뉴스에 아예 접하지 못하게 해놓고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것이 기본 통치 방식이잖아요.

러시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은 변화는 '글쎄'
반면 북한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고립에 주목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영국 인권단체 ‘징검다리’ 박지현 대표는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다는 것과 양국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북한 주민들이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북한 주민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해서 크게 관심을 가질 정도가 아닌 거든요.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 자체가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본인들의 삶이 있기 때문에 해외 정세에 아직 그렇게 눈 돌리고 거기에 관심을 가질 만큼 그러한 그런 여유가 아직은 없다고 봐야 하겠죠.
재일 언론인으로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는 나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성희]별로 러시아에 관심이 없다고 봅니다. 중국은 가깝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을 보는 것도 드물었지요.
그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문성희]아마도 북한에서는 푸틴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하다고 주민들에게 알릴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북한 주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이 바뀔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북한 당국이 이미 러시아 편에 서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어느 순간 러시아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여전히 푸틴 치하에 있게 된다면 북한은 러시아에 의존할 때가 있을 것이고 러시아에 "러시아가 최악의 위기에 있었을 때 러시아를 지지했다"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켄 고스]푸틴 대통령은 그가 벌인 상황 때문에 그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이제 세계의 제재와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해명할 명분조차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선제공격하지 않았는데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있어요. 결국,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돼 ‘북한처럼 될 수 있다’며 러시아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이 굳굳히 러시아 편에 선 북한 당국을 바라보는 탈북민들은 착잡한 심경입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