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활동이 4월 말로 종료되는 가운데 전직 전문가단은 임기 연장 표결에 대한 러시아의 극단적인 거부권 행사가 예상 밖의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직 전문가단 4명과 함께 유엔 전문가단의 해산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미칠 영향과 대책, 전망 등을 짚어봤는데요. 이들은 기존 전문가단의 역할을 이어갈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도, 유엔 수준의 감시 권한이 없는 데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과거 북한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내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조정관을 역임한 알라스테어 모건(Alastair Morgan) 전 위원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문가단에서 해상 제재 전문가로 활동했던 닐 와츠(Neil Watts) 전 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됐습니다.)
“전략적 선택 해오던 러시아의 거부권에 놀라”
[기자] 알라스테어 모건 위원님, 닐 와츠 위원님, 두 분 모두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와츠 위원님께서는 전문가단 해산 결정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떤 심정이었습니까?

[닐 와츠]네, 저는 러시아가 (전문가단) 임무 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제가 5년 동안 전문가단에서 활동한 경험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관들은 매우 똑똑하고 설득력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거 보고서나 조사 결과에서 특정 부분에 만족하지 않았을 때,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이견을 담은 각주를 추가하거나 설명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취해왔습니다. 전문가 패널의 조사는 항상 높은 증거 기준을 준수합니다. 특히 러시아와 관련된 조사를 할 때는 모든 사실과 정보, 출처 등을 세 번이나 확인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조사 결과에 아주 작은 문제라도 있으면 그들은 금방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시아가 이렇게 강경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과거에는 논리적으로 이견을 잘 표현해 왔으니까요. 기권하는 방식으로도 이견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놀랐고,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투입되는 인적 노력과 전문성의 가치를 생각해 볼 때 말이죠. 조금 전 말씀 드렸듯이 (패널 조사의) 증거 기준은 매우 높습니다. 또 보고서에서 언급된 국가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사점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응답할 기회를 항상 제공합니다. 그것이 조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반대 주장이나 정보를 제시할 기회는 분명히 있습니다. 러시아는 과거에 했던 것처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는 상당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알라스테어 모건]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임기 연장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서아프리카의) 말리(Mali)에 대한 제재위 전문가단의 연장을 거부했으며, 심지어 일부 제재의 연장도 거부했습니다. 따라서 선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와 대북제재위원회 P5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국가들의 분열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제재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가 안보리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거부권은 전문가단 내에서가 아닌 안보리 내에서 이뤄지는 건데요. 2018년 이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지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모건 위원님, 4월 말에 만료되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위임이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십니까?

[알라스테어 모건]새로운 결의안이 발의되고 통과될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이에 대해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달 말까지 전문가들의 위임이 갱신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결국, 전문가단은 해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체 패널’ 구상은 고무적… 제한적 권한 불가피
[기자] 이 때문에 앞으로 사이버 공간과 해상뿐 아니라 북한 해외 노동자를 통해 유엔 대북제재가 취약해지고, 이를 위반될 가능성이 커질 거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엔 전문가단의 역할을 대체할 방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알라스테어 모건]저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심지어 그 빈도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공감합니다. 이는 러시아와 관련된 위반도 포함할 겁니다. 전문가단이 활동하는 동안 수많은 제재 위반 사례를 목격했지만, 전문가단이 이를 보고하지 않는다면 체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제시하는 게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의안을 지속해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각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전문가를 보유한 민간 연구소, 대학 등을 활용해 제재 위반에 관해 연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그런 역량을 가진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처럼 종합적인 보고서를 만드는 기구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닐 와츠]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처럼 한반도 상황을 감시 중인 연구∙조사 기관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공식 기관은 각 나라와 대표단으로부터 답변과 협력을 구할 권한이 없습니다. 또 전문가단은 핵 프로그램의 진전 상황을 추적하고 여러 국가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단은 종종 보고서에 공개할 수 없는 기밀 정보를 받아 추가 조사의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기밀 정보를 조직 내에서 공유하고 더 심층적인 조사의 근거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비공식 기관에서는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기자] 또 유엔 전문가단이 없어지면, 그동안 제재를 이행해 온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 의욕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전문가단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더라도, 제재 이행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요?
[알라스테어 모건]네, 원래부터 전문가단 자체가 제재 이행의 직접적인 책임을 진 것은 아닙니다. 이 전문가단은 대북제재위원회(1718)와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는 하위 기구로, 제재 이행의 책임은 유엔 회원국들에 있습니다. 이 점은 변함이 없고요. 사실 러시아가 위임 갱신을 거부하기 전에도, 대북제제위원회와 안보리에서 극단적인 분열로 인해 효과적으로 제재를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단의 해산은 회원국들이 이전보다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이버 공간과 해상에서의 불법 활동 등은 다른 기관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들의 독자 제재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8년 이후 전문가단은 보고를 통해 유엔 안보리나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위반 사례에 대한 대북제재 명단을 갱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안보리가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원국들이 권고를 받은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제재를 독자적으로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저는 유엔 회원국들이 제재 위반 사례를 조사할 때 북한 내 단체뿐 아니라 제재 위반에 관여하는 다른 단체들도 주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민간 부문의 단체들도 반드시 인지해야 하고, 자신들의 위험 관리 전략에도 반영해야 할 중요한 사항입니다.

유엔 안보리∙대북제제위 분열이 전문가단 활동 어렵게 해
[기자] 전문가단의 해산이 일반 북한 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칠까요?
[닐 와츠]네, 전문가단은 종종 북한 내 인도주의 활동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다. 전문가단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사업에서 제재 면제에 관한 요청 사안과 관련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검토하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기 위한 재정 준비도 검토했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알라스테어 모건]전문가단은 대북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했고,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면제를 승인해 왔기 때문에 전문가단이 해산돼도 당장 인도주의 활동에 큰 영향을 없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전문가단이 지속해서 강조해 온 것 중 하나는, 대북제재로 인해 일반 주민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것보다 북한 정권의 결정처럼 다른 요인들, 예를 들어 코로나 대유행 기간 국경을 폐쇄하고, 무역을 중단하며, 중앙집권적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국가와 당의 자원을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것 등이 북한 주민의 복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지도부가 굳게 닫힌 문을 더 개방해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활동과 국제기구, 민간 단체 관계자들의 복귀를 허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문가단 내부에서도 각국의 입장 차이로 인한 마찰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불화와 관련해 어떤 어려움이나 도전이 있었는지, 관련된 일화를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닐 와츠]전문가단은 항상 정치적인 분위기 속에 있었습니다. 강대국들의 참여로 불가피한 긴장과 (의견)불일치가 있었습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법적 구멍을 하나씩 살펴보고 충분한 증거를 찾아 결과를 제시하는 것은 항상 어려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전문가단에서 활동하면서 의견 충돌이 있었고, 아마도 모든 사람이 그랬을 것입니다. 제가 전문가단에 합류하기 전에도, 그리고 제가 떠난 후에도 의견 충돌이 있었겠지만, 그것도 일의 일부입니다. 한 번은 "패널 활동이 끝나서 기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관심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즉, 관심과 논쟁은 그립지 않지만, 성공적인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행복한 순간은 그리울 거란 뜻입니다.
[알라스테어 모건] 대북제재원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위원회에서는 의견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쉽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의 조정자로서 매번 합의된 보고서를 도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발행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특정 미사일 발사가 탄도 미사일인지', '정제된 석유 제품의 수출입 상한이 초과했는지' 여부처럼 어려운 분야는 다수의 각주를 통해 이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제재의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각주를 통해 일부 불일치가 기록됐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 중국에서 수입된 미사일 발사차량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두 전문가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이런 이동식 발사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기타 미사일 시험 발사에 사용되고 있었죠.
안보리와 대북제재위원회의 정치적 분열이 전문가단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유엔 규정을 정해야 하고요. 전문가단 위원들은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행동해야 합니다. 많은 보고서에 기록된 것처럼 안보리의 분열이 전문가들의 활동과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지만, 제가 조정자로 있던 시절과 그 이후에도 보고서는 계속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끝으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해산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
[알라스테어 모건]저는 전문가단의 임기가 연장돼서 그 역할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또 안보리 내에서 극단적인 분열이 해결돼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실패의 사례들은 안보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합니다. 저는 유엔 회원국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고, 그들의 우려를 담은 견해를 표출하며, 국제법에 따른 제재 집행의 의무를 계속 지키겠다는 약속이 있기를 바랍니다.
또 전문가단의 최신 보고서가 얼마 전(3월) 발표됐습니다. 저는 전문가단의 해산 결정과 관계없이 4월 말까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 결과가 공개되든 안 되든, 대북제재위원회와 안보리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임기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 역할을 중단하겠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또 전문가단에 부여됐던 중요한 임무와 한반도에 대한 관심,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훗날 정부나 민간 부문으로부터 역할을 요청받을 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닐 와츠, 알라스테어 모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