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 기자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해 제 2 기 행정부를 시작한 가운데 , 22 일에 열린 것으로 알려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내용과 함께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대미 메시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북한의 반응을 어떻게 보십니까 ?

[ 마키노 요시히로 ] 네, 북한 노동신문은 1월 22일 자 6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짧게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연말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임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지난 22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내용은 아직 보도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방침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정부 예산안과 법률에 반영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참석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지난 연말에 이야기했던 '강경한 태도로 임하겠다'라는 발언을 재확인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인정한 것도 북한과의 핵 폐기 협상을 핵 군축 협상으로 바꾸려는 의도라고 북한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일부 핵을 포기하는 대신 핵 보유국의 지위 인정, 제재 해제, 주한미군 축소, 미북 정상화 및 국교 정상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위한 협상 카드로는 미국을 표적으로 하는 핵 공격 능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국방 개혁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로, 2025년 연말까지 초음속 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의미하는 초대형 핵탄두 장착 미사일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김 총비서가 언급한 초강경 태도의 의미입니다. 그 후에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국방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리처드 그레넬 특사나 알렉스 웡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 등을 통해 다양한 사전 협상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결국 그 목표는 미북 간에 국교 정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만 좋은 합의, 즉 미국의 국익에만 도움이 되는 합의를 하면서 미국의 안보만을 완전하게 하는 대신 비핵화는 유명무실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 기자 ] 김정은 총비서는 2025 년 새해를 맞아 러시아와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에게 연하장을 보냈습니다 . 김 총비서가 이런 연하장을 보낸 배경은 무엇이고 ,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언급된 순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요 ?
[ 마키노 요시히로 ] 연하장 교환은 북한의 전통적인 외교 관행 중 하나로,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대로, 러시아를 더 중요시하고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냉정한 태도를 취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2022년 북한이 예정했던 7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후 악화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2023년부터 러시아에 무기류를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도 일정한 이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무기를 직접 수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대신하는 것을 용인했을 것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6월,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더욱 강화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는 북한군 파병이 이뤄졌고, 중국은 북러 관계의 밀착에 대해 강한 불쾌감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는 '마당'과 같은 지역이기 때문에, 유사시 러시아군의 한반도 개입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간주합니다. 김 총비서가 연하장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언급한 순서와 그 내용은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와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미북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2018년 때처럼 북한과 미국의 접근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 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1]AP.jpeg](https://www.rfa.org/resizer/v2/PTFAN2GLYVZRV7ERT5V73THJ6E.jpg?auth=94cdb821e65fa65ff4fe5be071f93bfefd77dbf790b2e7cc355f0644f0bff38c&width=800&height=532)
[ 기자 ] 지난 1 월 17 일 북한 관영 매체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체포 소식을 외신 보도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한국 내 정치적 혼란을 강조했습니다 .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체제 선전에 활용해 왔는데요 . 이번 보도가 대남 적개심 고취나 내부 단결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 마키노 요시히로 ] 말씀하신 대로 지난 17일, 북한은 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보도했는데요. 김 총비서가 한국을 적대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은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적개심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북한 주민이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고, 노래도 부르지 않게 된다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을 적대시하면서 주민들을 단결케 하는 전통적인 수법이 요즘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주민들이 한미일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동기가 너무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는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북한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북한 주민은 자신들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쟁 아니면 통일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를 본 북한 주민도 많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적개심이나 단절하려는 수단은 요즘에 효과가 없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기자 ] 스페인의 농구 코치 리카르도 곤살레스 감독이 오는 2 월 북한을 방문해 북한 대표팀을 지도할 예정입니다 . 스페인 농구 코치가 북한을 방문해 선수들을 지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 이번 농구 교류가 북한의 스포츠 발전이나 체육 외교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
[ 마키노 요시히로 ] 역시 북한 입장에서 스포츠, 체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주목하는 스포츠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한국이나 미국처럼 학생이나 시민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와는 다릅니다.
먼저 북한이 주목하는 스포츠의 첫 번째 특징은, 역도나 태권도, 그리고 축구처럼 전통적으로 실력이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이 스포츠들은 국제대회에서 북한의 격을 높일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두 번째 특징은, 북한이 중요시하는 집단생활, 즉 집단주의를 도와주며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 스포츠입니다. 예를 들어, 배구는 북한의 직장 단체들 사이에서 널리 즐기는데, 과거에 영변 핵시설에서 배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이는 핵시설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스포츠로서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특징은, 최고 지도자가 관심을 갖는 스포츠입니다. 김 총비서는 스위스에서 유학했었기 때문에, 스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축구나 농구도 매우 좋아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프로농구리그(NBA)의 스타 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에 초대한 적도 있습니다. 김 총비서는 스위스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로드먼이 소속된 시카고 불스팀의 친선 경기를 관람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스페인의 농구 코치 리카르도 곤살레스가 북한에 초대된 것도 최고 지도자의 높은 관심 때문입니다. 해외 감독이나 코치를 초대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과거에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을 지낸 요한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이 급여를 지급했지만, 일시적으로 지불하지 못하는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코치의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교류가 자주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또 북한 대표팀의 실력이 향상할지도 불투명하고, 북한 일반 주민의 스포츠 생활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끝으로 얼마 전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문 매체는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됐고 , 현재의 손실 추세로 볼 때 올해 4 월 중순까지 괴멸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 이런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 마키노 요시히로 ] 이러한 예측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며칠간 북한 병사가 전장에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이전처럼 북한 병사들을 돌격 부대로 활용한다면, 말씀하신 그런 예측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군이 앞으로도 같은 전술을 계속 사용할지는 불분명합니다.
이번에 많은 북한 병사가 사상된 것은 러시아가 군사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합리성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어와 조선어 간의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약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약 1.5개에서 2개 사단 정도의 규모입니다. 북한군이 사단 단위로 독립적인 행동을 하고, 각 사단에 통역관이 한 명씩 배치된다면 충분할 겁니다. 그럼에도 북한군은 러시아의 여러 대대에 편입돼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충분한 통역관이 없어 언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군의 사단급 참전을 인정하면,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지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러시아는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군이 사단으로서 독자적으로 참전하면 앞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을 맺을 때, 북한도 참가할 자격이 생긴다고 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이 그렇게 참전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사단급의 참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북한군 병사가 러시아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계속 인정될 것인지, 전술이 바뀔지는 우리가 계속 주목해야 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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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네 , 마키노 기자님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