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 한미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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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루비오 국무장관 , 이르면 3 월 동아시아 순방 가능성

[ 기자 ]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의 필요성을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여 의지를 나타내면서도 "과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번 회담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저도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취재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했지만, 안전보장 분야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표현이 많았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보장 분야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을 NSC(국가안보회의)나 국방부 측에 맡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미일 공동성명에 명시되긴 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이 표현을 직접 확인한 사람은 이시바 총리뿐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즉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바 있습니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일본 측이 원래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힘을 통한 대만해협에서의 현상 변경 반대’, 그리고 ‘센카쿠 열도 방위’ 등에 대한 미국의 재확인을 얻어내려 했다고 합니다. 그 대신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 등 경제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도 일본의 요구 사항은 받아들이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를 정치적 신념으로 중시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시도하고, 북한에 투자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고 싶어 하며, 노벨 평화상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미일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들어가긴 했지만, 정작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자국의 핵무기를 폐기하려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모든 핵무기도 폐기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미국이 핵무기를 전면적으로 폐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북한의 비핵화는 달성되지 못할 목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면서 비핵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미북 간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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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만나고 있다. / REUTERS

[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과도 관계를 맺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스타일을 고려할 때, 한국을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일단 한미일이 공조를 강조해 왔고, 이번 주말에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이르면 3월에도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마 다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트럼프 정권 내부에서 국무부와 루비오 장관의 발언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지 확실치 않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정권 안에서 마이클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루비오 국무장관 등 외교 안보를 중시하는 사람들과 일론 머스크,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 재정 분야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룹 사이에 여러 의견 충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나 다자 협력보다는 1대1 협상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물론 이번 미일 공동성명에서 한미일이나 ‘쿼드(Quad)’ 등 여러 다자 협의체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중동 문제와 같은 현안에서 ‘한미 협력’이나 ‘미일 협력’이라는 표현은 명확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기 행정부에서 반드시 미북 정상회담을 실현하려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나 한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일부 인정하고 사실상 묵인해 버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나 일본을 ‘패싱’하지 못하도록, 양국은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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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0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윤석열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한중일 외 교장관 회담 개최 제안할 듯

[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며 미일 동맹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접근하는 모습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정권의 등장을 외교적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나 캐나다, 멕시코, 파나마 등 동맹국, 또는 우호국들과 경제, 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후 질서를 변경하면서 세계의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제재하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미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달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과도 회담했는데, 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대우였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지난 11일 중국이 일본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 설치했던 관측용 부이를 철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중국이 조만간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자고 한국과 일본에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3월 중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까지 희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한국은 계엄령 사태로 인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상반기 중 개최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만큼 중국이 일본과 한국에 다가가고 싶어 하는 욕심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접근할수록, 시 주석은 일본과 한국 쪽으로 더 다가가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지난 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최근 사용한 북한산 탄도미사일의 정확도가 대폭 향상됐다고 우크라이나 고위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실제 북한이 미사일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다른 전략무기에도 이러한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또 이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는 어떤 우려를 가져올까요?

[ 마키노 요시히로 ] 김 총비서는 원래 정밀화, 정당화, 지능화, 무인화 등을 목표로 하는 '주체 무기'를 개발해 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명중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었죠. 예를 들면, 스커드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 예전에는 '발사된 미사일 중 절반이 떨어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CEP(Circular Error Probable)가 약 2천~3천km 수준이었는데, 2014년 무렵에는 300~400m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아마 GPS 유도 장치 등을 도입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도미사일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KN-23, 그리고 미국의 ‘ATACMS’와 유사한 KN-24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의 CEP가 50~100m 정도로 향상됐으니까 원래 북한이 보유했던 GPS 유도 기술보다 더 성능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과거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러시아군 주둔지 근처에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고 하니, 러시아군 입장에서도 미사일의 정밀도를 더욱 높이려 했을 가능성이 예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이미 북한 미사일의 CEP는 꽤 개선됐지만, 이번 계기로 더 좋아졌을 수 있다는 거죠.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통상 탄두’ 미사일이라도 CEP가 낮아지면 한국이나 주한미군 기지를 정밀타격할 수 있게 됩니다. 미사일 한 발당 비용이 상당히 비싼 만큼, 이런 정밀 타격 능력은 북한 입장에서도 매우 의미가 클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7년에 괌에 주둔 중인 미군 기지를 ‘방위 사격화’ 하겠다고 예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이와 유사한 협박 외교를 할 경우, 이런 위협은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고, 우리로서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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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 총비서가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축하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 기자 ] 마지막으로,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하고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임전대응태세와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장병들을 격려하면서도 정작 실제 전쟁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생사에 대해서는 그간 뚜렷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좀 역설적인데요.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건군절 연설,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 요즘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1월 20일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뒤 미국을 상당히 의식하는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8일 기념 연설에서 한미일 방위 협력을 비판하며,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대항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을, 그리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1일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부산 입항을 각각 비판하면서 '억제 행동'을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의 영유권을 주장한 것에 대해 비판했는데, 저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환경 정비'를 시작하는 행동의 첫 단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말로써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뒤, 이후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발사하며 점점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이른바 ‘미국에 대한 핵 단추’를 가능한 한 크게 만들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뒤 정상회담에 응하려는 전략을 가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 총비서의 이번 연설은 바로 그러한 북한의 외교, 안보 공작이 본격화하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기자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