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연방의회에서 꾸준히 북한 문제에 관여해 온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특히 연방 상원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기도 한데요.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그가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루비오 지명자 , 대북 강경 노선에 인도적 지원은 열린 입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차기 국무장관으로 공식 지명한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
지난 2011년 1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취임한 루비오 지명자는 올해 11월 기준으로 약 13년 10개월 동안 상원의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특히 루비오 의원은 2011년 112대 회기부터 상원 외교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북정책을 포함한 주요 외교 현안에 관여해 왔습니다. 또 이번 118대 회기에서는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국가 안보와 정보 관련 현안에 깊이 관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루비오 지명자의 정치 성향을 두고 ‘네오콘’(NEOCON), 즉, 미국 정치의 신보수주의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정치매체인 ‘더 힐’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연방 의회 내에서도 이번 국무장관 지명은 다른 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란이 작은 결정이라는 평가입니다.
또 루비오 지명자가 중국과 이란에 대해 보여온 강경 노선을 비롯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협상으로 종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인준을 통과하게 되면, 그동안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춰온 기존의 대북 협상에서 인권 문제가 추가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당시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만 중점을 뒀으며, 인권 문제는 주요 의제에서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루비오 지명자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가 재조명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그가 연방 상원에서 하원과 보조를 맞춰 ‘미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을 주도해 온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루비오 지명자는 이번 회기에서도 상원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의 대표 발의자였습니다.
이 밖에도 루비오 지명자는 지난 3월,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한국계 미국인들을 위해 ‘이산가족 국가 등록법’ (Divided Families National Registry Act)을 민주당의 팀 케인(버지니아) 의원과 함께 상원에서 대표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성명을 통해 "한국전쟁과 김정은의 억압적인 정권으로 인해 오랫동안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진 한국계 미국인 가족들을 지원하는 노력은 북한과의 잠재적인 대화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라며 "이 법안이 이러한 목적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등 미북 간 이산가족 상봉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 루비오 지명자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열린 입장이었습니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당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식량지원 계획에 관한 견해를 묻는 말에, 당시 루비오 의원은 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달았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 (2019년 5월)] 저는 한 번도 그 누구에 대한 식량 지원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원조가 정권에 의해 다른 목적에 이용되지 않고 주민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I've never been against food aid to anybody. What I do think is important is that it can be insured, so that the aid reaches the people, and isn't somehow diverted by the regime for other purposes.")
한편, 루비오 지명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설, 위로에서 아래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탑다운’(하향식) 방식의 대북 관여를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9년 9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무장지대(DMZ) 방문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그(트럼프)가 옳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라며, “북한과 중간 합의를 기대하기에도 멀리 있는 실정”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확고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RFA에 밝힌 바 있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 (2019년 9월)] 북한과의 협상을 단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마도 이러한 점을 이용해 시간을 벌려 할 것이며,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충분할 정도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도 그렇고, 북한과 어떠한 거래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자체가 너무 큰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No. I don't think you could do it step by step deal with North Korea, because I think they will use that to buy time, and initiate some sanctions relief just enough to allow them to survive, and ultimately not live by any of its commitments, but I think it's expecting a lot to expect any deal, as part of this vi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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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 주도한 루비오 지명자 , 북 인권 지적 가능성
루비오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해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회장은 14일 RFA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오랫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위해 노력해 온 강력한 지지자”라고 평가했습니다.
스칼라튜 회장은 이날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 안보, 군사 문제와 동등한 수준으로 다뤄져야 한다”라며 “그의 지명은 매우 고무적이며, 앞으로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협력해 북한 문제에서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접근법을 추진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도 앞으로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를 통해 북한 측에 인권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리정호 ] 루비오 지명자가 쿠바 출신이기 때문에 , 인권 문제를 간과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 우리가 계속 이 문제를 언급한다면 , 비록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아니더라도 그의 참모진이 인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또 리 대표는 “쿠바 출신이라는 루비오 지명자의 배경을 고려했을 때,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과 러시아 등 국가들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에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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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지명자는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미국의 CNN 방송과 한 회견에서 “미국이 실용적인 외교 정책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그는 러시아, 북한, 이란, 중국 간 밀착 관계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대외 전략에 대해 신중하고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또 지난 13일 국무장관에 공식 지명된 루비오 지명자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 국무부를 이끄는 것은 엄청난 책임을 요구하는 일이라며, 자신이 국무장관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부지런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지도력 아래 우리는 힘을 통한 평화를 달성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미국 시민들의 관심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혔는데,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조가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평소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루비오 의원의 국무장관 지명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까지 포괄하는 접근법으로 발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편,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14일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공개한 기고문에서 올해 유엔은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췄으며, 국제사회도 김정은 정권의 인권 침해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다만 유엔의 지속적인 압박이 아직 북한 인권 문제의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