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북한과 중국의 군사 기술 협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보도에 진민재 기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발표한 행정명령은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 제한이 핵심입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제한되는 분야는 중국의 반도체와 양자 정보기술, 인공지능 시스템 등입니다.
이번 조치로 해당 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인수 합병이나 합작 투자 등 미국 자본의 직접 투자는 전면 금지됩니다.
낮은 수준의 기술이나 이중용도 제품 개발 등과 관련해 중국 투자를 진행하려는 미국 기업들도 사전에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투자 허용 및 금지를 포함한 모든 결정권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게 있습니다.
미국이 이처럼 대중국 투자 금지 조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취해 왔던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규제 방안 중 가장 강력한 규제를 취한 셈입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이성현 미국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간 갈등은 결국 치열한 안보 전쟁이라고 규정합니다.
[이성현]미중 갈등이 첨단 기술전쟁이 최근에는 각광받고 주목받는 반도체 전쟁으로 수렴되고 있는데, 현대 모든 첨단산업과 군사력도 결국은 반도체에서 승패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그런 식(행정명령 등)으로 조금 더 적극적이고 조금 광범위한 부분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 굴기를 제거하고 도전을 막고 추격하고 그렇게 (첨단기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려는 그런 방향으로 저는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 -중 '반도체 전쟁', 3년 전부터 본격화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두고 미중 갈등이 본격화 한 건 3년 전부터입니다. 2020년 5월, 미국이 자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9월 미국은 최신형 AI (인공지능)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가 하면, 10월에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또 인공지능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도 제한했습니다. 여기다 12월에는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를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미국의 잇따르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 조치에 중국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 자국의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에 대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지 제재 발표를 한 겁니다. 그리고 8월에는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령을 발효했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 원료 수출 통제령까지 내리자 이로부터 일주일 뒤, 미국은 ‘중국 첨단 기술 분야 3개에 대한 투자 규제를 전면 금지한다’는 극약 처방을 내렸습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첨단 기술력이 미국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그야말로 위험 수위에 닿은 것으로 미국이 판단하고 내린 조치로 해석합니다.
[이성현]미국이 지금 중국의 첨단 기술을 지목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자"라면서 제가 중국에 살 때 중국 내부적으로 2049년까지 미국을 초월하겠다 (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 주력 분야가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데 사실은 미국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그리고 그런 관련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 중국이 경쟁하고 심지어 미국이 따라잡겠다는 아주 야심 찬 계획을 중국이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뒤늦게 미국이 이걸 알아차리고 거기에 대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미국 자본을 이용해 첨단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군사력을 키우는 상황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입니다.
미중 갈등 '북중 군사 기술 협력 강화 가능성'
문제는 지난달 열린 북한의 전승절 행사를 통해 공고한 관계를 과시한 중국과 북한이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지속될수록 서로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걸로 예상합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과 계속해 공생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이 이를 기회로 대놓고 북한과 밀착하는 기류를 보이지는 않으리라 전망합니다.
[홍민]표면적으로 북중이 더욱 밀착하는 구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쨌든 지나치게 북한과 밀착하는 것 때문에 오히려 미국을 자극하거나 또 그것으로 인해서 미중 어떤 갈등이 북한 문제까지 전이되는 이런 자체를 좀 신중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첨단 기술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기술 교류와 협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홍민]북한이 지금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했던 무기들을 보면 중국에서 개발한 것들을 모방하거나 중국의 무기 체계와 동일한 사양의 무기들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어느 정도 그냥 단순 모방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어떤 지원이나 협력이 간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반도체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미중 간에 반도체와 관련된 일종의 갈등 국면들이 지속되면 북중 간에는 어쨌든 군사 기술적인 직간접적이었던 어떻든 이런 협력들이 강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첨단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 미중 간 반도체 경쟁은 국가 간 민감한 안보 사안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미중 간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