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주도했던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양보나 유인책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선의로 외교적 관여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완전한 재개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성 김 대북 특별대표의 북한 측 협상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면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RFA 긴급진단: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심층 인터뷰,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알렉스 웡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북 대화 복귀 유인책, 좋은 생각 아냐"
⦁ 알렉스 웡 전 특별부대표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우선 긍정적인 면을 보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전 세계 각국에 한미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보여준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대북정책에 대한 조율은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로 양국이 채택한 정책과 행동에 대해 완전히 서로 이해해야 하며 겉으로나마 한미 사이에 어떠한 틈도 없다는 것을 전 세계와 특히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관해 하나 된 전망(vision)이 있을 때 비핵화와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생산적인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면을 말하기에는 충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문제의 진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등 말이죠.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민감한 정책에 대해 다 알 필요도 없고, 잠정적 협상 내용이 무엇인지도 공개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그 단계들이 무엇인지 지켜봐야 할 텐데요. 일반적으로 하나 된(United)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도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대표님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기 위해 미국이 유인책을 더 제안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토니 블링컨 장관의 말처럼 공은 북한에 넘어갔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저는 한미 양국이 북한에 계속 협상의 문이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고, 대화의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일이고, 지지를 얻을 수 있겠죠. 또 북한도 이를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회담을 시작하기 위해 북한에 무엇을 양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동이 북한에 잘못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단순히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 위해 양보를 얻어낸다면 앞으로 실제 협상에서도 합의에 도달하기보다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회담장을 들락거릴 명분을 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에 어떤 형태의 양보나 유인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는 협상의 진전을 가져오지도 못하고, 더 멀어지게 할 겁니다.
"한미연합훈련 재개해야... 하노이 딜은 나쁜 딜"
⦁ 북한은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전 트럼프 행정부 때는 대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한 적이 있습니다. 오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우선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짚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주요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선의를 갖고 협상을 위한 외교 과정에 참여하는 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2018년 여름 이후 주요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 연기 또는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길 거부하는 건 북한 쪽이고, 한미 양국의 선의와 관여를 거부하는 쪽도 북한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 완전한 한미연합훈련의 재개를 고려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총비서 스스로 여러 차례 참여하기로 합의한 외교적 관여에 선의로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합한 시기가 지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에게 달려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훈련을 중단하고 축소한 이유는 북한이 외교 과정에서 선의를 보인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대북 접근법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던 하노이 회담 내용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우선 한미 양국이 '행동대 행동', 또는 '단계적'이라는 표현을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이같은 단어들은 개인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양국의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그것이 첫 번째입니다.
저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거래는 나쁜 거래(bad deal)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북한은 완전한 제재 완화의 대가로 불투명한 영변 핵시설의 일부 교환을 재차 제안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제시했던 제안은 분명 북한의 전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물론 그들이 개발 중인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제안한 거래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로드맵, 즉 이행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그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직접 서명한 겁니다.
만약, 그때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그들이 진행 중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위치로 몰아넣었을 겁니다. 따라서 하노이에서 북한의 제안은 나쁜 거래였습니다. 원칙적인 관점에서 모든 협상과 거래는 마지막 단계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윤곽이 명확해야 하고, 미국과 북한, 한국이 그 최종 목표에 대한 상호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모든 면에서 병행해 행해지는 동시 단계의 로드맵을 만들어야겠죠. 그런 구조가 없다면 북한이 핵 역량과 관련 프로그램을 확장할 위험이 있고,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남북협력은 미국의 비핵화 협상과 상호 보완"
⦁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재자로서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한 부대표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트럼프 행정부 때 한미워킹그룹도 출범했는데요.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우선 핵심은 남북 협력은 좋은 것이고 생산적이라는 겁니다. 남북 협력과 관련해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 선언, 공동성명서 등을 이행하는 데 있어 주요 장애물은 북한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한국 측의 선의를 거부해왔습니다.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북한의 비생산적인 행동입니다. 한미 양국이 남북협력의 가치를 함께 인정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남북 협력의 과정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노력과 상호 보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 공동성명은 한미 간 굳건한 공조가 있는 한 병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박지원 한국 국정원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미국과 조율을 거쳐 남북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서로를 방문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직접 만남을 갖는다고 해도 놀랍진 않습니다.
"성 김보다 북한 측 협상 파트너가 더 중요"
⦁ 부대표님과 함께 일했던 성 김 인도네시아 대사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임하고 있고, 북한과 직접 협상하기에는 여전히 급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알렉스 웡 전 부대표] 성 김 특별대표가 북한과 소통하며 진전을 이룰 것이란 그의 능력에 대해 우려는 없습니다. 제가 성 김 특별대표와 가까이에서 일했는데요. 그의 평판은 미국 내에서 매우 좋습니다. 한국에서도 그의 평판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도 그가 잘 알려져 있고, 능력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성 김 특별대표가 미국을 대표해 북한과 중간 역할을 잘할 것이란 데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연 북한에서 성 김 대표의 협상 파트너로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 입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불명확한데요. 미국에는 능력 있는 협상가가 있는데, 과연 상대방(북한)에도 능력 있는 협상가가 임명될지가 더 중요한 질문일 것 같습니다.
⦁ 김정은 총비서에게 언제든 직보할 수 있는 김여정 부부장과 만날 만큼 성 김 특별대표의 급을 올려줘야 한다는 제안도 있는데요.
[알렉스 웡 전 부대표] 김여정이 협상가로 나올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성명들을 살펴보면 김여정이 미북관계, 남북관계에 대해 강력한 표현들을 쓰면서 목소리를 내곤 했는데요. 이것이 과연 그녀가 협상에 나선다는 의미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부대표님이 최근까지 대북협상을 이끌어오셨고, 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는데요.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북한 전문가가 많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알렉스 웡 전 부대표] 네, 한반도 문제는 다루기가 결코 쉽지 않죠. 특히 북한과 협상을 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미국을 포함한 한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위급한 국가안보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협상의) 어려움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성 김 특별대표를 임명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책 관련 부분에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북정책 방향에 관심이 있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기 통제(arms control)'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곧 핵 보유 능력을 갖출 것이란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제거하기보다 이를 제한하고, 관리하자고 말하는 거죠. 저는 바이든 행정부에 무기 통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 주의를 주고 싶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제재 없이 핵 능력을 갖추는 것은 미국과 한국이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피해야 합니다. 대북정책과 교섭 과정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빠지는 것을 유의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위한 관계개선과 북한의 비핵화에 강력하고 명확한 목표를 두라고 말입니다.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 방향,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알렉스 웡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