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필수적인 수준의 냉, 난방 등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되는 가구를 뜻하는 '에너지 빈곤'. 올 겨울 한반도 전역에 이례적인 한파가 닥친 가운데 대표적 에너지 빈곤국인 북한에서도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다만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던 지난달 25일, 공교롭게 닷새 동안 평양 봉쇄령이 내려지며 주민들의 한파 극복에 도움을 줬을 거란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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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BS]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등 한파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한파에 난방비까지 오르며 한국에서는 시민들의 불편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YTN]최근 크게 오른 난방비 청구서를 보고 놀랐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올 겨울 한파는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도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백두산, 양강도 등 북부 내륙 지역 일대는 영하 30~40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한국의 난방비 상승의 원인은 도시가스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도시가스 연료 수입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북한은 난방비 상승의 영향은 없을까 .
북한은 대부분의 가정집이 발전소 에너지, 석탄, 목재 등을 사용해 난방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난방비 상승의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황진태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측합니다.
[황진태]북한은 에너지, 난방 체제 자체가 워낙 인프라(기반)가 열악하기 때문에 난방비라는 (걸) 국가 차원에서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고요. 인프라 자체가 굉장히 열악한 상태에서 각자 도생하고 있는 게 크고….
한반도 최북단에 위치한 양강도 출신의 탈북민 박지연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북한의 가정집은 난방이 안 된다고 잘라 말합니다. 박 씨는 겨울철에 항상 보온 이불을 펴놓고, 나무(땔감)로 방을 데워 추위를 이겨냈다고 증언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명예선임연구위원도 북한에서는 한국과 같은 난방비 상승은 없겠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난방 관련 물자 가격이 일반적으로 오른다고 설명합니다.
[김경술]난방 물자가 10월, 11월쯤 오르기 시작해서 겨울에는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다가 봄철이 되면 하락하는 흐름은 매년 반복되는 일반적인 추세인데요. 예를 들어 석탄 같은 경우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이 석탄을 사고 싶다고 해서 민수용으로 공급되는 석탄이 갑자기 늘어나기 어려운 생산 측면의 제약이 많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에너지 불균형'

난방 공급 제한, 연료 부족으로 추위를 막으려면 전기가 필요한데, 전기를 사용하기는 더 힘든 상황입니다.
전기가 상시 부족한 북한이기에 겨울철이 되면 전기 열풍기와 같은 전자제품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당국이 단속하기 때문입니다.
황진태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지역 불균형 발전이 주민들의 겨울철 난방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분석합니다.
[황진태]전력에 대한 인프라는 평양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은 도 소재지가 좋습니다. 나머지 농촌 지역이나 산간지대의 경우는 추위로부터 버티는 게 쉽지 않겠다고 추정할 수 있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북한의 지역 불균형 발전입니다. 전력 인프라 불균형 문제가 특히 한파에서 나타났을 겁니다. 농촌 지역의 사람들은 더 고생하겠죠. 그런 피해가 있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도시와 농촌지역이 다른 난방체계상 오히려 도시 주민들이 난방에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김경술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김경술]도시 지역은 옛날 아파트를 지으면서 발전소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방식으로 지은 곳이 많은데요. 발전소 가동이 잘 안되고 그러면서 열 생산, 공급이 거의 안 돼서 난방을 아예 못 받는 가구들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지방 가구들은 개별난방, 즉 본인들이 연탄아궁이 혹은 나무 아궁이를 통해 난방 물자를 조달해서 난방을 할 수가 있는데, 평양 시내는 그게 곤란한 가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고층 아파트에서 나무를 떼기가 쉽지 않잖아요. 평양 시내에 웬만한 아파트 가정도 아파트 내에 연탄아궁이를 만들어서 난방을 연탄으로 하는 경우들이 많이 늘었다고는 합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도시 지역 사람들이 겨울철에 농촌 지역으로 가서 겨울철을 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경술]일부 겨울에는 도시 사람들이 난방이 더 어려워서 시골 친척 집에 가서 자기도 한다고 합니다. 시골 주변에는 나무도 있고, 농업 폐기물 등이 있어서 오히려 지방이 더 난방이 괜찮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겨울철 난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
과거에는 국가에서 배급받아 난방을 해결했지만, 국가 배급 기능이 무너지고 난 뒤부터는 상당수 가구가 에너지를 시장에서 구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난방 연료를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돈을 주고 에너지를 사는 가구도 늘었지만, 저소득층 주민들에겐 오히려 더 부담입니다.
[김경술]돈, 소득이 있는 가구는 시장에서 에너지를 구해서 난방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저소득층 같은 경우는 고통을 많이 겪습니다. 지방에 있는 가구들도 에너지를 사서 쓰는 게 많이 일반화되어있습니다. 많이 일반화되었어도 여전히 가구 소득이 제약이 따르니 충분히 난방을 못 하는 가구들이 여전히 많죠. 굉장히 추위에 떨죠.
수십 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북한을 덮쳤지만, 당국의 산림단속 때문에 장작을 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이 벌목을 단속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작 가격이 더 비싸지고 있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파가 가장 극심했던 지난달 25일, 북한 당국이 평양을 5일 동안 봉쇄하고 특별방역기간을 선포했습니다.
황진태 부연구위원은 이번 평양 봉쇄령이 주민들의 한파 극복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황진태]최근 돌림감기로 인한 평양 봉쇄령이 있었잖아요.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출이 자제됐을 거고, 그러면 사실 외부의 추위로부터 노출도 줄어드는 거잖아요. 추정이지만 이런 개별적인 봉쇄가 있다면 그때는 외부 기업소 혹은 농장에서의 외부 활동이 자제가 되니….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의 외출이 제한되고, 그러면서 건설 활동, 기업소 혹은 농장까지 가는 이동도 제한되었기에 한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작다는 겁니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도 이번 봉쇄령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았을 거라고 황 부연구위원은 분석합니다.
[황진태]물론 봉쇄령은 평양에만 떨어졌지만, 최근에 다른 지역도 여전히 방역사업이 올해 우선 사업이라 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에서 방역 부분을 강조하는 등 접경지역에서 조심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아 북한이 여전히 방역 부분에 대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평양 외 다른 지역에도 이동 제한 양상이 있었을 거란 추측입니다.
[황진태]과도하게 코로나나 호흡기질환에 의한 봉쇄를 많이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자체가 어쨌든 주민 통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건 실내에서의 활동을 강조하고 그것이 외출을 자제하게 되는 부분이라면 기본적으로 한파로부터 조금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논리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열악한 난방 기반에 한파까지 덮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
영양 섭취 부족, 육체 혹은 심리적 질환, 사회적 소외 등을 동반하는 에너지 빈곤은 기초적인 인권 문제라고 김경술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김경술]겨울철 난방용 에너지가 크게 부족하고 그것을 사서 수급을 하기에는 소득도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민간 가구들의 고통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났을 겁니다. 북한 주민들이 겨울철마다 굉장히 고생하거든요. 돈 있는 일부 가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구는 거의 난방을 며칠씩밖에 못 하는 가구들이 대부분입니다. 거의 난방 없이 겨울을 지새우다시피 하는데, 이런 강추위가 오면 정말 고생하죠. 무지하게 고생합니다. 에너지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에너지 인권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한반도를 덮친 최강 한파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