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6년간 공석이었던 미국의 북한인권특사가 지명돼 북한 주민들의 억압된 인권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현실적인 북한 여성 인권 향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접하는 ‘월경’에 대한 북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하다고 많은 탈북민들은 증언합니다. 월경을 수치로 여기며 생리대 대신 가제천을 사용해야 하는 북한 여성의 실태를 천소람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한국 JTBC 뉴스]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17년 이후 줄곧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를 새로 지명했습니다.
지난 6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를 최근 지명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북한인권특사 지명이 북한 인권 문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영양부족으로 초경 시작 늦은 북한
가장 기본적인 여성 인권 중 하나인 월경, 생리.
북한에서는 월경을 ‘달거리’ 혹은 ‘위생’이라고 표현한다고 탈북민 박지연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말합니다.
[박지연] '위생'이라고 표현해요. 그렇게 얘기해요. 아니면 '그 날'이다 이러기도 하고.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초경을 시작하는 여성들의 평균 나이는 12세 전후이며 한국의 초경 나이는 평균 12~12.6세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초경 연령이 더 빨라지는 추세지만, 북한의 상황은 다릅니다.
[손명희]북한은 거의 약 14~15살 지나야만 생리가 오는 것도 있고, 19살이 다 돼서 생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도 19살이 돼서 왔어요. 학교 졸업해도 생리를 (처음) 시작한 거죠.
성장기에 충분한 섭취를 하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2차 성장이 늦게 나타나고 있다고 탈북민 손명희 씨는 증언합니다.
[손명희]아이들이 먹지 못하고 성장 기간에 성장을 못 하잖아요. 그래서 커서 성장을 시작하기 때문에. 18~19세 돼야 2차 성장이 시작되는 거죠.
월경 증후군을 표현하는 일상 단어인 ‘생리통’.
한국에서는 흔히 쓰이지만, 북한에서 ‘생리통’을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고 탈북민 김단금 씨는 말합니다.
[김단금]생리통이라는 표현은 없고. '생리통이다' 이렇게 안 하고 그냥 '배 아프다'고만 표현하죠.
북한 사회에서는 생리통이 당연한 고통이라고 여겨집니다.
[기자]아프다고 표현할 수 없는 환경이네요.
[김단금]대놓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아요.
당연한 고통이지만 통증을 호소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도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박지연]생리통이라고 안 하고요. 여자니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아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프다고 얘기를 못 해요. 안 해요. 학교에서 남녀가 같이 있는 상황에서 남자 선생님이면 말하기가 민망하잖아요. 그런 말을 하기가 좀 그래서 억지로 참는다든가 참기 힘들면 옆에 친구들이 선생님께 말해준다든가 그런 식으로 하고요.
월경은 '수치'로 여겨져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월경.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 월경은 ‘수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인 아버지에게 조차 월경은 수치로 여겨진다고 손 씨는 말합니다.
[손명희]생리통이라는 게 북한에서 수치이기 때문에…. 생리해도 아빠도 모르게 해요. 다 씻어서. 여자의 수치죠. 숨어서 해요. 수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생리한다고 안 하거든요.
생리대 대신 가제천

북한 여성들이 생리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 여성이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고 가제천을 사용하고 있다고 손 씨는 전합니다.
[손명희]보통 못 사는 집은 가제천을 써요. 생리대가 있긴 한데, 살 형편이 안 되니까 가제천을 사용해서 누구도 안 보이게끔 그렇게 하지….
과거부터 생리대가 있었지만, 보편적이지 않았다고 김 씨는 덧붙입니다.
[김단금]평민들 다 쓸 수 있게끔 나온 게 아니에요. 나오긴 나왔었는데 저도 써보긴 써봤는데요. 보편적으로 다 쓸 수 있게끔 안 나오고 대부분 이제 가제천으로 사용했어요. 사용하고 소독해서 또 빨아서 소독해서 재활용하고.
2019년 탈북한 박지연 씨도 여전히 많은 북한 여성이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생리대를 쓰는 사람이 오히려 더 적다고 증언합니다.
[박지연]생리대가 부족한 게 아니라 생리대가 많이 비싸니까. 경제적 자유가 없다 보니 그런 거죠. 돈만 있으면 물품은 많아요. 중국 제품이 들어와서 물품은 많은데, 사람들이 돈 아끼려고 그러는 거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면천을 쓰고 있어요.
약 옥수수 3kg를 팔아야 겨우 생리대 1~2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손명희]생리대는 하나로 계속 쓸 수가 없으니까 돈 낭비죠. 시내와 농촌이 차이가 있는데. 시내에서는 쓸 수 있겠지만, 저는 농촌에서 자랐어요. 농촌에는 그런 걸 살 수가 없어요. 옥수수 3kg를 팔아야 (생리대) 1~2개를 사는데, 10~20개 사면 모자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가제천을 3~4m 사서 잘라서 삶아서 쓰는 거죠.
생리휴가는 꿈도 못 꿔요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열악한 환경 탓에 생리휴가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북한.
여군 장교 출신인 김단금 씨는 같은 여성이기에 군대에서 훈련을 제외해 주긴 했지만, 휴가 혹은 조퇴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 전합니다.
[김단금]생리 때문에 굳이 일을 빼지는 않죠. 내가 군대 생활을 할 때도 생리 때문에 배 아프면 애들을 훈련에서 빼 주기는 했어요. 근데 잠깐이지, 휴가를 줄 정도로 하지는 않았고. 일단 사회생활 하면서 직장 다니면서 생리통 때문에 휴가를 준다는 개념은 없어요.
박 씨는 한국에 와서 ‘생리휴가’에 관해 처음 알게 됐을 때 놀랐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박지연]저는 한국에 와서 놀랐어요. 생리통이 있다고 해서 조퇴도 받을 수 있고. 존중을 해주는 거잖아요. 이런 것도 배려해주는 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북한에서는 아픈 게 보여도 '여자니까 있을 수 있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아프다고 하지 마라. 여자들은 그런 고통을 다 겪는다'라고 말을 하면서 인정을 안 해줘요. 사실 감기보다 더 아플 때가 있잖아요. 너무 당연한 아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는 견뎌야 된다고 말하면서 배려를 못 받고 존대를 못 받는 것 같아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의 열악한 현실.
북한인권특사 지명을 계기로 현실적인 여성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