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갈마지구, 멀쩡한 축구장 부수고 승마장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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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해안가에 새로운 건물 두 동을 건설한 데 이어, 축구장을 허물고 승마장과 새로운 건물을 짓는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내년 5월 개장을 앞두고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했을 때 목표한 시기까지 다소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야외음악당 새로 짓고 , 곳곳에 새 건물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10월 23일에 촬영한 강원도 원산시 용천리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원산 명사십리 바닷가 해안가에 있던 야외음악당이 지난 7월 철거됐는데, 같은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진 모습이 보입니다.

약 1천 제곱미터 면적의 이 새로운 건물의 용도는 아직 불분명한데, 직사각형 모양의 이 건물 주변에는 건설자재 혹은 파편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놓여 있습니다.

또 철거된 야외음악당에서 약 250m 떨어진 곳에는 새로운 야외음악당이 지어진 모습이 식별됩니다.

미국의 민간위성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야외음악당의 크기는 이전과 비슷하고, 과거와 동일하게 다섯 줄의 좌석이 있다”라며 과거와 건물 모양(디자인)이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글 분석가는 “야외음악당의 위치를 변경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원산을 방문했을 때 갑작스럽게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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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일대의 모습. 축구장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구조물이 놓여 있고, 새로운 미확인 건물이 건설 중이다. / Planet Labs, Analyzed by Jacob bogle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또 하나의 특이점도 발견됐습니다.

이미 완성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축구장이 철거된 겁니다. 하지만 축구장 가장자리에 있던 관중석 자리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보글 분석가는 “축구장을 허문 자리에 새로 지어질 구조물의 기초가 보이고, 축구장 북쪽 인근에는 또 다른 정체불명의 건물이 건설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3일 RFA에, 해변에 새로 지어진 건물은 ‘전망이 있는 식당’, 축구장 대신 새로 짓는 건물은 ‘경마장’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혁] 원래 야외 공연장이었는데, 그것을 옮기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는데요. 마치 영빈관처럼 여기에서 식사를 별도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축구장 자리에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은) 경마장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경마장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력 집중해 공사에 박차 … 트럼프 당선으로 북한 관광길 열릴까?

또 위성사진에 따르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고층 호텔과 건물 외관은 대부분 완공된 것으로 보이지만, 돔형공연장과 야외 물놀이장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보글 분석가는 갈마반도 남단에 조성한 유수풀장은 지난 3월 이후 최소한만 진전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유수풀과 거북 모형의 돔형 건물의 완공이 오랜 시간 걸리는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원산에서 관찰된 다른 변화를 고려했을 때 북한 당국이 개장을 목표로 했던 내년 5월까지 완공하기에 다소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23일 기준으로 리조트의 상수 처리 시설 확장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조트는 정상적인 수용 능력으로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글 분석가는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에 따르면 공사 규모에 비해 건설 인력들의 임시 숙소가 많이 보이기 때문에 내년 개장을 목표로 원산 갈마 일대에 인력을 집중해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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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일대의 모습. 유수풀과 물놀이장은 공사가 거의 진전되지 않고 있다. / Planet Labs, Analyzed by Jacob bogle

이런 가운데 김혁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북한 관광이 활기를 띨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혁] 외부 세계에서는 북한이라고 하는 고립된 장소가 호기심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관심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요.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한마디 거들면 북한 입장에서는 (관광 산업에) 날개를 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정리가 돼야겠죠. 날개를 달 수 있는 기초를 잘 만들어 놔야 관광 자본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겠죠.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관광에 대한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 미국인들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거잖아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2020년 4월 김일성 생일을 기념해 완공을 목표로 2014년에 건설을 시작했지만, 대북 제재로 인해 건축∙설비 물자 조달에 차질을 빚었고, 이후 코로나 대유행으로 해외 관광객 방문이 불가능해지면서 완공이 계속 지연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원산갈마해안광지구를 방문해 2025년 5월까지 공사를 마칠 것을 지시했으며, 지난 9월에는 정권 수립일을 맞아 “관광 분야에서 삼지연시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관련 건설과 운영 준비를 착실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