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러시아에 안정적인 사과 공급이 관건
[ 기자 ] 지난 15 일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 시장에 사과를 수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이날 러시아 농업 감독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러시아로 검역 대상 제품을 수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 2024 년 6 월에 열린 북러 협상에서 양측이 사과 수출에 대한 무역 협력 확대에 큰 잠재력을 강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에게 과일류는 귀중품이지만, 사과는 비교적 서민들이 더 자주 먹는 과일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총비서는 사과 생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2017년 9월, 황해남도 과일 재배를 시작하면서 기뻐하는 김 총비서의 사진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대규모 과수원을 관리하고 생산합니다. 그 결과 생산수의 관리나 농업 생산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수출할 경우에도 무역 관리는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2019년 4월 러시아와 정상회담에서 외화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수산물이나 석탄 등 다양한 물품을 수출했지만, 당시 러시아의 관심은 북한의 노동력에만 있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무기와 군수 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러시아에서 무기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 기자 ] 북한의 사과 수출을 러시아 사람들이 반길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또 북한이 러시아를 넘어 다른 나라까지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
[ 마키노 요시히로 ] 러시아 사람들이 북한 사과를 좋아할지 여부보다는 북한이 사과를 안정적으로 러시아에 공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평양 시민들에게 1년에 10kg 정도 사과를 공급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공급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평양의 인구가 약 200만 명이라면 1년에 2만 톤의 사과를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뜻인데, 북한이 러시아의 사과 부족량인 30만 톤을 충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이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가 수출할 여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는 사과뿐 아니라 수산물이나 다양한 가공품의 수출도 강력히 지지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15일 함경남도 신포시의 양어장을 방문해 가리비나 다시마 양식을 계속 잘 해나가면, 3~4년 후에는 북한 내에서 가장 풍부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수산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기보다는 외국에 수출할 상품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북한은 외화 부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과, 가리비, 다시마 등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 등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외화 부족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불만과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한편 ,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3 일 ' 제품 질 제고와 품종 확대에 이룩된 성과 ' 라는 제목으로 제품의 질 향상과 품종 확대에 북한 당국이 힘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얼마 전 북한에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무당 아이스크림을 홍보하는 영상이 공개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 사과 외에도 러시아가 이런 수출품을 받아들일 가능성과 다른 북한 제품들이 국제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 마키노 요시히로 ]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기적으로 제품의 질 향상과 품종 확대라는 캠페인(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이는 주로 수출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10년 전에 북한 수출품에 관한 홍보 책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과자, 맥주, 식품, 샴푸, 화장품, 문방구 등이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북한은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등 여러 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제재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북한 제품이 국제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서방 국가들과 비슷한 제품을 수출하려 하지만, 질이 매우 떨어집니다. 식품은 맛이 없고, 일회용품의 질도 서방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많은 양의 식품이나 상품을 생산할 능력이 부족하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부족합니다.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전력과 통신 등 기초적인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하지 않고 표면적으로 제품의 질 향상이나 품종 확대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반 주민의 불만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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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그렇다면 북한의 이런 정책 홍보가 보여주기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북한이 실제로 마주한 경제난의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신데요 .
[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기초적인 공업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악기를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형인 김정철 씨가 2015년에 영국을 방문하면서 유명한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주요 인사였던 태영호 의원에 따르면, 김정철 씨는 당시 런던에 있는 유명 기타 전문점을 방문해 기타와 부품을 많이 구입했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이 기타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공업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제품의 질 향상과 품종 확대를 목표로 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오래된 제재와 외화 부족으로 인해 북한은 정밀 공작 기계를 수입하지 못하거나 기술 교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무역을 활성화한다고 해도, 러시아는 중국처럼 정밀 공작 기계를 생산하는 기술이 없습니다. 러시아도 이러한 기계를 중국에서 계속 수입하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는 한국 건축가들이 북한에서 체육관 건설을 도왔습니다. 당시 한국 측에서는 건설 현장의 기술 유출을 금지했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밤마다 건설 현장을 찾아가 한국의 건설 기술을 몰래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교통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북한이 제품의 질 향상이나 품종 확대를 실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정책 홍보는 보여주기식에 가깝고, 경제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품의 질 향상이나 품종 확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정은 , 트럼프에 위로 전문 안 보내 … 시기상조 판단

[ 기자 ] 마지막으로 , 지난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 다행히 실패로 끝났는데요 . 북한도 이를 지켜봤을 텐데 ,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
[ 마키노 요시히로 ] 미국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는 이번 총격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가능성이 있고, 주한미군 감축을 지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 총비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김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테러이기 때문에 인도적인 위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 총비서는 올해 1월 일본 노토 반도 지진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아직까지 조용히 있는 것은 미북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정권이 내년 1월에 출범한다 하더라도, 전체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6개월 정도가 필요할 겁니다. 또한, 북한은 2025년 말까지 계속 추진해야 하는 5개년 계획이 있습니다. 아직 미북 간에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접근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네 , 마키노 기자님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