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전역 30여 곳에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전용 별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전용 비행장과 기차역은 물론 경마장과 수영장 등 초호화 시설을 갖춘 별장들은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 중 3곳은 유사시 해외로 탈출이 가능할 정도로 지리적 이점이 있어 더 눈길을 끕니다.
김씨 일가와 핵심 권력층만을 위한 별장을 건설하는 데 이미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데다, 새로 건물을 짓거나 이를 관리하고 보수 유지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지출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국 강원도와 경기도에도 6.25 한국전쟁 이전 김일성 주석이 사용했던 별장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김씨 일가가 이용하는 전용별장(전용특각)이 북한 전역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오늘은 위성사진에서 확인한 김씨 일가의 전용 별장들을 살펴볼까요?
[정성학] 2009년 한국군과 정보 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별장이 전국 33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전용특각’이라고도 하는데 평양에 4곳, 평안북도에 6곳, 양강도에 3곳, 함경북도에 6곳 등입니다. 이 중 3곳은 비상사태 발생 시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로 쉽게 탈출할 수 있도록 조성돼 눈길을 끄는데요. 평안북도의 ‘신온리별장’과 ‘창성별장’은 중국으로 탈출하거나 중간 기착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요. 함경북도의 ‘경성별장’은 동해에 접해 있어서 바다를 이용해 러시아로 탈출하기 용이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 네 . 앞서 말씀하신 평안북도의 '창성별장'은 북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면서요? 어느 정도로 큰 별장인가요?
[정성학] ‘창성별장’은 평안북도 창성군 약수리에 있고요. 일단 전체 부지가 5천140헥타르로 한국 여의도 면적(290헥타르)보다 17배 이상 더 큰 규모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용 별장이고요. 2022년 4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확인해보니 여전히 잘 관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다란 두 개 건물 안에는 김씨 일가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호화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요. 그 앞에는 연회장과 귀빈 숙소 등이 조성돼 있습니다. 또 별장에서 남동쪽으로 6.4km 떨어진 곳에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이 2015년에 새로 건설됐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합니다. 별장 바로 앞에는 수풍호가 있는데, 유사시 호숫가 부두에서 전용 보트를 타고 수풍호를 거쳐 7~8km 떨어진 중국으로 바로 탈출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습니다.
- 김씨 일가의 전용 별장이 가진 특징은 호화스러움과 철저한 보안 아니겠습니까 . 김 총비서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비행장이나 기차역 등이 바로 그것인데요.
[정성학] 맞습니다. 현재 김정은 총비서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용성별장(관저)’은 3개의 경계구역으로 나뉠 만큼 보안이 철저한데요. 1차, 2차 외곽 펜스뿐 아니라 내부에도 펜스가 있어서 3중 방호막을 이루고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관저의 북쪽에는 용성역 바로 아래 김 총비서의 전용 기차역이 있고요. 기차역이 관저 안으로 들어갑니다. 관저 안에는 경마장과 공원, 사격장도 있습니다. 전체 부지가 1천140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약 4배 크기인데, 관저 지하에는 전시사령부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용성별장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곳이기도 합니다.

- 과거 미국의 위성사진 전문가였던 커티스 멜빈 씨에 따르면 북한에는 고위층만을 위한 전용 기차역이 20개 이상이고, 김씨 일가와 핵심 권력층을 위한 초호화 주택이 70채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혹시 지금도 핵심 권력층을 위한 건설 공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성학] 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해 평양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사무실과 주거 공간, 연회시설과 유흥시설 등에서 진행되는 공사 현황을 상세히 밝힌 바 있습니다.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주변 세 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고, 연회장과 생활지원 건물의 확장 개조, 지하터널 확장과 보수공사, 그 외에도 호화 건물과 청사가 신축 또는 건설 중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핵심 권력층을 위한 건설 공사가 여전히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의 동아일보는 ‘김 총비서가 암살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옮겨 다닐 수 있도록 호화 시설을 여러 곳에 분산해서 짓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한국에도 김일성 국가주석의 별장이 있었다면서요 ? 어떻게 된 건가요?
[정성학] 네. 강원도와 경기도에 각각 하나씩 있었습니다. 우선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에는 김일성 주석의 별장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요. 6.25 한국전쟁 직전에 김일성이 아내인 김정숙과 아들인 김정일, 딸 김경희와 함께 여름 휴양지로 이용하던 곳입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화진포 바로 앞에 별장이 있었죠. 지금은 한국전쟁과 북한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안보교육관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두 번째로 경기도 포천시의 산정호수에도 김일성 별장이 있었는데요. 이곳은 원래 북한 땅으로 한국전쟁 직전에 김일성이 인민군 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작전 회의를 주재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철거되고 전망대와 공터만 남았습니다.

- 끝으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전용 별장은 무엇이 있을까요 ?
[정성학]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던 평안북도의 ‘향산별장’이 있는데, 2013년 10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시설이 철거되고 빈터만 남은 것이 확인됐고요. 자강도에 있는 ‘강계별장’은 김일성의 세 번째 아내인 김성애가 사망한 곳인데, 이후 백두혈통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의 유배지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 총비서의 고모인 김경희도 이곳에 유배돼 있지 않겠느냐란 추정이 있습니다. ‘강계별장’은 2022년 9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나타나듯이 숲이 우거진 깊은 산속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고, 옆에는 장자강이 흘러 경관은 수려한 데, 위도가 높아 겨울에는 무척 춥다고 합니다.

- 위성사진을 보면 김씨 일가의 별장들은 산과 바다 , 또는 호수를 끼고 풍수지리적으로 훌륭한 지역에 지어진 것 같습니다.
[정성학] 맞습니다. 김씨 일가의 별장들은 대부분 울창한 숲과 호수가 있고, 전통식과 서양식이 어우러진 건축물에 잘 정돈된 정원과 잘 포장된 도로, 개인 기차역과 전용 비행장 등이 있습니다. 이미 건물 공사비와 별장 안에 들어간 내부 장식만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을 텐데요. 지금까지 이 별장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상당히 많이 지출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전역의 수십 곳에 오직 핵심 권력층만을 위한 호화시설이 조성된 것은,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는 대다수 일반 북한 주민들의 삶과는 분명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 네 . 오늘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전용 별장들을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