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핵물질의 원료인 우라늄정광을 생산하는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에서 폐광 침전지와 댐을 추가로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8월에 촬영된 위성사진에 따르면 캐낸 우라늄 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우라늄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찌꺼기(폐기물)가 모이는 기존의 침전지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따라서 그 옆으로 새로운 침전지를 조성하기 위한 굴토 공사와 댐 건설 기초공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선제적 핵 공격을 법제화한 데 이어 올해는 전술핵무기와 핵탄두를 늘릴 것을 천명한 가운데 우라늄정련공장 침전지의 확장은 공장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핵물질 생산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또 이에 따른 환경 오염의 우려도 더 커질 전망입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올해 전술핵무기 양산과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천명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정련공장 시설을 확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요?
[정성학] 네. 북한의 영변과 강선, 하갑, 평산, 박천에 있는 핵시설들은 북한의 5대 핵시설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중 하나인 황해북도 평산군 평화리에 있는 우라늄정련공장은 인근 광산에서 우라늄 광석을 채굴해서 정련 또는 제련해 우라늄정광(Yellow Cake)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이 우라늄정광은 다시 영변 핵단지로 옮겨져 고농축 처리를 거친 뒤 우라늄탄 핵물질로 바뀌게 되는데요. 원심분리기를 통해 우라늄정광을 고농축 처리하면 핵무기로 쓰이게 되고요. 저농축 처리를 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로 쓰이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우라늄정련공장에서 우라늄을 정련 또는 제련할 때 폐광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파이프를 통해 남천강을 건너 폐광 침전지로 보내지고 이곳에서 지금까지 퇴적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위성사진을 살펴보니 폐광 침전지가 다 차서 녹조현상을 보일 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그 오른쪽에 침전지를 추가로 건설하기 위한 굴토 작업과 댐 쌓기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 식별됐습니다.

- 폐광 침전지를 추가 건설하려는 기초공사 상황이 포착됐다는 건데요 . 위성사진을 보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성학] 네. 2022년 8월 28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기존 폐광 침전지에서 오른쪽으로 1km 구간에 걸쳐 새로운 침전지 건설을 위한 기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처음 포착됐습니다. 기존 침전지의 오른쪽으로 약 110여m 지점에서 처음 굴토 공사가 시작돼 175m 정도 진행됐고요. 여기에서 다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댐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데, 침전지의 물을 막기 위한 댐을 건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사진에서 보듯이 공사 구간 주변은 경작지인데요. 새로운 침전지는 저지대 경작지에 조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주변 농경지와 지하수, 토양과 산림 등이 우라늄 폐광석의 침출, 누수에 의해 오염될 것이 우려됩니다.
- 침전지를 추가 건설하려는 움직임은 폐광 찌꺼기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고 , 그만큼 우라늄정련공장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뜻하겠죠?
[정성학] 맞습니다. 평산 공장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할 것을 요구했던 주요 핵전략시설인데요. 이미 북한이 지난해 선제적 핵 공격을 법제화한 데 이어 올해도 핵탄두를 늘릴 것을 천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라늄정련공장 시설에 관한 추가 공사가 이뤄진다는 것은 올해 북한이 공장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핵물질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 우라늄정련공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누수돼 강물로 흘러들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 이에 관한 논란도 많았는데요. 부소장님이 분석한 바는 어떻습니까?
[정성학] 공장에서 우라늄광석을 정련 또는 제련하는 과정에서 폐광석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 폐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강 건너 침전지로 보내져 퇴적돼 왔습니다. 그런데 파이프가 낡고 노후화된 탓에 폐수가 줄줄 새서 남천강으로 지속해 흘러 들었습니다. 한 예로 2018년 1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겨울철에 강물이 얼고 눈에 덮여 있는 남천강이 보입니다. 그런데 폐수가 흘러나오면서 강의 얼음이 V자 형태로 크게 녹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요. 2019년 3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폐수가 누수돼 강변 양쪽 백사장이 검게 물든 것을 뚜렷이 식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 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해 1월, “평산 우라늄 광산 지역의 군인과 노동자, 주민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출산해 두려움과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소문을 전한 바 있습니다.

- 일단 위성사진만 보면 일 년 넘게 폐수가 계속 누수돼 남천강이 오염됐을 수 있는데요 . 이 강물이 물줄기를 따라 남으로 흘러 한강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습니다. 2019년에는 한국 정부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정성학]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에서 남천강으로 흘러 들어간 폐수는 예성강과 만나고, 강물은 다시 남쪽으로 80km를 흘러 한강 하구를 만납니다. 그리고 서해로 빠져나가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강 하구와 강화 앞바다, 그리고 서해가 방사능 또는 기타 독극물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2019년에 ‘자유아시아방송’과 ‘38노스’ 등이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고, 한국 언론에서도 우려를 제기하자 한국 통일부가 한강과 서해의 수질 검사를 한 끝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강물과 바닷물에 우라늄정련공장의 고방사능 오염물질은 존재하지 않고, 평산에서 생산되는 우라늄정광은 무해한 것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한 예로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과의 서균렬 교수는 우라늄 정련 과정에서 나오는 검은 물질이 ‘질산우라닐화합물’인데 이것이 더 문제라며 방사성 폐기물보다 더 유해한 독극물이고, 이 물질이 물에 섞여 한강이나 강화 앞바다로 흘러든다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그렇다면 이번에 폐수 침전지를 확장 공사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앞으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군요 .
[정성학] 그렇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의 시설 확장은 북한의 핵무기 증강 방침에 부응해 핵물질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고요. 북한이 핵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라늄정련공장의 시설 확장과 함께 공장 가동이 증가할수록 한국의 강과 바다의 오염 가능성도 커집니다. 따라서 앞으로 공사 내용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곳을 주기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네 . 오늘은 북한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정련공장의 침전지 확장 공사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정성학 부소장: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